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좋아하는 시 있으세요??

선물 조회수 : 2,323
작성일 : 2018-07-04 21:33:06
좋아하는 시 알려주세요.
저는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요.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IP : 112.144.xxx.147
5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7.4 9:34 PM (1.235.xxx.20) - 삭제된댓글

    백석-나과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2. 저는오규원
    '18.7.4 9:37 PM (182.222.xxx.37)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空想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 3. ..
    '18.7.4 9:37 PM (1.235.xxx.20)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중

    "세상 같은 건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 이 구절이 가장 멋져요.

  • 4. 저는오규원
    '18.7.4 9:39 PM (182.222.xxx.37)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살아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많은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말라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 5. 조으다
    '18.7.4 9:42 PM (119.207.xxx.31) - 삭제된댓글

    피하지 말라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 6. 김춘수 ㅡ 꽃 ㅡ
    '18.7.4 9:45 PM (119.198.xxx.118)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 . .

  • 7. 사랑은 야채같은 것
    '18.7.4 9:45 PM (175.223.xxx.122)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성미정-

  • 8. 유치환의 행복
    '18.7.4 9:45 PM (1.247.xxx.85)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9. 이병률 / 生의 절반
    '18.7.4 9:46 PM (210.210.xxx.65)

    이병률 / 生의 절반

    한 사람을 잊는데 삼십 년이 걸린다 치면
    한 사람이 사는데 육십년이 걸린다 치면
    이 생에선 해야 할 일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되나니

    당신이 살다 간 옷들과 신발들과
    이불 따위를 다 태웠건만
    당신의 머리칼이 싹을 틔우더니
    한 며칠 꽃망울을 맺다가 죽은 걸 보면
    앞으로 한 삼십년 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아는데꼬박 삼십년이 걸린 셈

    이러저러 한 생의 절반은 홍수이거나 쑥대밭일진대
    남은 삼십년 그 세월 동안 넋 놓고 앉아만 있을
    몸뚱어리는 싹 틔우지도 꽃망울을 맺지도 못하고
    마디 곱은 손발이나 주무를 터

    한 사람을 만나는데 삼십년이 걸린다 치면
    한 사람을 잊는데 삼십년이 걸린다 치면
    컴컴한 얼룩 하나 만들고 지우는 일이 한 생의 일일 터

    나머지 절반에 죽을 것처럼 도착하더라도
    있는 힘을 다해 지지는 마오

    -----------------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낸후로 미친듯이 읊었던 시

  • 10. ㅇㅇ
    '18.7.4 9:47 PM (58.65.xxx.49) - 삭제된댓글

    즐거운 편지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ㅎㅎ
    지금 읽어보면 .. 좀 무섭죠?
    사랑도 적당히 잊혀질 권리가 있지 않을까하네요...

  • 11. 서정주
    '18.7.4 9:51 PM (58.122.xxx.85) - 삭제된댓글

    신부/추천사 작품들... 좋아해요

  • 12. 서정주
    '18.7.4 9:51 PM (58.122.xxx.85) - 삭제된댓글

    신부/추천사 ... 좋아해요

  • 13. 버선
    '18.7.4 9:55 PM (125.180.xxx.21)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14. 백석 시 다 좋아하고
    '18.7.4 10:07 PM (115.140.xxx.225)

    그리고 요즘은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15. 나무안녕
    '18.7.4 10:23 PM (211.243.xxx.214)

    좋네요 답글많이달렸으면

  • 16. 햇살
    '18.7.4 10:25 PM (211.172.xxx.154)

    장정일. 전 이문장을 너무 좋아해요. 앞으로 살 날은 이제껏 살았던 날들에 대한 찬사이므로...

  • 17. 행복
    '18.7.4 10:38 PM (182.211.xxx.218)

    5월 그리움/임영준

    5월이 활짝 열려있는데
    그대 왜 잠자코 있는가
    햇살주단 찬란히 펼쳐졌는데
    그대 왜 날아오지 않는가

    풀 향기 미어지는 벌판에서
    그리움과 뒹굴고 있는건 아닌가
    눈물초롱 물결을 헤아리면서
    강기슭에 뿌리내린건 아닌지

    5월이 벅차게 피어있는데
    그대 왜 달려와 안기지 않는가

    현란한 단어들이 아니라서 더 정감이 가는
    시 입니다

  • 18. 행복
    '18.7.4 10:40 PM (182.211.xxx.218)

    뿌리내린건 아닌지☞ 뿌리내린 건 아닌가

  • 19. 막 바뀌드라고요.
    '18.7.4 10:41 PM (68.129.xxx.197)

    좋아하는 시가 분기별로 바뀐듯해요.
    그래서 딱 이거다 하는 대표시는 없는거 같애요.
    중학교때엔 꽃, 즐거운 편지 같은 시를 너무 좋아하면서
    칼릴 지브란, 월트 휘트먼의 풀잎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좋아했었고요.
    고등학생일땐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연애시와 세익스피어의 소네트등에 푹 빠졌었고
    대학생일땐 로제티 시를 좋아하다가,
    나이 먹고는
    티에스 엘리엇으로 ㅎㅎㅎ

    예전엔 시를 정말 많이 읽었는데
    나이 먹으면서 갈수록 시를 안 읽는거 같애요.
    늙는건가 ? ㅠ.ㅠ

  • 20. 초가을밤에
    '18.7.4 10:52 PM (110.70.xxx.20)

    더욱더 와닿는 구절.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차 있습니다........

    캬...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이라.....
    정말 너무 좋아요...

    전 윤동주 김소월이 너무좋아요.

  • 21. 동주
    '18.7.4 11:15 PM (211.59.xxx.161)

    [못 자는 밤]

    하나, 둘, 세, 넷
    ............
    밤은 많기도 하다.

    [사랑스런 추억]도 좋구
    윤동주만의 감수성.... 슬픈듯, 착한듯, 부끄러운듯,
    맑은듯, 허망한듯.... 좋아해요.


    [성공이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기를 낳든

    한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 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랄프 알도 에머슨 -

  • 22. 현직
    '18.7.4 11:15 PM (117.111.xxx.209)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23. 동주
    '18.7.4 11:18 PM (211.59.xxx.161)

    운명에 버림받고 세상에 괴임 못 얻어
    나 홀로 나의 버림 받은 신세를 울며
    대답없는 하늘을 향하여 외쳐보고
    자신을 돌보며 운명을 저주하고
    희망에 가득찬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잘 생긴 사람, 친구 많은 사람 부러워
    이 사람의 재간, 저 사람의 능력 탐내며 나와 나의 것이 도무지 만족 안 갈 때
    이렇게 이런 생각 속에 자신을 경멸할 때에도
    어쩌다 임을 생각하면 내 신세는
    새벽녘에 우울한 대지에서 솟아 오르는
    종다리 되어 천국 문턱에서 찬가 부른다
    임의 달콤한 사랑 생각하면 내 마음 부자되니
    나는 내 신세를 왕과도 바꾸지 않으련다

    -셰익스피어-

  • 24.
    '18.7.4 11:20 PM (183.98.xxx.92)

    문태준시인 ㅡ 가재미
    슬픈 시예요

  • 25. ..
    '18.7.4 11:34 PM (1.235.xxx.20)

    키플링 -만일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 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 26. ㅇㅇ
    '18.7.4 11:51 PM (1.225.xxx.199)

    공중전화를 보면 동전을 찾는다 / 신달자

    공중전화를 보면
    동전을 찾는다

    그냥 무심히
    그 앞을 지나갈 수가 없다.

    해가 진다
    어두워 오는 마음에
    불을 켠 듯한 이름 하나 없을까

    사각의 공중전화 박스 속에서
    수첩을 뒤적이지만
    가을 억새가 나부끼는
    빈 들판에 나는 서 있고
    이런 마음을 들켜도 좋을
    편안한 이름하나 떠오르지 않는다.

    공중전화를 보면
    그래도 동전을 찾는다.

  • 27. 나무안녕
    '18.7.4 11:54 PM (211.243.xxx.214)

    신달자님 시 정말 좋네요

  • 28. ㅇㅇ
    '18.7.4 11:56 PM (1.225.xxx.199)

    공존의 이유 - 조병화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얘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사랑합시다.


    우리 앞에 서글픈 그날이 오면

    가벼운 눈 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 29. 최승자
    '18.7.5 12:03 AM (58.238.xxx.79)

    외로운 여자들은
    결코 울리지 않는 전화통이 울리길 기다린다.
    그보다 더 외로운 여자들은
    결코 울리지 않던 전화통이
    갑자기 울릴 때 자지러질 듯 놀란다.
    그보다 더 외로운 여자들은
    결코 울리지 않던 전화통이 갑자기 울릴까봐,
    그리고 그 순간에 자기 심장이 멈출까봐 두려워한다.
    그보다 더 외로운 여자들은
    지상의 모든 애인들이
    한꺼번에 전화할 때
    잠든 체하고 있거나 잠들어 있다.

  • 30.
    '18.7.5 12:18 AM (126.11.xxx.132)

    시.. 완전 좋아요

  • 31. ...
    '18.7.5 12:40 AM (125.177.xxx.81)

    유명한 시 기형도의 빈 집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

  • 32. 황지우
    '18.7.5 12:46 AM (117.111.xxx.69)

    너를 기다리는 동안..
    함민복의 가을..
    위에 신달자님의 시 좋네요

  • 33. ㅇㅁ
    '18.7.5 12:51 AM (1.234.xxx.143)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 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
    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 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인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산벚나무/ 도종환)

  • 34. 중년 여자의 노래
    '18.7.5 12:52 AM (221.138.xxx.73)

    중년 여자의 노래

    문정희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이상한 계절이 왔다

    아찔한 뾰족구두도 낮기만 해서
    코까지 치켜들고 돌아 다녔는데

    낮고 편한 신발하나
    되는대로 끄집어도
    세상이 반쯤 보이는 계절이 왔다

    예쁜옷 화려한 장식 다 귀찮고
    숨막히게 가슴 조이던 그리움도 오기도
    모두 벗어버려 노브라된 가슴
    동해 바다로 출렁이던가 말던가
    쳐다보는 이 없어 좋은 계절이 왔다

    입만 열면 자식얘기 신경통 얘기
    열매보다 더 크게 낙엽보다 더 붉게
    무성해 가는 살찌고 기막힌 계절이 왔다

  • 35. 파란돌
    '18.7.5 12:53 AM (221.138.xxx.73)

    파란돌

    한강

    십년 전 꿈에 본 파란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어.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년 전 꿈에 본 파란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엿을까.
    십년 전 꿈에 본 파란돌
    그 빛나는 내로 돌아가 들어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 36. ㅇㅁ
    '18.7.5 12:54 AM (1.234.xxx.143)

    (염소와 나와 구름의 문장 / 김태형)

    며칠 전 작은 구름 하나가 지나간 곳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풀을 뜯으러 가고 있습니다
    몇 방울 비가 내린 자리에 잠시
    초원이 펼쳐지겠지요
    이름을 가진 길이 이곳에 있을 리 없는데도
    이 언덕을 넘어가는 길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물어봅니다
    이름이 없는 길을
    한 번 더 건너다보고서야
    언덕을 넘어갑니다
    머리 위를 선회하다 멀찌감치 지나가는 솔개를
    이곳 말로 어떻게 부르는지 또 물어봅니다
    언덕 위에 잠시 앉아 있는 검독수리를
    하늘과 바람과 모래를
    방금 지나간 한 줄기 빗방울을
    끝없이 펼쳐진 부추꽃을
    밤새 지평선에서부터 저편으로
    건너가고 있는 별들을
    그리고 또 별이 지는 저곳을
    여기서는 무엇이라 부르는지 물어봅니다
    어떤 말은 발음을 따라 하지 못하고
    개울처럼 흘러가는 소리만을 들어도 괜찮지만
    이곳에 없는 말을
    내가 아는 말 중에 이곳에만 없는 말을
    그런 말을 찾고 싶었습니다
    먼저 떠나는 게 무엇인지
    아름다움에 병든 자를 어떻게 부르는지
    그런 말을 잊을 수 있는 곳으로
    그런 말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뿌리까지 죄다 뜯어먹어 메마른 구름 하나가
    내 뒤를 멀찍이 떨어져 따라오고 있습니다
    지나온 길을 나는 이미 잊었습니다
    누군가 당신인 듯 뒤에서 이름을 부른다면
    암갈색 눈을 가진 염소가 언덕을 넘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 37. ..
    '18.7.5 1:00 AM (175.125.xxx.249)

    안도현님 시인가?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마라
    너희가 언제
    뜨거웠던적이 있던가?

  • 38. ㅇㅁ
    '18.7.5 1:06 AM (1.234.xxx.143)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별은 너에게로/박노해]

  • 39. ㅇㅇ
    '18.7.5 1:53 AM (211.201.xxx.166)

    내마음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 40. ㄱㄴㄷ
    '18.7.5 3:12 AM (119.195.xxx.170) - 삭제된댓글

    김춘수의 꽃 이요
    고교때 배우면서는 그냥 공부해야하는 시였을 뿐인데
    나이 먹어 보니 그 통찰과 감성에 감탄할 뿐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의미가) 되고 싶다.

  • 41. 호수
    '18.7.5 3:20 AM (82.8.xxx.60)

    사람도 그림자라 불리는 호수에서 / 서정윤

    아무 것도 없는 호수를 가졌다
    이 호수를 버릴 데가 없다

  • 42. 리파티
    '18.7.5 5:18 AM (175.223.xxx.215)

    화양연화(花樣年華) 김사인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 43. 이십대 초반
    '18.7.5 7:18 AM (59.6.xxx.151)

    고 기형도 빈 집 읽고 거리에 선 채 울었다는 ㅎㅎㅎ
    저 건조하고 쌀쌀하고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암튼
    윤동주 좋아합니다
    신경림 참 좋아했고 사람은 별로지만 타는 목마름으로 좋아했습니다
    고딩 시절 이육사 좋아했고
    사춘기 중딩 말엔 유치환의 생명의 서 좋아했습니다
    쓰고 보니 모두 센~~~ 사람들이네요
    결 고운 윤동주는 찬돌바닥에 앉아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을 보며
    그래도 사람 자체를 잃지 않는구나
    제게 별빛이 흐미하다고 별이 아닌 건 아니라고 가르쳐준 인본의 중심같은 시인이죠

  • 44. ..
    '18.7.5 9:12 AM (118.221.xxx.32)

    좋은 시들 감사합니다

  • 45. ..
    '18.7.5 9:34 AM (1.235.xxx.20)

    타는 목마름으로는 김지하 시인의 시입니다

  • 46. ..
    '18.7.5 9:36 AM (1.235.xxx.20)

    사도 아깝지 않은 시집

    윤동주-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한용운-님의 침묵
    기형도-빈집
    문태준-맨발

  • 47. ..
    '18.7.5 9:39 AM (1.235.xxx.20)

    바닥 -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
    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
    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
    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
    가랑잎이 지는데
    땅바닥이 받아주는 굵은 빗소리 같다
    후두둑 후두둑 듣는 빗소리가
    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
    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 48. 산 사람 이봉식
    '18.7.5 12:11 PM (125.132.xxx.233)

    산사람 이봉식 - (詩人 박라연)


    살다보니

    사십이 넘도록 제왕이 될 수 없었다

    그때 나를 부른 지리산

    달궁마을 물방앗간에서

    한 십 년 살았다 이제

    호칭마저 산을 닮은

    산사람 봉식李는

    이 골짜기 저 물처럼 드맑고 싶어

    어제의 발 씻고

    또 씻는다 오얏골에서

    차라리 잊고 살자던 얼굴들

    달궁에서 달이 되어 떠오를 때

    꼬여오는 심사를

    아--- 하고 반야봉에 전하면

    봉식아 그래도 살아라

    메아리로 대답하는

    나의 산 지리산아

  • 49. ..
    '18.7.5 12:13 PM (125.132.xxx.233)

    긍정적인 밥

    함 민 복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 한 권이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50. 좋아하는시
    '18.7.5 10:13 PM (223.53.xxx.57)

    좋아하는 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45882 이낙연 총리님 기사 검색하다가 나온 사진보고... 눈물 왈칵 2 단무지 2018/08/17 1,175
845881 비정상 그리고 한국은 2 외국인 2018/08/17 498
845880 [18.08.17 뉴스신세계]-라이브 1 ㅇㅇㅇ 2018/08/17 193
845879 교포와의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조언 3 info 2018/08/17 2,149
845878 에어 프라이어 써보시니 좋은 제품요 7 닭튀김 2018/08/17 2,130
845877 무기력.... 남편과의 문제 어쩌나요 3 .. 2018/08/17 1,873
845876 콘서트용 망원경 필요한지요? 7 ... 2018/08/17 1,457
845875 대출약정서 쓰면 거의 대출확정인가요? ㅇㅇㅇ 2018/08/17 287
845874 다산 택배 근황 18 .... 2018/08/17 4,016
845873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 상처주는.. 3 ........ 2018/08/17 3,553
845872 7월 취업자 수 증가 5천 명 그쳐..6개월째 '고용쇼크' 5 슈퍼바이저 2018/08/17 371
845871 전문대 자동차학과 11 학과 2018/08/17 2,588
845870 제육볶음만 하면 비린내가 어김없이 나요ㅠㅠ 15 한돈인데 2018/08/17 4,580
845869 사무 보조 알바 시급이 어느정도 하나요? 1 .... 2018/08/17 761
845868 갈라치기라는 분들은 국당 나갈때도 마음 아프셨겠네요 31 팩폭 2018/08/17 438
845867 정시 겨우 30% 이상 권고라네요 32 겨우 2018/08/17 2,498
845866 잦은 시어머니 해외여행 용돈드려야하나요? 27 행복한라이프.. 2018/08/17 6,697
845865 맞벌이 가정 아이들 몇살까지 어른 손길 필요할까요? 17 00 2018/08/17 2,810
845864 티비 산지 일년 조금 넘었는데 저절로 꺼졌다 켜졌다 해요 3 티비 2018/08/17 2,319
845863 김경수구속영장내용.ㅋ 15 ㅇㅇ 2018/08/17 3,268
845862 아우....이 지긋지긋한 알레르기 비염 11 비염싫어 2018/08/17 1,934
845861 핸드폰의 공인인증서를 컴퓨터로 어떻게 보내나요? 4 복잡해 2018/08/17 1,140
845860 백화점 화장품에 대해 질문 있는데요(유통기한) 2 ? 2018/08/17 493
845859 이해찬 "남북정상회담 비준 안하는 한국당과 무슨 협치?.. 34 ㅇㅇ 2018/08/17 1,070
845858 보테가베네타 크로스백 어떤가요? 7 드뎌가을? 2018/08/17 2,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