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속내
김어준. 적어도 정치에 관한 그의 판단력은 대체로 옳다고 본다.
헝크러진 실타래같이 처음과 끝이 보이지 않는 얽힌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도
실의 처음을 살살 풀어내는, 논리로 따지기 보다 직관하는 타고난 동물적 감각이 있다.
그런데 왜 정치적 영재인 그가 이재명 문제를 살피지도 않고 오히려 에둘러 피해가는 듯이 보일까?
이렇게 고름이 깊으면 메스를 들어 째고 짜고 피를 보고 다시 봉합해야되는 것이 아닌가?
김어준의 속내를 내 멋대로 짚어보자면,
이재명은 지금 산꼭대기에서 굴린 돌이다.
제법 잘 굴러가리라 믿고 큼직막한 돌을 굴렸는데 가속도 붙어 쌩쌩 내려가고 있는데.....
이것이 산 아래있는 국보급의 조선 명문대가의 한옥 한 채를 박살내게 될 경로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구르는 돌을 멈추게 할 방법이 있는가? 없다. 민주당과 진보 논객들마저 구르는 돌을 방치하고 있다.
한옥 한 채가 박살날 것처럼 보이는데...가다가 저절로 멈출지도 몰라... 중간에 멧돼지가 들이받아 멈추지 않을까?...
구르는 돌을 잘 구른다고 칭찬하면 자꾸 붕붕 띄워주면 돌은 자기가 풍선인 줄 알고 하늘로 날아올라가고
덕분에 한옥은 무사할 거라고 억지로 최면을 걸고 있는지도...
정말 이재명의 본 바닥을 모두 알고 있다면 모두 합심해서 사퇴를 시키거나
차라리 다른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 낫다고 발벗고 나서야하는데
오히려 이재명을 두둔하고 덮어주거나 적어도 모른 척하고 있으니 이거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이렇게 망가지기 시작하는 건가 의심까지 든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김총수나 주진우기자나 민주당 중진들이 이재명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 같다
이재명이 51%의 민주당 성향과 49% 반민주당의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51:49
한 두 끝 차이로 저 쪽 경계선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미묘한 차이...
간결하고 쉽게 핵심적인 이야기만 콕콕 짚어주는 것 같은, 사이다같은 발언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마침내 대선 후보자로까지 거론되면서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은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차이면 저쪽가서 무슨 일을 벌일까... 좀 많이 걱정될 일이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1. 누가 이 사람이 문제가 있다고 거론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저 사람이 문제가 많아요~ 이런 저런~ 하고 말해도 언론이 받아쓰지 않는데?
현재 이정렬변호사가 겪는 상황이다.
2. 만일 이재명이 자신이 경기도지사가 되겠다고 나선 선거에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만류했다면
아마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선언을 했을 것이고 경기도지사로 당선되었을 것이고
결국 사사건건 민주당과 대립각을 이뤘을 수도 있다. 안철수 경우보다 더 할 수도 있다.
왜 김어준이나 주진우가 “맞아요, 저 사람 문제있어요” 라고 손가락질 해주기 바라는가?
적폐와 싸우면서 자신을 숨기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다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기죽지않았다.
소신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재명 문제에서 그들이 같이 손가락질을 해주지 않는다고 긴 세월 적폐와 싸워온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매번 모든 문제에 그들을 끌어들이려 하는가?
이미 정봉주 관련사건에서 방송위에서 중징계를 받았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말이나 행동의 비중이 커서 많은 사람들을 움직일 만큼 파워가 있다.
그러니 더 쉽게 나서지 못한다.
이재명을 둘러싸고 나온 몇 문제는 한 개인의 품성에 관한 것이다.
욕설이나 불륜을 했다한들 도덕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정치적 능력과는 별개의 것일 수 있다.
문파들이 가장 분노한 고 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무례함들도 직접적으로 문제가 안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적폐와 싸울 자세와 의지가 되어있느냐?
사이다같은 발언이 말에서 그치지 않고 정말 제대로 싸울 사람인가?
또 적폐들이 사용했던 비리와 부패의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법과 제도를 활용해서
세상을 개선시킬 사람인가를 따져야한다........여기서 회의적이긴 하다.....
정말 용케 혜경궁 김씨의 트윗을 추적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불특정한 다수이다.
모두 문파도 아니고 모두 민주당원도 아니다.
이재명의 사퇴를 바라는 사람들 중에 문파도 있고, 민주당의 분열을 원하는 사람들, 알바도 있다고 본다.
이재명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사람은 민주당보다는 이재명 개인에 대한 지지자, 민주당을 위해서 어쩔수 없다는 사람들, 그리고 반민주당, 알바들이 혼재되어있다.
민주당에는 민주당원이면서 문파, 민주당원이지만 반문이나 비문, 민주당원이면서 이재명파 들이 모두 섞여있는 것이다.그래서 분열 직전인 것처럼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우리도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김어준이나 주진우가 이런 사태를 우려한 듯하다. 그래서 덮을 수 있다면 덮으려고...
하지만 우리는 홍역을 치룬 아이처럼 이제 자체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 자기 점검, 회의, 제동력, 그리고 방향설정..
안철수가 민주당에서 분당사태를 초래하고 탈당하고,
김종인고문이 민주당내에서 일으킨 소동 등을 통해 맷집이 생긴 듯하다.
매번 기발한 발상으로 심각한 상황을 잘 풀어내고 있다.
또, 전임 두 대통령의 몰락이 우리 국민에게 역사교과서가 되었고,
기록된 역사 글자 하나하나 정독하고, 영상으로 시청하면서 매일 정치적 훈련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고,
아직까지는 잘 해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우리가 알아서 하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사안에 대해 김어준, 주진우가 뭔가를 꼭 말해야할 의무는 없다.
그들이 말하고 싶지 않거나 말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그들은 나름의 정보망으로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얻고 판세를 읽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그들이 그를 편들거나 옹호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고
또 그들이 목숨걸고 적폐와 싸워온 인생에 대한 모독이고 그들에게 감사했던 내 자신들에 대한 모독이다.
권위와 특권을 부정하는 것도 좋지만 매번 하나하나의 사안에 대해 결벽의 잣대로 재단하고 비난하는 것도 폭력이다.
상대가 요구할 때마다 나의 입장을 증명해야할 의무는 없다.
적어도 김어준, 주진우는 구국의 독립운동가 격으로 평가하는 차원에서 이해해주고 싶다.
흠많은 후보자 이재명 때문에 김어준, 주진우의 침묵을 미리 판단하고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이 상황에서는.
지금은 이재명의 문제에 집중해야한다. 김어준 주진우 발목잡기는 본질이 아니다.
그들의 입을 막거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팟캐나 다른 방송을 접으면
삼성이나 이명박 자금 박근혜 최순실 문제는 누가 다룰까?
사법부가? 문재인 대통령 혼자서? 민주당내 누가? 우리도 이제 전략적으로 김어준 주진우를 방어할 시점이다.
겨우 이재명때문에 두 사람 잃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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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의 미투설은 아직 설이므로 논외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