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안 하고 있지만 한동안 대입 논술 강의를 몇 년 간 했었고
leet 논술 강의도 한동안 해봤고 했던 입장에서
논술 문의 글이 있길래 한 번 써봅니다.
물론 이 건 제 경험에 불과한 것이고 평균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쓰다보니 길어졌습니다. 대충 스킵하면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아무튼
Ⅰ.언제부터 하는 게 좋은가라는 물음에
입시로써 논술시험 준비는
어려서부터 꾸준히라는 정답이 있기야 합니다만
이것도 시험 대비를 위한 강의를 듣는 걸로 한정시킨다면
1. 고2 기말고사 끝나고.
2. 만약 여유가 된다면 고2 여름방학부터.
3. 늦어도 고3 시작하면서.
제가 수업했던 친구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실력이 천천히 사선 형태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몇 달 헤매다 한 번에 몇 단계를 뛰어넘고
그 뒤로 또 그대로 가다 몇 번의 좌절 후 또 한 번에 그게 뛰어넘고
보통 이런 식이었습니다.
이건 아마 다른 과목도 대부분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다른 과목과 다른 점을 보면
논술이라는 것은 영어나 수학 기타 다른 과목들처럼
해야할 명확한 무엇이 주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겠죠.
논술 시험에서 읽기와 쓰기의 비중을 굳이 나눈다면
읽기가 70%이상
쓰기가 30%이하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Ⅱ. 먼저, 읽기에 대해서.
제가 처음 부모님과 상담할 때 늘 드리는 말씀이
논술은 쓰기 시험이 아니라 읽기 시험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처음 몇 달 동안은 읽기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킵니다.
다른 건 없습니다.
해당 글을 읽고 요점을 파악하게 해서 부가적은 부분은 지우고
핵심적인 걸 정리하게 합니다.
어떤 주장이 있으면 그 주장은 무엇인지
무엇을 근거로 그 주장을 하는 것인지
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그래서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인지.
이런 내용들을 완성된 문장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포인트를 찾게 합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당연한 게 아닌가 하고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걸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훈련을 하게 하고
이 훈련은 몇 달이 필요합니다.
물론 학생의 실력, 혹은 이해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얼마나 걸린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이 되면
주장, 근거, 이유 등을 키워드로 파악하게 한 다음
하는 것이 그것을 기반으로해서 해당 글의 구조를 직접 파악하고 구성하게 합니다.
글의 논리적 구조를 파악하게 하는 거죠.
처음에 어떤 문제제기를 어떻게 했고
글 전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직접 구성하게 합니다.
대부분의 입시 논술 1번 문제가 요약하라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학생들 대부분이
해당 내용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줄거리를 씁니다.
축약하는 것이죠.
하지만 키워드 중심으로 글의 논리적 구성을 파악할 수 있다면
생소한 글이 나오더라도 위와같은 방법으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전 이런 훈련은 보통 기출 문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주로 연설문이나 기사, 비평 등등의 글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 걸 보통 몇 달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일 위의 물음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언제부터 시작하는가
1. 고2 기말고사 끝난 후
-> 보통 고3 학기 시작때 까지 기출은 풀지도 않고 이런 훈련을 합니다. 물론 한 번씩은 보여주기도 합니다.
2. 고2 여름방학부터 한 경우
-> 한 학기 내내 합니다. 이 경우에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역시 기출도 한번쯤 보여줍니다.
3. 고3 새학기 부터 시작한 경우
-> 적어도 중간고사 즈음까지는 이렇게 진행합니다.
그리고 기출문제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위의 방식으로 문제를 파악하게 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서 키워드가 아닌 완성된 문장과 문단으로 글을 쓰게 할 경우
이 과정을 거쳤음에도 요약과 줄거리(축약)가 어떻게 다른지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반복이 필요한 이유죠.
저는 제가 수업을 할 때 가르친다는 표현보다는 훈련시킨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이 단계에서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정리하자면 읽기란 얼마나 정확하게 주어진 글이 말 하고자 하는 바를 짚어낼 수 있는가입니다.
Ⅲ. 쓰기에 대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외부 교재를 가지고 수업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작하게 되면 제가 책 한 권을 학생에게 건네줍니다.
이수열씨가 쓴 '우리 말 바로 쓰기'라는 책입니다.
당연히 아시는 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이 책은 잘못된 문장을 제대로 된 문장으로 바꿔서 표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슷한 책으로는 이오덕 선생의 책들도 있습니다만
제가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한 권이기 때문입니다.
이오덕 선생의 책은 권 수가 많거든요.
제가 강의를 시작하게 되면 하루에 두 장 정도(4페이지)를
잘못된 표현과 옳은 표현을 모두 연습장에 옮겨적으라고 합니다.
숙제처럼 내주지만 거의 확인은 안 해요.
꾸준히 하는 학생도 있고 하긴 하지만 띄엄띄엄 하는 학생도 있고
또 몰아서 하는 학생도 있고 처음만 하고 안 하는 학생도 있기도 합니다만
하루 2장 정도를 한다고 할 때 보통 30분이 채 안 걸립니다.
안 하는 학생 말고 그래도 어느 정도 하는 학생이라면 이 기간 동안 최소한 한 번은 다 쓰게 됩니다.
꾸준히 하는 학생의 경우는 두번도 더 쓰게 되죠.
반복훈련 하는 데에 이 책만큼 좋은 책은 없다고 봐요.
이 책의 요지만 말하자면
1. 이중 문장 쓰지 마라.
2. ~ 같다 라는 어미 쓰지 마라.
3. 문장, 혹은 수식어를 복잡하게 꼬지 말고 단순하게 풀어서 써라
뭐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다 아는 내용이죠.
정말 어이 없는 맞춤법 실력만 아니라면 맞춤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 쓰기는 저 책 한 권으로 대체하는 편입니다.
중요한 것은 글을 읽고 파악된 내용을 문제에 맞춰서 어떻게 정리하는가 입니다.
위에서 글을 읽을 때 문장 구조를 파악하는 방법 수업한다고 했었습니다.
이는 글을 쓰게 될 때 역시 필요합니다.
대략 써야 할 글을 서론 본론 결론이라고 한다면
각 부분에 맞춰서 어떻게 써야할 지를 수업합니다.
이 때 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출문제를 다룹니다.
물론 답을 쓸 때는 서론-본론-결론 식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묻는 질문에 따라 구체적으로 써야하니까요.
다만 구체적인 개요는 글 쓰기 전에 미리 작성 해야하고
이 때도 완성된 글이 아니라 개요를 키워드로 작성해서 그 개요를 완성하는 수업을 한 동안 합니다.
이 것도 몇 달 걸려요.
하지만 글을 파악하고 그걸 다시 묻는 요지에 맞게 개요를 작성할 수 있다면 거의 다 왔습니다.
각 문제들은 글자 수 제한이 있습니다.
주로 부산대나 경북대의 경우 답안이 300자 이내로 짧습니다만
이 경우 핵심적인 내용만 적는 것으로도 글자수가 다 차거나 혹은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다른 학교의 경우도 1번의 요약하라는 문제는 200~500자로 짧습니다.
이 경우에는 확실히 써야 할 내용들을 순서대로 정리하고 그 내용에 따라 몇 자로 쓸 것인지 미리 파악해둡니다.
그리고 500자 이상의 경우 최소 두 문단 이상 필요한 경우
각 문단마다 필요한 내용과 글자 수를 미리 개요를 정리하는 시간에 정리해둡니다.
보통 한 단락이 개요정리할 때
1. A
2. B
3. C
라고 한다면
각 번호 하나가 한 개의 단락이 되는 셈이죠.
그리고 이렇게 개요를 정확히 정리하게 되면
나중에 시험 보고 와서 거의 비슷하게 복기도 가능합니다.
Ⅳ. 기타.
시간을 두고 넉넉히 시작할 경우 고2 여름방학부터 시작한다거나 등의 경우에
수업하는 내용이 저는 하나 더 있습니다.
언젠가 부터 반복되는 내용 보다는 성질이 다른 글 여러 개를 번호를 매겨
각 내용을 비교하게 합니다.
예를 들자면 1번은 논설문, 2번은 시조, 3번은 수필, 4번은 표.
이런 식입니다.
주로 한양대나 성대가 대표적인데 다른 학교들도 이렇게 많이 합니다.
성격도 내용도 다른 글 몇 개를 붙여서 각각의 글을 하나의 흐름을 통해 파악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각 지문의 요지가 일관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경우던 공유 경제라거나, 기능론 갈등론이라거나, 문화적 다양성 등등의 다양한 주제가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예를 들면 공유 경제 같은 경우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은 잘 모릅니다.
공유지의 비극, 가로등의 딜레마, 죄수의 딜레마 같은 기본적인 것들도 잘 몰라요.
그래서 저는 이런 내용을 따로 수업하곤 했습니다.
주로 사회과 과목, 법, 정치, 경제 등등을
고등학교 교과서를 다 사서 정리한 다음 필요한 부분들은
논문들 특히 석사학위 논문을 뒤적거려가면서
강의안을 만들곤 했었는데
석사학위 논문들을 주로 이용했던 이유는
해당 내용에 대해 앞에서 정리를 해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암튼 그렇게 만든 강의안을 토대로 따로 강의를 하고
그 내용이 문제에 어떻게 나오는가 보여주고
또 직접 풀어보고 그렇게 했었죠.
여유가 될 경우 PSAT 문제들 중 자료 해석 부분 문제들을 가지고 와서 풀어보기도 하구요.
지문에서 반복되는 글들도 꽤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오래된 미래라는 책인데
사실 한 번 읽어봤다 또는 처음 봤다
이 건 큰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런 지문들을 많이 읽혀보려고 했었습니다만
중요한 건 어떤 새로운 내용이 나오더라도 파악할 수 있는가이지
어떤 글을 읽어봤다가 아니니까요.
논술은 영어가 아닙니다.
입시 논술에 대해서 구구절절 적어놨는데
제가 말 하고 싶은 요지는 흐름을 길게, 그리고 일관되게 가는 게 중요합니다.
단기 강의가 필요한 학생들도 있습니다만
처음 시작하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해당 강사가 어떤 흐름을 가지고 강의를 하려는지 충분히 이야기 해보고 강사를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어느 학원의, 어떤 강사의, 어떤 강의도 물론 중요하지만요.
또 중요한 것.
여름방학 끝난 후부터는 수능 시험 준비에 더 중점 두는 게 좋습니다.
위 과정을 저는 여름방학까지만 진행하고
이후에는 한 번씩 답안 확인 하는 정도로 그칩니다.
수업 시간도 그전에는 한 번에 3시간 넘게 진행하다가
2시간 안쪽으로 가급적이면 한 시간 안 넘기게 하려고 합니다.
물론 다들 같은 경우는 아닙니다만 수능 최저 못 넘겨서 논술이 의미 없어지는 경우가
대략 3/1 가까이 됩니다.
그럴 경우 괜한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특히 논술 수업을 방학때와 같은 강도로
이후에도 진행해 달라고 하는 친구가 수능 최저 못 맞추면 제가 괜히 더 미안해지거든요.
적어도 고3 여름방학 때 까지 논술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있어야 합니다.
고 3 시작하자마자 논술을 시작한다면
대략 5~6개월 정도 되겠네요.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문과 입시 논술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학부모님 글을 보고
간략히 도움되는 글을 드려볼까 하고 시작했는데
쓸데없이 길어졌습니다.
정리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적다보니
쓸데 없는 내용도 있고 쓰려고 했다가 까먹어서 못 쓴 내용도 있습니다.
최근의 논술 경향은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만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걸 전제로 한 번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