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시내 나갔다가
버스 뒷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앞 자리에
머리 하안 신사분과 비슷한 연배의 여자분이 타시더라구요.
앉자 마자 남자분이 전화 하시는데
아시죠? 어쩔 수 없이 강제 청취 모드..
나다. 지금 LA 고모 모시고
너네 집쪽으로 출발했다.
저녁 먹게 준비하고 있어라.
(아, 여동생분이 미국에 사시는데
오래만에 한국에 다니러 왔다 오빠분 만났나보다)
뭐라고? 저녁 먹었다고?
...
이 때 날이 훤하긴 했어도 시간은 오후 6시.
전화 받은 분이 아들인지, 며느리인지. 딸인지 모르겠지만서도.
..
잠시 침묵 흐르더니
그럼, 어디어디로 가서 저녁 먹을 테니
일단 준비하고 나와라.
저녁 말고 차나 한 잔 하지 뭐.
이래저래 약속 정하시고 전화 끊으시는데
어찌나 무안해 하시는지..
어쩌고 저쩌고
애네가 어디 나갔다가 오는 길에 어쩌고 저쩌고.
한참동안 동생분에게 설명하시는 모습 보니
한편으론 딱하다 싶으시면서도
한편으론 좀 미리미리 일정 의논했으면 좋았겠다 싶더라구요.
왜 어른들 그런거 있잖아요.
본인 위주로 세상이 돌아가는 줄 아는거.
내가 전화하면 당연히 밥 만 먹고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을 거고
미리 일정 의논하는 모양새가
마치 스스로의 자존심 훼손된다고 생각하는 묘한..그런 느낌적인 느낌.
설명 마치고도 그리고도
에효..참...에효 참을 연발하시는 거 보니
오늘 저녁 분위기 ...싸하겠다.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