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할게요 [엠팍펌]

.............. 조회수 : 1,953
작성일 : 2018-04-19 02:23:27

삼풍백화점 붕괴는 몇주기야?

성수대교 붕괴는?

대구 지하철 참사는?

 

나머지 참사들도 매년4월 16일에 한번씩

이런 식으로라도 생각들 해주자 쫌

 

 

며칠 전 우연히 페북에서 이런 글을 봤다.

지속 되는 국가적 재난 중 어째서 세월호에는 유난히냐는 목소리였다.

자칭 우파 여신이라는 분 인간의 글이었다.이 글을 보고 내가 다 화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한참을 울었다.

사람들 참 잔인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생각했다.

내가 삼풍사고 생존자니까

삼풍사고와 세월호는 어떻게 다른지,

어째서 세월호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지.

내가 직접 말해줘야겠다고,

 

먼저 삼풍사고는 사고 직후 진상규명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참담하고 비통한 얼굴로 머리를 조아렸으며

피해 대책 본부가 빠르게 구성되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피해보상을 약속했다.

또 당시 조순 서울시장은 내가 입원해 있던 역삼동의 작은 개인 병원까지 찾아 와 위로 했으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뉴스에서는 사고의 책임자들이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구치소로 수감되는 장면이 보도되었고

언론들은 저마다 삼풍사고 붕괴원인과 재발 방지에 대한 심층 보도를 성실히 해 주었다.

물론 사고 관련 보상금도 정부의 약속대로,

사고 후 일 년 쯤 지나자 바로 입금 됐다.

덕분에 당시에 나는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완벽하게 납득할 수 있었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벌어진

세월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그때와 사뭇 달랐다.

어쩐일인지 세월호 관련해서는 진실규명은 고사하고

정부와 언론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 축소, 시키고 있다는 느낌까지 주었다.

제대로 된 관련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삼풍 때는 부실건물 인허가 내준 공무원들도 싹 다 처벌 받았다)

사고가 난 후 한참 뒤 어디서 뼈다귀 같은 것을 찾아 와.

옛다 이게 벙언의 유골이다. 그러니 인제 그만 하자는 투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기자회견장에 등 떠밀려 나온 것 같은 얼굴의 503은

눈물이 흐르는 모양새를 클로즈업 해가며, 방송을 통해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다.

' 나 불쌍하지 않아?나한테 무얼 더 원해, 이제 그만해'

 

또 당시 삼풍백화점 자리는 영구적으로 재건축을 불허하고

희생자 추모 공원을 세우자고 하던 언론들이

어쩐 일인지 세월호 때는 경기가 어려우니,어서 잊고 생업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그뿐인가, 어버이 연합을 비롯한 일부 보수단체에서는

광화문에 나 앉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아이들의 죽음을 빌미로 자식장사를 한다고도 했다.

 

이쯤에서 잠깐,

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이런 종류의 불행과 맞바꿀만한 보상금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생각보다, 돈이 주는 위로는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당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그 돈이 그 후의 인생에 도움이 됐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런 일을 피하고 그 돈을 안 받을 수 있다면,

아니 내가 받은 보상금의 열배를 주고라도

그 일을 피할 수만 있다면 나는 열 번이고 천 번이고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당신들은 모른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잘 모른다.

이런 사건 사고가,개인의 서사를 어떻게 틀어놓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사고 이후로 나는 여태 불안장애로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있다.

물론 번번이 미수에 그쳤지만,

그간 공식적으로 세 번이나 자살 기도를 했다.

한순간 모든 것이 눈앞에서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을 본 후로

나는 세상에 중요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고

언제나 죽음은 생의 불안을 잠재울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그깟 돈이 삶의 이유가 되어 줄 수 있을까.

글쎄 통장에 얼마나 있으면 그럴까.

나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삼풍때 정부로 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 일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말한다.

세월호는 기억 되어야 한다고,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영원히 잊으면 안 된다고.

 

오히려 나는 당신들애게 되묻고 싶다.

어째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는지

정권을 교체 해서라도,우리 아이들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알면 안 되는 건지.

아무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이 일을 그만 둬야 하는지 묻고싶다.

그리고 그저 당신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한 순간 허망하게 자식을 잃은 분노와 슬픔을 왜 표현하면 안 되는지도 궁금하다.

 

그러니까 제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거든.

차라리 침묵하자.

아니지,

자식의 목숨을 보상금과 맞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면 떠들자.

그런 사람이라면 떠들어도 된다.

그도 아니라면

부탁인데

제발

그 입 닫자.

그것이 인간이 인간으로써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다.

 

엠팍펌:  http://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804190016134197

원문링크: http://www.ddanzi.com/free/509234761

 

 

IP : 66.41.xxx.20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모모
    '18.4.19 3:39 AM (1.244.xxx.38)

    불편하다고 진실을 외면해선 안되죠. 아파도 세월호는 정확히 진실을 밝혀야하고 꼭 해내야 합니다. 꼭!

  • 2. 고맙습니다.
    '18.4.19 6:15 AM (218.234.xxx.117)

    맞아요.
    자식잃고 단식하는 사람 앞에서
    폭식투쟁한다는 건 있을수 없었죠.
    적어도 그 때는...

  • 3. 소금
    '18.4.19 8:44 AM (182.222.xxx.251)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정치성 발언, 연예인 글에는
    벌떼 같이 달겨 들면서
    이런글에 관심없는 자들...
    이나라 미래가 암울하네요~~ㅠㅠ

  • 4. ..
    '18.4.19 9:25 AM (211.179.xxx.189)

    가족을 잃어보니 세상의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안되는게 있구나 싶습니다.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두 번 죽이는 짓은 하지않는게 인간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03850 생리대 어디꺼 사세요? 3 ,,, 2018/04/20 1,704
803849 수십년동안 종북몰이로 선거를 치룬 뻘건당 이제는 뭘로 선거하나요.. 9 음.. 2018/04/20 872
803848 유인태 "김경수는 거짓말 못해. 옛날 문재인도 그랬다&.. 18 역시 2018/04/20 4,133
803847 인천일보 만평 11 ㅇㅇㅇ 2018/04/20 1,199
803846 한국 회사는 업무시간에 타이트하게 일을 안한다는 것 6 ... 2018/04/20 1,485
803845 소고기 육수 기름거르기 3 음... 2018/04/20 1,397
803844 더불어민주당 TV조선 형사고발 조치! 31 Pianis.. 2018/04/20 3,390
803843 집에서 더치기구로 내리시는 분~ 1 커피조아 2018/04/20 613
803842 최재성 3일만에 후원계좌 닫음 /펌 13 와우 2018/04/20 2,898
803841 아들 친구가 제 카톡에 친구로 떴어요.. 4 ㅇㅇ 2018/04/20 3,907
803840 민주당, 성폭력 의혹 안병호 함평군수 제명 3 이읍읍은? 2018/04/20 777
803839 매번 남자가 심드렁해지는 이유가 뭘까요? 제가 문제인가요? 9 33 2018/04/20 2,352
803838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9 .... 2018/04/20 887
803837 무당파 남편 5 사과꽃이 2018/04/20 1,575
803836 DKNY 싱글 노처자들 컴온 35 싱글이 2018/04/20 2,331
803835 약사님계실까요? Losartan/HCTZ 50-12.5MG이것과.. 3 .... 2018/04/20 731
803834 속보- 남북정상 직통전화 핫라인 개통..."평양입니다&.. 7 ㅇㅇ 2018/04/20 1,339
803833 문재인 대통령, 美포춘 ‘위대한 지도자 50인’ 4위…국가 정상.. 7 ㅎㅎ 2018/04/20 694
803832 김경수 의원 26 ㅎㅎㅎ 2018/04/20 3,254
803831 전립선암, 서울대병원 의사 추천부탁드립니다 6 .. 2018/04/20 1,754
803830 유투브로 캔디를 보고있어요 5 ㅇㅇ 2018/04/20 1,154
803829 이재명 쪽 (?) 트윗 jpg 20 헐이런잡것 2018/04/20 2,612
803828 유치원 학부모 상담가요 2 ... 2018/04/20 840
803827 끌려가는 ‘미래 유권자’ 보고 웃는 한국당 홍준표·김문수 4 ㅇㅇ 2018/04/20 956
803826 다이슨 드라이기 사용하시는분? 15 .. 2018/04/20 3,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