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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경험자로서 느낀 것들

.. 조회수 : 4,505
작성일 : 2018-04-01 15:11:53
저는 나이 많은 구직자이고 현재도 구직 중인데요. 저는 주로 공기업, 정출연, 대학교, 비영리기관에 지원합니다. 제가 지원한 곳들은 대개 서류전형-필기전형-1차면접-2차(최종)면접의 4단계가 제일 많고, 기관에 따라서는 서류전형-1차면접-2차면접 또는 서류전형-필기전형-최종면접 이렇게 3단계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다만 제가 지원하는 곳은 한정적이기에 일반화는 불가합니다. 아 제가 경험한 바로는 대학교 교직원은 블라인드 채용을 하지 않는 곳이(학력, 성별, 나이, 사진을 거의 기입해야 함) 대부분입니다.

0. 블라인드 채용
학력, 성별, 나이, 가족관계, 출신지, 사진 등 개인 신상에 관한 내용을 배제하고 그 사람의 역량 등을 중심으로 채용하려는 제도입니다. 온라인 지원 시 지원서와 자기소개서 모두에 관련 내용이나 관련 내용을 유추할만한 내용을 적으면 안됩니다. 이런거 없으면 대개 자기소개서에 "대법관을 지낸 할아버지, 부장판사를 역임 중인 아버지를 따라", "서울대 재학 중에",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뭐 이런 문구 적은 애들이 유리하니까요. 

1. 장점: 학력 적는 란이 없다.
블라인드 채용 전에는 온라인 지원서에 학력 란이 거의 있었는데 블라인드 채용이 공공연해진 이후로는 학력 적는 란 자체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지원서에서 1) 학력 란 자체가 아예 사라졌거나, 2) 학력 란이 있되 전공명과 졸업여부만 적거나, 3) 학력 란이 있되 전공명, 졸업여부, 평점평균(GPA)만 적는 란이 있습니다.
(추가) 아 하나 빼먹었는데요. 대졸 이상은 대개 고교 정보부터 적습니다. 고교명이나 졸업연도를 적는 경우도 가끔 있고 대개는 고교 계열(인문, 상업, 과학, 외국어, 예술, 검정고시 등등), 졸업여부 적습니다.

2. 장점: 태어난 연도를 적는 란이 없다.
블라인드 채용 이전에는 온라인 지원서에 생년월일 6자리 적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블라인드 채용 이후로는 거의 없어졌어요. 만약 적는다면 생일 정도(예를 들어 0401) 적습니다.  

3. 장점: 사진 등록 란이 없다.
이전에는 사진 등록 란이 거의 필수였는데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한 곳은 대부분 온라인 지원서에 사진 등록 란이 없습니다. 다만 몇몇 회사는 서류전형 합격 후 필기전형 대상자에 한해 시험 전까지 온라인 채용 시스템에 사진과 생년월일 6자리를 등록하라는 곳이 더러 있습니다(필기전형에서 본인이 맞는지, 신분증과 함께 비교, 대조해서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하더군요).

4. 맹점: 이수과목 연도를 적는다.
네 학교명을 적는 란은 없는데 꽤 많은 수의 공기업, 출연연에서 이수과목의 연도를 적는 란을 만들어 뒀어요. 학교교육의 경우 과목명, 주요 내용, 본인이 취득한 성적, 이수시기를 적어야 합니다. 자신이 지원한 분야가 일반행정이면 경영학, 행정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이 항목에 적을 내용이 좀 있는 편인데 적게는 5개, 많게는 10개까지 이수과목을 적을 수 있는데 이수시기(예를 들어 2010.03.01-2010.06.22 이렇게 기입해야 합니다)를 적다보면 그 사람의 나이가 대략 유추 가능합니다. 

5. 맹점: 면접 질문 받다보면 지원자의 배경을 알 수 밖에 없다.
요즘 신입 채용을 가보면 정말 생짜 신인은 거의 없습니다. 다른 기업 재직 중에 옮기려는 사람, 계약직을 해본 사람, 인턴을 여러 번 해본 사람 등 아무런 조직 경험이 없는 지원자는 정말 몇 안되더군요. 특히 저는 사기업은 배제하고 지원하다 보니 제가 면접을 보러 가면 대기업, 국책은행에서 워라벨 때문에 연봉 축소를 감소하고서라도 정규직 공채에 신입으로 지원하신 분들을 꽤 봅니다.

제가 이 분들이 대기업, 국책은행에서 오신 것을 어떻게 알까요? 1차 면접전형에서 다대다 면접을 들어가서 공통 질문을 받고 대답하다 보면 본인 경력 관련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알 수 밖에 없습니다. 팀원과의 갈등 경험을 이야기 하라는데 A 지원자는 대학 팀플 경험을 말하는데 B 지원자는 대기업에 근무할 때 대형 프로젝트 협업 경험을 이야기 하면 면접관에게 누가 더 어필 될까요? 재무회계 직원을 뽑는데 A 지원자는 경영학 전공 졸업예정자인데 B 지원자는 국책은행 경력자면 면접관은 누가 더 마음에 들까요? 

그리고 면접전형을 들어가 보면 면접관들에게 제공된 자료에 내 학력, 경력이 적혀 있구나..이런 것을 꽤 느끼게 됩니다. OOO 지원자는 ## 때 이런 경력이 있는데~~ 라고 묻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아니면 학력은 대학명은 지우고, 전공명만 남겨놨다던지(해외 대학 졸업자는 전공명을 영어로 적어놔서 대학명을 지워도 면접관들이 해외대 졸업자구나 인지합니다), 학력은 지웠는데 경력 기관은 그대로 놔뒀다던지 뭐 그런 식입니다. 특히 경력 란에는 시기를 적다보니 지원자의 나이대가 역시 유추 가능합니다.

제가 경험한 블라인드 채용이 블라인드 채용의 전부는 아니지만 뉴스 기사에서 블라인드 채용으로 엄청나게 공정함을 확보한 것처럼 이야기할 때는 실소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분명 이전보다 더 나아진 것은 맞지만 그 안에서도 이런 저런 맹점이 있고, 그런 것들을 이용해서 대다수의 기관들은 '우리는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나저나 얼른 취업했으면 좋겠네요..
IP : 14.47.xxx.18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4.1 3:17 PM (117.111.xxx.230)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2. 123
    '18.4.1 3:55 PM (175.121.xxx.86)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말만 들을 때는 막연했는데 원글님 덕분에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일자리 곧 만나실 거예요. 화이팅입니다!

  • 3. ..
    '18.4.1 5:34 PM (49.170.xxx.24)

    블라인드 채용이기에 면접까지 가보는 기회가 오는 사람도 있을거예요. 기회의 문을 넓혀주는 건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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