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처음에 글 쓰신 분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아요. 저도 예지몽 잘 꾸고 예감이 잘 맞기는 한데,
첫글 그분처럼 재미있을지 모르겠네요. 지금 얘기하려는 건 제 자신에 관한 얘기에요.
저희 집이 원래는 불교신자가 많고 엄마는 지금도 일주일에 6일은 절로 출근하세요.
저도 그런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동아리까지 불교학생회에 들어갔어요.
그곳에서는 항상 첫봄에 수련회를 1박 2일로 갔어요. 경기도의 한 사찰이었어요.
선배들과 제가 절문에 들어가서 제가 불당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큰 개 한마리가 달려와서
저를 쫓기 시작했어요. 절마당을 몇 바퀴나 뛰었는지 모르겠네요.
겨우 사람들이 그 개를 잡고 나서 제가 불당에 신발을 벗고 올라갔는데요.
그 개가 다시 나타나서는 제 신발을 절문 밖으로 내다 버렸어요.
정말 황당한 사건이었죠. 제가 오는 길에 선배한테 여기 오느라 참석 못한 소개팅 얘기를 했는데
선배가 니가 그렇게 이성에 대한 탐심을 놓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놀렸어요ㅋㅋ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서 2학년이 되었어요. 어느날 꿈을 꿨는데
제가 어떤 장소에 와 있는데 기독교계 예배당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위가 온통 목재로 구성되어 있고 촛불이 앞뒤로 휘황하게 밝혀져 있었습니다. 사람도 많았구요.
깨고 나서는 한동안 잊어버렸어요.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가
저는 어느날 세례를 받고서 천주교 신자가 됐어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당이란 곳에 갔던 게 2008년 2월 9일이었어요.
기도가 너무너무 하고 싶어서 갔지요. 아무튼 그 한해 동안 교리를 듣고 연말에 신자가 되었습니다.
그때 꿈에서 부처님을 처음으로 봤어요. 신기하게도 제 자아가 2개로 나뉘어져서
하나는 마차에 타고 있고 하나는 부처님의 옆에 서 있었어요.
부처님은 제가 마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언덕 위에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신자가 되고 나서 몇년이 지난 뒤에 문득 옆 동네 성당에 한번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곳이 바로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꿈에서 봤던 그곳이었어요.
준공일자를 보니 제가 꿈을 꿨던 그 시기에 지어졌더라구요. 그 전에는 한번도 그 장소에 가본 적이 없었는데
속으로 많이 신기했어요. 그런데 왜 제가 세례받은 우리 본당이 아니라 옆 동네 본당이 꿈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
옆 동네 성당은 좀 신기해요. 이곳에 설마 성당이? 라는 생각이 들게끔 다른 건물들의 뒤편의 옴폭 파인 장소에
무슨 보물 보따리처럼 딱 앉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종교는 사실 알고보면 하나라는 말을 믿어요.
그런데 제 경험상 기독교와 불교는 그 성질이 좀 달라요. 직장에서 여러 부서가 있듯이
맡고 있는 파트가 다른 느낌이죠. 지금 다시 절에 가서 불교도 하라면 못할 거 같아요.
종교 사이에는 뭔가 다른 내용이 분명히 있어요. 저는 성령과 불성의 내용이 다른 게 확실히 느껴져요.
제 솜씨가 모자라서 표현하라고 하면 제대로 못하지만요.
그러나 하느님의 축복이 있듯이 부처님의 가피가 있다는 것도 알아요.
저도 그 가피 아래에서 성장했고 이제는 다른 세계로 나온 거죠. 부처님 입장에서는 천주교로 시집보낸 거구요.
엄마는 제가 세례받을 때 집안에 종교가 2개가 되면 안된다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지금 잘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