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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소심한 제 자신이 너무 싫네요.

... 조회수 : 2,586
작성일 : 2018-03-13 12:19:42
아까 집에서 좀 먼 재래시장까지 운동삼아 걸어가고 있었어요.
동네지만 초행길이었구요.

걸어가다가 왕복 4차선 작은 건널목이 나왔는데 길을 건너려고 보니 신호등이 고장나 있었어요,
그 건널목에는 정지선 바로 앞에 딱 경찰차가 신호대기하고 있는 상태. 
신호등이 고장나있으니까 차량진행 되는 쪽 신호등을 올려다보니 빨간불.
그래서 저는 길을 건넜죠. 경찰차 바로 앞으로

근데 경찰차에서 순간 뭐라뭐라고 마이크 소리가 나는데 정확한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고 시험삼아 마이크를 눌러보는 듯한 소리가 났고요. 제가 경찰차쪽으로 보니 그냥 평온했어요. 
전 당당히 경찰차 앞으로 길을 건너서 골목길로 접어드는데 그 경찰차가 저를 쫓아오는거에요. 

그 차가 제 바로 뒤에 차를 거칠게 딱 세우더니 운전석에서 경찰이 내렸는데
제 체감상 키가 190은 되어보이는 젊은 남자가 이보세요!!! 하더라구요. 
암튼 거대한 1자가 제 눈앞에서 저를 혼내듯이 경찰차 앞에서 버젓이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그러면서 종이같은걸 꺼내고 암튼 분위기상 딱지 끊는 분위기였어요. 

제가 평소에 대인기피증이 있어 말을 중언부언하고 목소리가 다 기어 들어가고 그래요
나이가 마흔인데 불치병이네요. 
근데 예상되는 상황들에선 제가 의식적으로 또렷하게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이렇게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치니 순간적으로 제가 쭈구리가 된거에요.  

아니 그게 아니고 제가요................
아니 아까 신호등이 망가져서요.......................
제가 무단횡단을 하려고 한건 아니고요..................
저는 원래 안그러는데요................
여기 제가 초행길인데요..............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새처럼 쩨쩨쩨쩨 거리면서 바보처럼 말을 했어요.
그 1같은 젊은 경찰관은 기차화통 삶아먹은 목소리로 저를 혼내듯이 말을 하고요. 

신호등이 망가지긴 뭐가 망가져요!
어떻게 경찰차 앞으로 당당히 무단횡단을 합니까? 네? 
앞으로는 무단횡단 하지 마세요! 네? 알아들으셨어요?
이번은 봐드립니다 네?

그 남자 저보다 10살은 어려보였고 너무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 남자한테 기가 죽어서 시장 가서도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하고 떡볶이도 못사먹고 쓸쓸한 기분 잔뜩 들고 
암튼 기분 잡치면서 다시 집쪽으로 걸어오는데

와....
아까 그 위치 지나오는데 
신호등 고장난거 맞음.....
억울한 마음에 사진찍어놨어요 제가.
나중에 혹시라도 또 마주치면 따지려고. 그럴일은 없겠지만 암튼 억울한 마음에 찍게 되더라고요 
전 바지에 똥을 싸도 무단횡단이라고는 안하는 사람인데 참 억울했어요. 

그런데 억울이 문제가 아니라 제 자신에 대해 왜 이리 화가 나고 부끄럽죠?
그 경찰아저씨한테 아저씨. 신호등 분명이 고장났었다니까요? 제 말이 맞아요. 저 따라와 보실래요? 내기하실래요?
해가지고 그 신호등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혹시나 만에 하나 내가 잘못봤나 싶어
그 범칙금 몇만원 내는게 두려워서
나이도 어린 경찰한테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 변명, 저 변명 하고
마지막엔 허리까지 두번 숙여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왔다는거 아닙니까.
정말 악몽이네요. 

아들이 안봤길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구요 
(저처럼 소심하게 클까봐 게다가 남자애라 제가 일부러 아들 앞에서는 무리수 두면서 씩씩한 척 합니다)

전 왜 이리 찌질할까요??????
시장가서도 뭐 훔치러 온 사람처럼 눈치나 보고 다니고.
인파가 많으면 거기 휩쓸려 다니느라 자연스러운데 오늘은 평일에다 이른 아침이라 상인들이 다 저만 보는 것 같더라고요

이 찌질한 성격 불치병인거죠? 

IP : 125.177.xxx.158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8.3.13 12:29 PM (114.203.xxx.241) - 삭제된댓글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내가 틀렸나 하고 생각되죠.
    기억이 확실치 않은 걸 어떻게 해요.
    소심하지 않으려면 비용을 감당할 용기를 내야 하는군요.
    결국 대담함도 리스크를 감당한 성과인 거죠.
    경찰서 한번 갖다 오면 한달은 우울해요.
    거기서는 진짜 쭈구리 되거든요.
    그리고 나와서는 자괴감이 들죠.

  • 2. 미 투
    '18.3.13 12:30 PM (220.78.xxx.47)

    이런 상황이 바로 미투 운동을 해야되는 상황을 보여주는거라 생각되네요.
    내가 옳음에도 상대방의 고압적 자세에 에데데거리게되는

  • 3. 불치병 아니에요.
    '18.3.13 12:30 PM (222.237.xxx.108)

    기분이 얼마나 안 좋으셨을까요.
    일단... 위로 드려요. 토닥토닥.

    저도 한 찌질, 한 소심 해요.
    일단 저 꺽다리 경찰도 누군가 만만한 상대를 찾고 있었나 보네요.
    그의 우울하고 초라한 기분을 풀고 싶었겠죠.
    그 레이다에 원글님이 들어온 겁니다.
    을이 을을 괴롭힌다고...
    상처 있는 사람이 상처 있는 사람을 괴롭히더라고요.

    저는 고쳐가는 중인데요.
    일단 누군가 저를 만만하게 보고 태클 걸어오면
    가슴은 쿵쿵 뛰지만 가만히... 말 없이 노려봅니다.
    내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은 후...
    그의 이름표를 보고 ***씨? 부른 후.
    제가 기록 남겨놨고요. 자세한 건 기록 제출 후 얘기하죠.
    전 아닙니다. 얘기하면...
    대부분 쫄아요. 특히 같잖은 권위 내세우며 일하는 것들은요.

    고칠 수 있어요.
    나 만만히 보고 덤벼드는 것들의 스트레스 해소 꺼리가 되어선 안되죠.
    원글님 찌질하지 않아요.
    우울해 마시고요.

    그리고 범칙금 아까워 마세요.
    차라리 당당히 돈을 내고... 됐습니까? ***씨? 얘기하면 껌뻑 죽습니다.
    돈 몇만원 보다 소중한게 나잖아요.

    저도 아들 엄마입니다만.
    아들도 알아요. 엄마 무안해할까봐 모른체하는 거지..
    엄마 소심한 거 알거든요.
    내가 고쳐나가는 수밖에요.

    힘내세요!
    허리 함부로 굽히지 마시구요.

  • 4. 그냥
    '18.3.13 12:31 PM (114.203.xxx.241) - 삭제된댓글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내가 틀렸나 하고 생각되죠.
    기억이 확실치 않은 걸 어떻게 해요.
    소심하지 않으려면 비용을 감당할 용기를 내야 하는군요.
    결국 대담함도 리스크를 감당한 성과인 거죠.
    경찰서 한번 갖다 오면 한달은 우울해요.
    거기서는 진짜 쭈구리 되거든요.
    그리고 나와서는 자괴감이 들죠. 그래서, 어지간하면 싸울 일 있으면 제때 정확하게 말하려 해요.
    따질 건 따지고요. 안 그러면 후유증이 있더라고요. 돈은 둘째치고, 마음이 다치더라고요. 누가 다치게 한 게 아니라, 아무말도 못한 내가 나를 다치게 한 거죠.

  • 5. ....
    '18.3.13 12:32 PM (125.177.xxx.158)

    소심하지 않으려면 비용을 감당할 용기를 내야 하는군요.
    결국 대담함도 리스크를 감당한 성과인 거죠.


    맞아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어요.
    와... 나는 이 정도 용기도 없구나...
    이 정도 (끽해야 범칙금 몇만원) 리스크도 감당할 용기도 없구나.
    그래서 굽신굽신하는구나 그거 감당하기 싫어서

  • 6. 그럴때 저라면
    '18.3.13 12:38 PM (211.245.xxx.178)

    신호등 고장난거 같으면 물론 그냥 건너지만, 경찰차 있으면 창 똑똑 두들기고 이거 고장난거같은데 그냥 건너도 되겠지요? 하고 물어봐요.
    어디든 무엇이든 모를땐 당당하게 물어보는거지요.
    그런데 저도 백화점이나 마트같이 가격 다 있는거 아닌 시장에서 뭐 살땐 쭈그리돼요.ㅠㅠ
    무섭더라구요. ㅎㅎ

  • 7. 이젠
    '18.3.13 12:49 PM (222.152.xxx.50)

    마음 푸세요, 저도 맨날 지나고나서 이럴껄 하고 이불속에서 하이킥날려요~
    그 경찰관 참 못됐네요, 친절하게 이야기해도 될걸 아침에 와이프랑 싸우고나왔나 아니면 상관한테 혼났나
    친절하게 알려주면 다음부턴 더 조심하게 되는데 소리지르고 지롤이람~

  • 8. ...
    '18.3.13 1:07 PM (61.255.xxx.223)

    너무 자책마세요
    그게 뭐 찌질하고 소심한 건가요
    덩치 큰 남자가 다짜고짜 걸어와서 거세게 몰아붙이면 누구나 당황해서 어버버 하게되죠
    그냥
    어머 별꼴이야 지가 신호등 고장 난 거 못보고서~
    눈이 뒤통수에 달렸나 참나
    하고 시장에 파는 닭강정이나 먹으러 가고 말겠어요
    그 사람 하나 때문에 기분 상하기엔 하루가 너무 아까워요

  • 9. ㅇㅇ
    '18.3.13 1:21 PM (107.3.xxx.60)

    근데 경찰이 갑질이 아니구요
    어떤 경찰이라도 경찰차 앞에서 위반은
    도전으로 받아들여요.
    경찰이 뻔히 보고있는데 위반을 해?
    나를 물로 봐? 라고 생가한다는거죠
    그리고 이럴 경우 범치금 딱지 꼭 떼려고 하죠
    너가 한번 해보겠다 이건데 나도 너 그냥은 안보낸다
    이렇게 되는거죠

    그 경찰을 비난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상황에서 원글님이 신호등이 고장이었다는
    상황설명을 분명하게 하기보다는
    변명하듯 우물쭈물 거리셨으니까요.
    그 경찰도 상당히 고압적이었던듯 하니
    뭐 굳이 비난을 하자면 할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은 그게 해야 할 일이고
    공권력 유지를 위해 어느 정도 위압적인 자세가 필요한
    순간도 있죠
    (사실 외국에선 교통 위반으로 걸려도 다들
    얼마나 긴장하고 경찰 앞에서 바짝 어는데요.
    깍뜻이 예스 써!! 하고 납작 엎드립니다.
    어떠 토도 달지 않고 무조거 예스! 하고 시키는대로
    하는게 최선이라고들 가르칩니다)
    어쨌든 원글님 맘 상하신건 위로 드려요

  • 10. 그럴 수 있어요.
    '18.3.13 1:57 PM (118.219.xxx.45)

    토닥토닥...

    제 남편이 한 체격(?) 하는데
    어쩌다 트러블 생겨 말싸움이라도 하게되면
    상대방이 위로 쳐다 보며 말하다 쫄더라구요.
    (내용과 상관없이)
    남자들도 그러더라구요.

    순간 그럴 수 있다고 봐요.

  • 11. ㄱㄴㄷ
    '18.3.13 2:17 PM (210.104.xxx.69) - 삭제된댓글

    원글님 댓글이 맞습니다
    물론 타고나기를 가진거 없이 깡이 센 사람도 있지만
    원글님이나 저 같은 사람은 그나마 본인이 감당할 재력,능력이 있을 때
    깡이 나오는 부류입니다, 스스로 을이기를 자처하는 부류요
    나이 먹으며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애면 글면 살아갑니다
    제가 후회되서 그러는데요 ,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세상에 '안된다' 하는 일은 죽는거 밖에 없습니다
    무슨 일이건 대처가능하고 해결 해 갈 수 있으니 예의는 겸비한 깡을 가지고 살아갑시다

  • 12. 중간은 없을까요?
    '18.3.13 11:36 PM (1.241.xxx.222)

    전 오히려 원글님이 부러워요ㆍ 제가 보기엔 원글님은 소심할지언정 유순하고 착하고, 드세지 않아서요ㆍ
    전 불합리한거나 부당한거 약간의 억울함을 못참고 따지거든요ㆍ따지고나서 돌아 서면 바로 후회돼요ㆍ 다른사람들처럼 그냥 넘길걸하고요ㆍ남들은 다 참고 안따지는데 내가 왜 나서서 싸우나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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