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모든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가 발생한 동시에 피해 사실을 즉각 깨닫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뚜비뚜빠 조회수 : 1,345
작성일 : 2018-03-07 00:42:38

모든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가 발생한 동시에 피해 사실을 즉각 깨닫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많은 경우, 피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똑바로 인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받는 일은 지난하며 그에 더해 성폭력 피해자라는 정체성이 개인의 다른 많은 정체성을 폭력적으로 위협하는 구조까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면 꽃뱀이 되고, 그 모든 어려움을 뚫고 피해 사실을 인정받으면 피해자 정체성만 남고 다른 모든 가능성이 지워질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끝없이 꽃뱀이라는 의혹에 찬 시선을 받거나 아니면 티끌없이 환영받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생은 끝장나고 가련한 피해자로서의 정체성만 간신히 남겨져 힘을 잃거나 정신적 문제를 안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하게 살아남는 삶. 여성들에게 이것은 피해 사실에 더해 거대한 짐으로 공포로 다가온다. 그래서 어떤 여성들은 피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나도 원했다고 자기 최면을 거는, 아무하고의 대결을 결심하지 않아도 되는 좀더 쉬워 보이는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강간이 발생한 뒤에 자발적으로(과연 이것이 자발의 범주에 들지도 의문이지만) 가해자와 섹스를 몇 차례 하거나, 친근하게 대화하거나 장난스럽게 카톡을 주고받거나 친구들에게 그 일에 대해서 일부러 가볍게 이야기하거나, 그 일도 성적 접촉자체도 아무 의미도 아니라는 것을 자기자신에게 과장되게 증명하기 위해서 성적으로 쿨하고 자유로운 척 행동하고 다니는 일은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멀지 않은 주위의 여성들이 그런 일을 겪었고 짧게 혹은 길게 혼란의 시간을 보낸 것을 나는 안다. 그것은 피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싸움을 결심하는 데 너무 많은 용기와 각오와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자신에게 일어난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빠르게 대처한 영민하고 용감한 여성들은 망설이지 않았다는 까닭으로 '피해자 진정성'을 의심 받아 꽃뱀 취급을 당한다. 늦게 인정하고 행동한 여성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늦게라도 용기내서 발언한 여성들도 똑같이 꽃뱀 취급을 당한다. 이 경우에는 지난 시간의 망설임과 공백, 그 공백 기간 동안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 여성이 꽃뱀이거나 거짓말쟁이거나 관종 사이코라는 증거로 채택된다. 
결국 어떻게 하거나 웬만해선 꽃뱀 취급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꽃뱀이 아닌 '진정한' 피해자로 인정되면 그 다음부터는 나의 모든 개성과 정체성을 지우고 성폭력 피해자 정체성 하나로 획일화하려는 시선의 폭력과 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무시무시한 구조. 여성들에게 너는 무슨 일이든 당할 수 있지만. 어떤 일을 당해도 순종하고 입 다물고 살라는 사회적 협박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쪽의 말을 다 들어야 한다고 소리지르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당신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결심과 용기를 쥐어짜내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일, 또다른 가해를 각오하고 대비하지 않아도 되도록 당신이야말로 생각 없는 그 입을 다무는 일이다.



2차가해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예전에 써놓은 글 퍼왔습니다. 

IP : 14.53.xxx.6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치
    '18.3.7 12:48 AM (211.36.xxx.127)

    좋은 글이에요. 피해자가 얼마나 훌륭한 모습의 피해자인가 평가하지 말고 또다른 가해자인 그 입을 다물라.

  • 2. ...
    '18.3.7 12:48 AM (211.210.xxx.20)

    2차 가해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2차 가해 행위될수도 있겠다는 인식 자체를 못하며 더군다나 이런 긴 글을 읽을 지능도 의지도 없어 보입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상식의 한계에서 잘 살아보라.
    만약 자신의 상식선에서 납득하지 못하는 억울함이나 성폭행 폭력이 발생해도 남의 연대나 도움 받을 생각 하지도 말라. 두배로 부메랑 맞길!

  • 3. 맞아요
    '18.3.7 12:59 AM (211.210.xxx.216)

    그 여배우가 김기덕 조재현에게 성폭행 당한거 알고
    그 조재현 매니저란 새끼
    왜 나와는 안 자냐고 자기도 자게 해 달라고
    그렇게 성폭행 당하면 성폭행 당한 여성은 사회의 공공재라고 생각하는 미친새끼들이 달려들고
    그리고 김기덕이란놈이 그냥 대주지 그랬냐고

    그 대가리 뿌셔 버리고 싶어요
    그런 대가리 가진 괴물을 뿌셔 버리고 싶어요

  • 4. snowmelt
    '18.3.7 1:07 AM (125.181.xxx.34)

    쇠 귀에 경 읽기입니다..
    왜냐고요?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요.
    이해하기 싫은 건데..
    이해가 안 된다.. 말합니다..

    고소했으니 지켜 보겠다는 분들은 양반입니다..
    근거없는 추측으로
    2차 가해를 시도합니다..

    끔찍하게 싫은 데 네 번이나?
    격렬한 반항이 있어야만 강간인데?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지?
    무슨 꿍꿍이가 있나?
    인터뷰 태도는 왜 저렇지?
    왜 자기 몸을 보호하지 못해?
    성폭행이든 아니든 안희정 소름..

    각종 소설 써 대면서..
    대단히 합리적인 의심인 냥..

    가해자가 인정했고..
    피해자는 고소했습니다.

    합리적인 의심은
    검사와 사법부의 몫이니까
    재판 결과 나올 때까지

    아닥하시길..

  • 5. snowmelt
    '18.3.7 1:08 AM (125.181.xxx.34)

    2차 가해글에
    댓글 달지 않기 했으면 좋겠어요..

  • 6. 성폭행이 만연할 수록
    '18.3.7 1:52 AM (13.59.xxx.204)

    득을 본다 생각하는 거죠. 여자들에게 큰 압박이 되니까. 그래서 2차가해 열심히 하는 겁니다 정말 강간문화가 만연하길 너무 바래서.

  • 7. 기레기아웃
    '18.3.7 7:54 AM (183.96.xxx.241)

    잘 읽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86901 좋아하는 사람을 갖고 싶은 마음은 사랑이 아닌건가요? 6 .. 2018/03/07 2,542
786900 테드강연: 불륜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기... 사랑해본 적 있는 .. 5 ... 2018/03/07 3,656
786899 김정은이 다급한 단한가지 이유 43 .. 2018/03/07 12,591
786898 안도지사 여비서 미투 날짜는 그녀가 잡은걸까요? 21 ㅇㅇ 2018/03/07 8,087
786897 70년대 정윤희나 트로이카는 무사했을까요? 12 그시절에도 2018/03/07 12,212
786896 손연재는 조재현 아들이랑도 사귀고 FT 아일랜드 아이돌이랑도 사.. 14 ㅇㄹㅎ 2018/03/07 20,850
786895 님들에겐 어떤 선천적 재능이 있으신가요? 22 재능 2018/03/07 2,612
786894 기사) 미투, 아이돌도 터지나…A군 성추행 의혹 1 ㄴㅈ 2018/03/07 3,805
786893 왜 거절하지 않았냐고 몰아가지 마세요 6 위드유 2018/03/07 1,560
786892 예술가의 비도덕적인 삶과 그의 작품을 분리해서 볼 수 있으세.. 23 2018/03/07 4,819
786891 방북 예술단으로는 누가 좋을까요? 9 요청 2018/03/07 1,508
786890 어느 영화 스탭의 고백 3 공감 2018/03/07 5,863
786889 출산 후 생리요... 3 .. 2018/03/07 1,098
786888 피해자 추측하느라 한가하신 분 6 oo 2018/03/07 1,457
786887 해외에 살면서 건강이나 체질이 변한 경우 있으신가요? 19 1 2018/03/07 3,804
786886 견과류 망치 사야하는데 골라주세요 2 어떤가 살까.. 2018/03/07 704
786885 한국 영화계는 사과하고 정화운동하길 촉구합니다 10 한국영화계 .. 2018/03/07 1,084
786884 경계성 성격장애 35 소리 2018/03/07 8,724
786883 PD 수첩보다 요즘 유명여배우들 생각하니... 15 00 2018/03/07 8,412
786882 어그로 쓰레기글에 댓글 좀 달지 맙시다 20 ... 2018/03/07 767
786881 초등학교 엄마들과 어찌 지내야할까요 8 sosa 2018/03/07 2,945
786880 김기덕 감독 영화는 본적 없지만 17 궁금 2018/03/07 3,113
786879 한샘 호식이치킨의 그 여자직원들 5 시간차 2018/03/07 2,755
786878 에어비앤비 카드결제 다했는데 9 큐큐 2018/03/07 1,607
786877 안희정의 그녕 44 유리 2018/03/07 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