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성격이 괴팍하고 항상 윽박지르고 조울증에 가깝게 감정 기복이 심하고 폭력적인 엄마 밑에서 자라면서 눈치보는 버릇이 정말 심해요.
아빠도 중심이 없고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라 저와 동생이 아빠를 그대로 닮은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선지 나이가 든 지금도 어떤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생기면 그게 옳은건지 나쁜건지 바로 판단을 못해서 반응이 바로 나오질 않아요.
그냥 일단 인터넷을 켜고 82쿡을 포함한 커뮤니티들을 한번 순회한 다음에 제일 공감을 많이 얻는 글에 나온 의견을 제 의견으로 삼아요.
친구나 지인들과도 대화하거나 어떤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어떻다 저렇다 판단을 잘 못하고요,
상대방의 말을 듣거나 반응을 본 다음에 바로바로 제 의견을 바꾸는 버릇이 정말 심해요.
그래서 제 지인들은 제가 편하다, 잘 맞는다라고 하죠.. 항상 제가 호응을 잘하고 그들과 의견이 항상 동일하니까요.
사실 전 사회적, 정치적 등등 기초지식도 별로 없어요.
어렸을때부터 엄마의 윽박지름 아래에서 그냥 공부만 하고 친구들과 외식하거나 어디 놀러가본 적도 별로 없다보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사회생활하는 지금도 전 제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몰라요..
종교도 그냥 엄마가 믿는 종교로 다녔지만 이젠 엄마 극성에 질려서 종교도 버렸고요.
엄마는 저에게 집안일도 안시키고 공부나 더 열심히 하라는 마인드여서 나이먹은 지금도 집안일을 할땐 실수투성이에 잘 하지도 못해요.
그렇다고 공부로 성공한것도 아니고요.. 지금은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좋아하는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멍청이가 됐어요.
나이먹어서 아직까지 부모탓하는건 너무 한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해보자 싶어 일부러 뉴스도 보고 인터넷도 많이 찾아보고 책도 읽어봤는데..
그럴수록 제 가치관이 생기는게 아니고 대세의견을 자꾸 따라가는 버릇만 생겨요.
예를 들어 정치적 이슈가 있는 연예인 @@@ 라고 딱 얘기하면 전 좋다, 싫다, 그 사람에 대한 어떤점이 어떻다 라는 의견을 얘기 잘 못해요.
인터넷을 열어서 좀 찾아보거나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봐야 제 의견을 낼 수 있어요.
근데 그 다음에도 또 그 사람 얘기가 나와도 전 얘기를 잘 못해요. 왜냐면 그동안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그 사람의 평판이 달라졌는데 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잘 모르기도 하고, 처음부터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질 않아서 뚜렷한 의견이 없기 때문에 다시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거에요.
사실 어떤 이슈에 딱히 관심이 생기지도 않는거 같아요.
지인들과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주제보다는 그 관계를 좋게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서 그들의 의견에 더 맞추고요.
여행도 꽤 오래 다녀봤는데 사람들과 만나는것도 매번 맞춰야 하니 좀 힘들고 풍경 좋은건 좀 좋긴한데.. 그렇다고 제 가치관이 뚜렷하게 정립되는건 아니더라구요. 그냥 좋은거지..
여행도 여러번 해보니 돈도 너무 많이 쓰고 나중엔 감흥이 별로 없고 그냥 다 똑같아지더라구요..
쉬는날 제가 하는건 그냥 오락프로 보고 모바일 게임하고 그냥 그래요.
알고싶은것도 없고 하고 싶은것도 없고 집안일도 하기 싫고..
집에다 버는 돈 퍼주는 첫째딸이라 이젠 번아웃 상태인것 같기도 한데.. 그거랑 상관이 있는건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원하는건 제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남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가져보고 싶은거에요..
저에게 답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