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창 안에서 보는 햇볕..

겨울 조회수 : 1,435
작성일 : 2018-01-27 15:57:17
감기로 꼼짝없이 집에 붙어
약 한봉지 털어넣고 담요 두른 채 창 밖을 봅니다.
커튼을 열어두니 보일러가 쉬는대도 충분한 온도..

날이 쨍하게 환한 게 반갑고 아쉬워
잠시 바깥 공기를 마셔보겠다 창을 열다
한 뼘도 안되는 틈으로 침입하는 얼음장 같은 바람에
기겁을 하고 꼭꼭 닫았네요.

단단한 창호 안에서 팔자좋게 칼 같은 겨울을 보내고 있구나..

이 겨울 창 안으로 발 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아침 나절 찬바람 가득 묻은 택배 봉투 남기고 사라진 기사분,
오늘 공사라며 베란다 타일을 잔뜩 들고 올라가던 분..

안에 있어도 다를 바 없을 것 같은 쪽방촌 같은 난방서민들,
비워둔 집에 얼어버린 수도 배관에 씨름하시는 아버지..

옛날 시장 골목안 가게를 하던 시절,
노점상 분들께 가게 문을 늘 열어 불러들이던 부모님의
오지랖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 만큼 나이를 먹은 것인지..

창 밖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오픈마켓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 러그와 커피를 비우고
연탄은행에 쥐꼬리만큼 보내는 걸로
민망한 마음을 덜어내봅니다.

겨울은 겨울 다워야한다지만,
이 추위가 어서 좀 물러갔으면 좋겠네요...
IP : 1.238.xxx.25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8.1.27 4:18 PM (211.204.xxx.128)

    여기도 수필체네요
    컵을 좋아한 동네엄마와 묘하게 닮아있는 글
    결론은 글 잘 쓰십니다^^

  • 2. 그러게요
    '18.1.27 4:20 PM (223.62.xxx.106) - 삭제된댓글

    용기내서 둘둘 말아입고 시장 다녀왔는데,
    다 얼었어요.
    상인들이 반농 반진으로 냉장고가 필요하다고...
    육류, ㅅ해조류, 야채 모두 얼거나 상인들이 갖은 노력으로 안 얼리려고 애쓰는데...
    에스키모들도 냉장고가 필요하단 말이 사실이구나 느꼈어요.

  • 3. 빛의나라
    '18.1.27 5:34 PM (220.70.xxx.231)

    글 좋네요. 아련하니 수채화같아요. 바깥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 4. 제목에 맘이 끌려
    '18.1.28 2:50 PM (211.36.xxx.139)

    읽었어요 따스하고 잔잔한 울림을 받았어요 연탄은행이 뭔지 알아 봐야 겠어요 글을 통해 건네받는 착한 이들의 마음이 세상살이에 위로와 낯선기쁨이 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73181 물광피부, 도자기피부...얼굴에 뭐한거죠 4 40대아줌마.. 2018/01/27 4,731
773180 전자티켓 숙박예약증 프린트해야되요? 3 출국 2018/01/27 719
773179 미인의 조건에 머리숱도 중요한 거 같아요 23 ㅇㅇ 2018/01/27 11,545
773178 난방비 줄이는 보일러 조작법 좀 알려주세요 7 보일러 2018/01/27 2,881
773177 군인 1 아들 2018/01/27 1,333
773176 남편 여동생한테 언제까지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나요? 15 호칭 2018/01/27 7,102
773175 먹고 싶은거 없는날 외식한다면 5 123 2018/01/27 2,400
773174 스타벅스컵 모으기 4 도시 2018/01/27 3,079
773173 박원순 시장님 3선 도전!!!!! 35 응원합니다... 2018/01/27 3,057
773172 조카가 군대를 갔어요 24 momo15.. 2018/01/27 5,375
773171 40대 이상만) 보톡스 맞으시나요? 19 다들 2018/01/27 6,061
773170 전세자금대출 얼마나 나오나요? 2 궁금 2018/01/27 1,926
773169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여러장 올리는 방법 쫌요~ 10 왕초보 2018/01/27 30,274
773168 왜 김 광 림 인가? 경북도지사 김광림 이야기 5 youngm.. 2018/01/27 1,161
773167 하얀거탑 이선균 부인이요 10 배우 2018/01/27 6,265
773166 여중생 백팩 추천해주세요 1 백팩 2018/01/27 1,014
773165 ‘북극 한파’에도 여자아이돌은 여전히 미니스커트? 6 oo 2018/01/27 1,845
773164 부산역에 7시 도착후 3~4시간 구경할수 있는곳? 12 여행 2018/01/27 1,498
773163 어린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 분 있나요? 19 원글 2018/01/27 6,182
773162 이승만은 한국 현대정치사 비극의 시작점 3 conspi.. 2018/01/27 761
773161 식기세척기 잘 쓰시나요? 11 고민고민 2018/01/27 3,121
773160 김장김치 냉동실 보관해도 될까요? 5 김장김치 2018/01/27 4,832
773159 재건축시에 4 아파트 2018/01/27 1,454
773158 창 안에서 보는 햇볕.. 4 겨울 2018/01/27 1,435
773157 주말이라 자료정리할 겸 나왔는데 5 징하네 2018/01/27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