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아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키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의 '돌변' 이유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내놓은 인사가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이다.
시점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7월 김희중 전 실장은 솔로몬저축은행 전 회장으로부터 1억8000만 원의 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된다. 당시 여권(현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은 충격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의 '문고리' 인사가 비리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사태가 불거질 당시 청와대는 김 전 실장에 대한 자체조사를 통해 그를 사실상 청와대에서 내쫒았다. 이어진 기소와 재판. 김 전 실장은 징역 1년 3개월 형을 선고받는다.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3년 9월 김 전 실장은 만기 출소를 1달 앞두고 부인상을 당했다. 그의 부인은 김 전 실장 구속 후 생활고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일요시사>는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돼 영월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 전 실장은 귀휴(복역 중에 있는 사람에게 일정 기간 주는 휴가)를 받아 문상객들을 맞았지만 장례식장을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정두언 "이명박, 김희중 부인상 때 꽃도 안 보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신한국당 국회의원 시절이던 1997년 비서관으로 연을 맺었다. 이후 2012년 청와대에서 사실상 쫒겨날 때까지 이 전 대통령을 15년 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는 의전비서관을, 대선 직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 일정담당 팀장을 지냈고, 청와대 부속실장을 지내면서 이 전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그런 그가 입을 열었다. 검찰의 칼날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고 했다.
'폭로전'이 있을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이 전 대통령은 '정면돌파'를 선언하며 사실상 '나를 조사하라'고 했다.
관련해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이 전 대통령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긴장을 많이 하신 것 같다. 지금 굉장히 급하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니까 본인이 마음이 굉장히 불편할 것"이라고 평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교통방송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 이같이 말하며 "(이명박 정부 국정원 뇌물 사건의) 키는 김백준이 아니고 김희중 전 부속실장"이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은 "김희중 전 부속실장이 집사 중의 집사다. 국회의원 때부터 보좌관을 쭉 해왔다. 그리고 김백준 씨보다도 더 돈 관리나 이런 걸 직접 했다. 그런데 (김백준과) 같이 이번에 검찰수사를 받았는데, 구속이 안됐다. 오늘 기사를 보니까 김희중 씨가 얘기를 했다고, 다 털어놓았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 전 실장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 부부 해외 출장 당시에 건넸고, 또 영부인이었던 김윤옥 여사에게도 일부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