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알쓸신잡2) 유시민의 워딩 2/ 영월 편

나누자 조회수 : 2,343
작성일 : 2018-01-01 11:06:21
# 유희열/ 김삿갓 문학관에 다녀왔는데 김삿갓이 누구예요? 글 잘 쓴다고 감탄하셨잖아요?
(황교익/ 잔재주만 부리고 말장난만 한 글 아닌가?)
유시민/ 그 정도의 말장난은 아무나 못함. 대가만이 할 수 있는 것임.
한곳에서 가장 오래 산 게 '가련'이란 여자와 살 때였다는데, 그 '가련기시'라는 시를 좀 보소~
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가련의 문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며
가련이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겠지

또한 한문과 한글의 음차를 이용해서 욕을 한 시들도 뛰어나잖음? ㅋㅎ

유희열/ 근데 왜 그렇게 삿갓을 쓰고 다닌 거에요?
유시민/ 일반적으로 알려진 해석으론 영월도호부에서 주최한 백일장에서 나온 시제가 
'홍경래의 난' 때 반란군에 맞섰던 관리와 항복해버린 관리의 행위를 비교하라는 것이었는데 거기서 1등을 먹었음. 
항복한 김익순 파를 엄청 비판한, 동네 과거에서 나올 법하지 않은 수준 높은 글이었음.
1등 먹고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자랑했더니, 어머니 왈~
"니가 욕한 그 역적이 바로 너의 할아버지다~" 

출생의 비밀이 나온 거지. ㅋㅎ
유교에서는 효가 도덕의 근본인데 할아버지를 공개적으로 모욕했으니 나는 이제 하늘을 볼 자격이 없다, 며
큰 삿갓을 쓰고 방랑하며 살았다는 해석이 있음.

황교익/ 또 하나의 해석은 김삿갓이 할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 과거 시제를 보고
'옛다~ 이게 당신들이 원하는 답이지?' 라며 던져주고 나와 그 고통을 못이기고 평생 떠돌았다는 설임.
이 가설은 이문열의 소설 '시인'에 나온 것임.
유현준/ voyeurism (관음증)이라고 있잖아요~ 숨어서 타인을 엿본다는 건데, 그럴 때 더 권력을 가지는 거거든요.
삿갓이나 모자를 쓰는 건 눈빛을 가리는 거라 자신을 은폐하고 남을 엿보며 권력을 느낀 것일 수도... 

(이때 장동선이 덧붙인 오스카 와일드의 어록.)
"당신이 정치가나 법관이 되고 싶다면 노력으로 그것이 될 것이나, 그건 당신의 벌이다.
당신이 되고 싶은 것이 없이 역동적인 삶을 살면서, 자신이 아는 바를 확신할 수 없다면
당신은 결코 어떤 것도 될 수 없을 것이나, 그건 당신의 상이다."

유희열/ 그럼 유 작가님 정치하실 때 벌 받는 느낌이었어요?
유시민/그렇지.
모두 / 지금은 방랑시인?
유시민/ 방랑 예능인~ ㅋㅋ

# 정선 사북 탄광촌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 다녀온 소회를 나누며
유시민/ 2004년에 폐광된 그때 상황 그대로 시간을 멈춰둔 곳임.
광부와 주민들이 보존의 의미를 주장하여 노동자들이 사용했던 물품과 장비, 시설을 고스란히 보존 중.
산업에너지와 난방을 다 석탄으로 했던 7080 시대에 강원도 탄광의 석탄으로 우리의 산업화가 이뤄졌음.
이 때 '선탄부'라고 석탄의 불순물을 가려내는 작업을 한 여성들이 있었는데, 남편이 광산에서 사망한 경우가 많았음.
그 앞산은 터널에서 빼낸 폐석을 쌓아놓은 것임. 
이곳은 박물관, 전시관이 아니라 유적지임.

사북사태가 일어났을 때, 마치 노동조합의 폭력행사로 인해 한국 사회가 무정부 상태에 빠진 듯이
신군부가 보도를 양산해서 사회를 얼어붙게 만들었음.
사북항쟁은 결국 신군부의 계엄령 확대와 국회 해산으로 정권을 장악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이용되었음.

# 유희열/ 사북 탄광촌에 내려진 대통령 하사품 인상깊었어요. 변천사를 설명해주시죠~ 
유시민/(고기 드시기에 쩝쩝 집중한 와중에 ㅋ)
대통령 하사품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전두환 땐 점퍼에 '전두환 각하 하사품'이라는 식으로 명찰이 다 붙어 있음.
노태우 땐 '대통령 선물'이라는 명찰이, 김영삼 땐 명찰은 사라지고 점퍼의 브랜드 네임이 콕 박혀 있음.
우리 현대사가 뭘 바꿔왔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임.

유희열/ 인감증이라고 신분증 역할을 하던 것도 인상깊었어요. 설명 쫌~ 
유시민/ 동원탄좌에서 발행한 증명서로 일종의 신용카드였음, 
그것만 있으면 사북 지역 전역에서 외상이 가능했음. 
그 증명서가 재밌는 건 본인 외 여성(엄마 혹은 아내)사진이 나란히 붙어 있다는 점.
즉 총각 엄마도 그 카드로 외상을 할 수 있었음.
근데 기혼자는 부인 사진으로 바꿔야하는데, 경제권을 놓기 싫어서 엄마들이 안 바꿔줬음. ㅋㅎ

아무튼 내가 오늘 느낀 건, 이제 탄광촌이 다 사라지고 세 곳 정도만 남았지만
우리가 잊는다고 역사에서 없어질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
너무나 많은 이들이 죽고 다치고 병든 곳이라는 것.
그들의 노동이 우리가 방을 데우고 애들을 키우고 공장을 돌리고 불을 밝힌 기반이라는 것.
탄광촌은 이제 타고 남은 연탄재 신세가 되었는데,  안도현의 시가 거기 걸려 있었던 건 아주 적절했음.
-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단종의 유배지 - 단종어소에 다녀온 장동선이 얘기를 꺼내며
유희열/ 일단, 단종은 어떤 사람이에요?
유시민/ 세종의 장손. 맏아들 문종이 즉위 2년 만에 죽고, 그 아들 단종이 12세에 보위를 물려받았음.
3년 후, 삼촌 수양대군이 (세조) 그 주변을 정리하고 단종을 귀양 보낸 후 욍위에 오름. 이른바 '계유정난'임.
단종의 업적이란 건 없음. 그냥 운명으로 왕이 되었고 17 살에 죽었음.

# 유희열/ 세조는 어떤 사람인가요?
유시민/ 왕으로서의 업적은 많음. 대표적으로 '경국대전'을 만든 것. 
또한 세금, 군사 제도를 혁신한 부분도 큼.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것만 아니면 세종까지는 아니라도 정조에 버금가는 왕으로 기록될 수 있었을 것임.
근데 지금 우리의 마음에 남은 건 단종임. 무당들도 단종만 모심. ㅋㅎ

세조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해보자면,
'목적이 정당하다면 옳지 않은 수단을 써도 되는가?' 인데 우리의 대답은 '안 된다'인 것임. 
단종의 모든 얘기- 단종이 거친 모든 장소- 는 몇백 년 동안 사라지지 않았으나 
세조의 움직임에 대해선 아무도 기억하지 않음.
즉 정당하다는 전제를 깔더라도 옳지 않은 방법에 대한 단죄인 것임.
영월의 단종을 기념하는 모든 장소들은 '세조처럼 살면 안 된다'는 우리 마음의 표현인 것임. (일동 박수)

# 부석사에 다녀온 유현준이 현재 우리 거주지의 동굴론을 얘기하던 중)
유시민/ 동굴 말고 자연이 축조한 건축은?
유현준/ 건축의 제 1원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유시민/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
유현준/그렇죠! 역시 공부 잘해~ ㅋㅋ (상으로 두부부침 받음.)

유현준/ 건축의 제 1 원칙은 중력을 이겨야 하는 건데 모든 자연이 중력을 이긴 형태들임.
산, 나뭇가지 등등이 다 중력을 이기는 구조를 가지고 있음.

유희열/ 아~ 그래서 가우디가 '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구나~
유현준/ 가우디가 똑똑한 게, 실을 늘어뜨려서 나오는 2차원 포물선을 모아모아 그걸 뒤집은 형태로 건축을 했음.

이어진 유희열의 질문에 유현준이 버벅대자
유시민/ 시청률 잘 나와서 이 프로가 유럽으로 진출하게 되면 내가 다음을 설명해줄게~  (일동 까르르~)

IP : 122.34.xxx.3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
    '18.1.1 11:22 AM (122.34.xxx.30)

    사북 탄광촌이 나왔을 때, 눈물이 나서 난감했었음.
    몇년 전 겨울 눈발이 풀풀 날리던 날 혼자 그곳에 간 적이 있는데,
    돌아본 후, 정서적으로 너무 충격을 받아서 쓰러지기 직전 상태까지 갔었음.
    대중교통을 이용 못할 상태라 택시 잡아 타고 서울까지 왔는데 차 안에서 엄청 울었음.

    기사분이 왜 그렇게 우냐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시길래
    사북을 본 제 마음이 이렇게 찢어지노라 고백했음.
    그때 기사 아저씨가 이렇게 말씀하셨음.
    '아가씨~ 사북을 기록해줄 사람으로 생각되네. 언제고 사북에 대한 글 꼭 써봐요, 꼭!"

    그날 이후 제 침대 머리맡엔 작가 조세희가 사북에서 찍은 눈 커다란 소녀 사진이 붙어 있었음.
    지금은... -_-

  • 2. 감사합니다
    '18.1.1 11:54 AM (223.38.xxx.192)

    오늘도 잘 읽고 가요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 3.
    '18.1.1 12:19 PM (61.85.xxx.249)

    추가 댓글까지 읽으니
    사북이 그렇게 가슴아픈 곳이네요ㅠ

    한 장소가
    역사와 생명으로
    읽히니
    늘 감동과 연민으로 와 닿습니다

  • 4. 새해
    '18.1.1 12:31 PM (121.190.xxx.131)

    좋은글 읽고 갑니다.
    감사해요

  • 5. bluebell
    '18.1.1 1:35 PM (122.32.xxx.159)

    2는 안보는데. . 본것처럼. .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6. ㅈㄱ
    '18.1.1 3:39 PM (122.42.xxx.212)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7. 원글님
    '18.1.1 8:23 PM (58.230.xxx.132)

    막 졸라야지. 글 또 써 주세요.

  • 8. 사북탄광촌에서의
    '18.1.1 10:32 PM (223.62.xxx.238)

    님의 눈물과 아픔이 제게 그대로 전해지네요. 원글님의 사북방문기! 고마워요

  • 9. 어머
    '18.1.2 12:45 AM (218.147.xxx.180)

    잘 읽었어요
    알쓸신잡2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어서 띄엄띄엄 보느라 영월편은 아예 못봤고 의외로 마지막회를 보는데 재미있어서 알쓸신잡2도
    1회부터 다운받아서 잘봐야지하고있던차인데 영월편 후기 읽으니 좋네요 감사해요

  • 10. 알쓸신잡
    '18.1.2 1:22 AM (58.120.xxx.102)

    후기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 11. 콩순이
    '18.1.2 11:53 AM (219.249.xxx.100)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 12. 버드나무
    '18.1.9 1:29 PM (182.221.xxx.247)

    유시민의 워딩 2/ 영월 편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64368 며느라기 라는 웹툰 아시나요? 15 .... 2018/01/01 8,032
764367 로스쿨 의전원 오히려 중산층한테 더 낫지 않나요? 57 2018/01/01 5,613
764366 갈비찜 양념에 생강즙 원액 들이부었어요ㅜㅜ 하마콧구멍 2018/01/01 872
764365 지디랑 이주연이 사귄다네요 .. 39 ㅠㅠ 2018/01/01 25,747
764364 동아)문지지율; 2.30대 88퍼이상/30대 51.2퍼 매우잘함.. 9 문지지율75.. 2018/01/01 1,456
764363 싱글들 뭐하시나요? 11 ㄷㅅㅂ 2018/01/01 2,952
764362 생일에 미역국 꼭 먹여야하죠? 17 어쩌죠.. 2018/01/01 2,114
764361 시부모님께 아직 전화를 안드렸는데요.. 15 2018/01/01 4,199
764360 보통 자산이라고 하면 4 dma 2018/01/01 2,351
764359 속초에서 아이와 놀러갈만 한 곳 추천부탁드려요 3 .. 2018/01/01 904
764358 해돋이 보러갔다가 싸울뻔했어요.. 43 .. 2018/01/01 21,027
764357 오늘.. 명동성당 미사시간 알수있을까요? 2 가는중 2018/01/01 2,589
764356 시가에 새해 인사전화드려야되는거죠? 16 @@ 2018/01/01 3,921
764355 전남친에 대한 원망 10 ... 2018/01/01 5,139
764354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3 우린 문으로.. 2018/01/01 504
764353 에어프라이어 뒤집을때요~# 4 이마트 2018/01/01 2,075
764352 대만인데 남편이 화를 많이 내네요 109 .. 2018/01/01 28,587
764351 지인에게 180만원을 빌렸는데요 은행이자로 21 ㅇㅇ 2018/01/01 5,998
764350 딴 지역에서 소개팅 오면 자고 가나요 7 2018/01/01 2,709
764349 노비스 패딩 블랙 vs 그레이 - 50세 남자에게 어떤 게 나을.. 5 패딩 2018/01/01 1,554
764348 (알쓸신잡2) 유시민의 워딩 2/ 영월 편 12 나누자 2018/01/01 2,343
764347 KBS 연기대상 정려원의 수상 소감 3 ... 2018/01/01 5,773
764346 사랑하는 82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강빛 2018/01/01 412
764345 휴일엔 보통 두끼 먹나요? 6 ... 2018/01/01 2,201
764344 1월14일 오키나와 처음 가보는데ᆢ 옷을 어찌 입어야할지? 3 수리성 2018/01/01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