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버리겠다고 해서 내게 온 옷이 있습니다.
제가 때때로 뭔가를 꾸물꾸물 만드는 걸 좋아해서 원단을 쓰는 경우가 있어서 옷을 버릴 때는 제게 점검하고 버리라고 줍니다.
이 옷은 참 디자인이 희한합니다.. ㅎㅎ
얇은 핸드메이드 자켓? 혹은 반코트?라 부를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근데 소매하단 과 몸통 하단이 인조퍼로 덮여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길이가 길고 풍성한...
이걸 동생이 대체 왜 샀는지 알 수 없대요 ㅎㅎ
어린 딸이 있다면 그냥 재미삼아 입힐 수 있는 느낌의 옷이예요..
게다가 얇은 소재는 추운 날 입기에는 너무 얇고, 풍성한 인조퍼는 따신날에는 너무나 오바스럽고 뭐 그렇습디다.
근데 칼라부분이라든지 섬유의 소재가 그냥 버리기에는 또 아쉽도록 맘에 들더라는...
옷이 없는 것도 아닌데..(제가 옷이 좀 많습니다^^)
차마 이놈을 버리지 못하고 걸어두었다가, 버린다고 던져놓았다가 그러기를 어언 한달정도 했지요.
잠이 안오는 어느 밤에 가위를 들고 인조퍼가 붙어 있는 부분을 잘라버렸습니다.
어째해도 그 부분은 제가 재활용할 수 없는 소재여서 말이지요...
그리고 반쯤 남은 소매도 과감히 조끼로 잘라냈지요.. -올이 풀리지 않는 소재는 이렇게 해도 되서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코트속에 겹쳐입어보니 그 모양새가 나름 괜찮더군요..아니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겹쳐입어주니 따숩기도 하고 빈약한 제 어깨가 좀 보완되는 느낌도 있구 말이죠..
게다가 제 얼굴에 이 곤색이 아주 잘어우러지는 느낌이 막 막 드는 거예요..
다른 곤색은 이렇게 맘에 들어온 적이 별루 없었거든요.
하여 이너 조끼정도로 용도를 정하고 품도 좀 줄여줬습니다.
어느날 일기예보가 그다지 춥지 않다하여 핸드메이드반코느 속에 이놈을 겹쳐입고 나갔더랍니다.
다 좋은데 등짝과 허리가 시리더라는-기억하시죠.. 몸통하단부분이 잘려져 나가버린거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버려질 운명에 처해버렸다지요..
하지만 이상하게 버릴 수 없는.. 마치 제 바지가랑이라도 잡고 늘어지는 것처럼...
버리지 못하고 방법을 찾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제목이 성공기이니 성공했을 거라 짐작하시겠지만... 성공했습니다.!!
수년간 안 쓰고 보관했던 모직목도리!-이걸 멋지게 두른 남자를 사랑하고팠는데.. 현실은 ㅠㅠ
그걸로 없어진 몸통을 보완하여 모직조끼 완성체가 되었습니다.
아! 정말 기쁩니다. ㅎㅎ
색상도 잘 어우러지고..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조끼가 !
궁상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냥 맘속으로만 생각해주세요.. 구박받으면 급 작아지는 갱년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