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번 수능에 이육사 시 너무 좋네요..
강 건너 간 노래
이육사
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 밤
앞내강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른 노래는 강 건너 갔소.
강 건너 하늘 끝에 사막도 닿은 곳
내 노래는 제비같이 날아서 갔소
못 잊을 계집애 집조차 없다기에
가기는 갔지만 어린 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 모래불에 떨어져 타서 죽겠죠
사막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눈물 먹은 별들이 조상 오는 밤
밤은 옛일을 무지개보다 곱게 짜내나니
한 가락 여기 두고 또 한 가락 어디멘가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 건너갔소.
이야...진짜 입이 떡 벌어지네요.
한글이 이리 아름다운지 ㅠ
한번 소리 내어 천천히 읽어보세요.
1. ....
'17.11.24 11:34 AM (118.37.xxx.55)개인적으로 이육사 시에는 겨울 맑은 얼음 같은 쨍함이 있어 좋아합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있어요.
2. gg
'17.11.24 11:37 AM (211.253.xxx.34) - 삭제된댓글ebs 연계 문제가 아니여서 애들은 어려웠데요
3. 보나마나
'17.11.24 11:38 AM (222.234.xxx.222)저 시대의 작가들 아름다운 작품들 많아요
우리말을 구수하게 혹은 짜릿할 정도로 아름답게 구사했죠
백석 윤동주 소월 등등
심지어 염상섭이나 이태준의 소설에서도 한문장 한문장이 아름답고 친근해요
학창시절에 교과서에 등장했던 저 당시 작가 작폼들
어른되어 다시읽으니 너무 좋네요4. 아아아아
'17.11.24 11:45 AM (182.231.xxx.170)저도 이육사님의 시는 뭔가 서릿발같은 쨍함만 생각하다 보니..왠지 이 시는 따뜻하게 느껴져요..
같이 나온 지문의 다른 시도 좋아요.
묘비명
김광규
한 줄의 시는 켜녕
단 한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을 꿋꿋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이거이거 뭔가..의미심장하네요 시가...^^5. ...
'17.11.24 11:47 AM (220.75.xxx.29)묘비명이라는 댓글의 시도 참... 씁쓸하네요. 현실이 그러니..
6. 용감씩씩꿋꿋
'17.11.24 11:48 AM (59.6.xxx.151)저도 너무나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ㅎㅎㅎ
7. vincentio
'17.11.24 11:50 AM (203.238.xxx.100) - 삭제된댓글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羊) 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윤동주 - 흰 그림자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윤동주 시인의 시 하나 올려봅니다...8. 윤동주 시인
'17.11.24 11:53 AM (203.238.xxx.100) - 삭제된댓글흰 그림자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
많이 알려지지 않은 윤동주 시인의 시도 하나 올려봅니다9. ..
'17.11.24 11:53 AM (175.223.xxx.198)강 건너 간 노래..
소리내어 읽으니 눈물이 줄줄 흐르네요 ㅜㅜ10. 윤동주시인
'17.11.24 11:55 AM (203.238.xxx.100)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 소리
발자취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 속으로
소리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羊) 처럼
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윤동주 - 흰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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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윤동주시인의 시도 하나 올려봅니다11. 아아아아
'17.11.24 12:02 PM (182.231.xxx.170)아. 윗님..감사합니다.
혹시 성지글 되는 글 아닐까요? 내년 수능에 님이 올리신 윤동주 님의 시가 나와서~^^12. ㅇ
'17.11.24 12:08 PM (116.125.xxx.9)전혀요
어디서 감동을 느껴야할지13. 내 감성은 어디에ㅠ
'17.11.24 12:15 PM (112.152.xxx.220)도대체 뭔말인지ᆢ ᆢ
14. ㅡ.ㅡ
'17.11.24 12:26 PM (121.145.xxx.169)너무 아름답소
15. 어디가어떻게
'17.11.24 12:39 PM (39.7.xxx.148)좋은지 좀 알려주세요.
전혀 모르겠는 네이티브 스피커
문과 박사학위 소지자 나이많은
사람 입니다.16. 아...
'17.11.24 12:41 PM (220.80.xxx.68) - 삭제된댓글고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짧은 구절에 많은 의미가 내포된 시가 점점 좋아지고 더 이해가 되네요.
사랑한다...라는 한마디 속에 그 동안 좋아하고, 원망하고, 기쁘고, 아프고, 행복하다...등
모든 감정의 표현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 더더욱 의미가 깊어지고 와 닿아요.17. 윤동주 시 올린 사람
'17.11.24 12:50 PM (203.238.xxx.100)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짖꿎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리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화양연화(花樣年華) - 김사인
---------------------------------
저도 그냥 좋구나 느낄뿐 설명할 재주는 없어서...ㅠㅠ
'어디가'님께서 나이많은 사람이라 적어 놓으셔서
그럼 이런 시는 혹시 좋아하실까 싶어 적어봅니다..18. ...
'17.11.24 1:25 PM (112.163.xxx.91) - 삭제된댓글저도 원글님 올려주신 시 좋네요..
요새 도서관 갈 일이 없어서 이런 시도 펼쳐볼 일 없었는데
고마워요.19. 감성
'17.11.24 1:33 PM (175.121.xxx.139)와, 감성 촉촉해지는 시와
댓글들 잘 읽었습니다.
윤동주의 흰그림자 올려주신 분 특히 감사~
시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조금은 따듯해질 것 같아요.20. ..
'17.11.24 1:35 PM (117.111.xxx.57) - 삭제된댓글고등문학에 실린 시 좋은 시들 많아요
시 꽤나 읽었는데도 처음 보는 시들이 나오는데
좋아서 몇번씩 읽어요
하지만 정작 그 시를 공부하는 애들은 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못느끼고 공부하는 거죠
저도 십대때, 이십대 초중반때 읽으면서 잘 몰랐으니까요
원글님 적어주신 시도 좋네요
좀 어렵게 느껴지긴 해도요
고등 애들 문학책에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나 백석의 여러 시들이 나오는데 와, 정말 산문은 갖지 못하는 정서와 표현에 감탄하게 돼요
독서 지문도 전반적으로 어렵긴 하지만 지적인 앎을 깨우쳐 주는 좋은 지문 많아요
고등 문학 비문학 지문들을 가지고 시험대비가 아닌 인문학으로 접근해서 수업하면 살이 되고 피가 될듯21. 아아아아
'17.11.24 1:37 PM (182.231.xxx.170) - 삭제된댓글어머...윤동주님 시 올려주신
22. 아아아아
'17.11.24 1:47 PM (182.231.xxx.170)어....김사인님의 시도 너무 좋네요ㅠㅠ
어디서 이렇게 좋은 시만 혼자 보시는 겁니꽈아~~~~~^^
저 책 읽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시집을 읽진 않았거든요ㅠ.
그런데 요새..
마음에 쨍~ 하고 박히는 시를 보면..
친한 친구에게 속깊은 위로같이 날 안아주는 것 같아.
너무 좋더라구요~ 마음이 너무 따뜻하네요~
저도 시를 설명해드릴만한 능력은 못 되구요..
다만 이육사님의 시에서..
아무래도 시대상황이 있으니..
이름없이, 집(나라)도 없이 길에서 쓰러져간 독립투사들? 여인들?
그 사람들을 가여이 여긴 눈물 먹은 별들이 문상하러 온다는 표현을 보는데 ㅠㅠㅠ 전 너무 슬프더라구요ㅠ
눈물 먹은 별...이란 구절 보고..아..하고 탄식이 나왔어요
그렇지만..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글이..시가 다르게 느껴지니 다들 다르게 받아들이는 게 사실 맞는 거겠죠.23. ..
'17.11.24 2:00 PM (124.51.xxx.87) - 삭제된댓글제가 읽기로는
화자가 처한 현실이 암울한데(앞내강 쨍쨍 얼어 조이던 밤)
그래도 화자는 노래를 부른 거죠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희망을 노래 불렀다는 거고요
하지만 화자가 부른 노래는 강 건너 사라져버려요
왜냐면 현실이 춥고 어두워서 희망이 살아남을 시대가 아니니까
별들이 눈물 그렁거리며 조문을 할 정도로 힘든 현실
그래도 무지개보다 고운 옛일 (추억)이 있어서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고 느끼는 거죠, 화자는
대략 이런 의미가 당긴 시 같네요 ^^
시적 묘사들이 좋아요
이미지도 좋고24. 악몽
'17.11.24 2:44 PM (182.231.xxx.193)같이 감상하니까 더 좋네요. 시적 감성은 스스로 누리는 거죠. 설명해 달라고 떼쓰다니 -.-
25. 아~
'17.11.24 3:25 PM (110.70.xxx.15)맘 편하게 즐기니...
이렇게 좋네요^^
저도 저 시대 시인들의 시가 참 좋습니다.
처연하고도 멋스러운,
시대적인 자화상...26. ***
'17.11.24 4:02 PM (110.70.xxx.230)이육사나 윤동주나
그 험한 시절에 태어나서 저 고운 감수성으로 시를 쓰면서 독립운동하고
고문당하고 어찌 그렇게 살았는지.
사막이 나오는 걸 보면 독립운동할 때 쓴 건가봐요.
마음 아프네요.
시 올려주셔서 감사해요.27. 시감상
'17.11.24 7:26 PM (112.151.xxx.45)아, 시가 이 얼마만인가요. 요샛말로 백만년만에.
눈으로 휘리릭 읽고 모르겠네 갸웃 넘어가려다 소리내어 읽어보라는 원글님 말씀대로 소리로 읽으니 새롭네요.
세련된 느낌이예요.28. 안녕
'17.11.24 9:07 PM (1.11.xxx.125)덕분에 시 감상 잘하고 갑니다
29. 아‥
'17.11.25 12:23 AM (211.225.xxx.140) - 삭제된댓글우리나라 언어가 참 좋네요
시를 이렇게 표현 할 수 있으니‥
요즘 시와 멀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단박에 끌어 당기네요
원글님과 윤동주 시 댓글 달아 주신분
오늘 감사 드립니다~~
이래서 82를 못 떠나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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