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에 감나무가 끊어져 119 출동하고 난리난 상황에서 동네사람들이 감 집어가서 속상하다고 올린 사람입니다. 많이 속상했는데, 위로해 주셔서 위안이 됐습니다.
지난 주말 감나무를 아예 잘라냈습니다. 반 정도가 끊어져서 더 쓰러질까봐 위험하기도 하고, 반년 동안 감나무 땜에 알게 모르게 시달려 서운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시원했습니다. 매일 오전에 한번씩 골목 전체를 쓸었는데, 오후 되어서 잎파리 몇개만 있어도 지저분하다는 둥, 냄새가 난다는 둥 집단 성토를 했거든요. 그래서 비와도 우산 쓰고 골몰 쓸고 튼튼한 빗자루도 2자루나 새로 사서, 그 긴 골목에 꽁초며, 음료수캔이며, 개똥까지 각종 쓰레기 다 버리느라 대용량 쓰레기봉지값도 쏠쏠하게 나갔거든요.
암튼 그날 딴 감나무는 동네분들 다 골고루 나눠드렸습니다. 저희 집 식구들 신과일만 먹는지라 누가 사온 감도 다른 집으로 보내는 상황이라 전혀 아까울 게 없습니다. 사고난 날도 유모차 탄 3살 어린애 부여잡고 119 연락하고 난리난 상황에서 누구 하나 위로의 말, 도움의 말 한마디라도 들었다면 그날 떨어진 감 다 드렸을 겁니다.
그런데 감 받으시는 이웃분들 진작 주지 왜 이제사 주냐고, 감 부러진 날 땅에 떨어진 감 왜 다 줏어갔냐고 따지듯이 말씀하셔서 참 할말이 없네여...그날 사람들이 줏어간 감 말고 가지에 달린 것들은 저랑 시어머니가 땄는데, 아직 익지 않아 너무 떫어 홍시로 만드신다고 시어머니가 다 가져가셨거든요.
사고난 날 감이 많이 상해서 새로 딴 감이 별로 남지 않아 몇개 못 드려서 서운하셨나봐요. 시어머니 결국 그 감까지 다 가져오셔서 나눠드렸는데, 왜 멀쩡한 감 썩혀서 주냐고,,,뭘해도 욕을 먹네요. 감을 홍시로 만드는 중이라 물러지고 몇개는 터졌거든요.
전에 사시던 어르신이 워낙 인덕을 갖추신 분이라, 이분들하고 잘 지내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앙상한 나무 둥치만 남은 감나무 보면 서운하기도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빗자루질 안해도 될 것 같아 살것 같습니다. 만일 제가 이사가게 된다면 이집에 다음에 살 사람에게 절대 과실수는 키우지 말라고 유언처럼 말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