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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광화문 결혼식의 무모함

깍뚜기 조회수 : 3,262
작성일 : 2017-11-07 14:34:19
아래 주말에 서울 오시는 분 댓글 달다가 
잊을만 하면 생각나, 가족끼리 진땀을 흘렸던 하이킥스런 일화가 떠오릅니다. 
때는 몇 년 전 이맘 때 여동생 결혼식.
덕수궁 근처에서 토요일 오후였죠. 

미리 서두른다고 해도 결혼식 날은 어찌나 바쁜지. 
동생은 일찌감치 머리와 화장하러 떠나고, 
저와 남편이 엄마를 모시고 같은 헤어샵으로 갑니다. 
강북에서 강남까지 생각보다 막혀서 1차 걱정
가는 길에 렌즈가 안 들어가서 망막에 기스가 난 듯한 고통으로 2차 걱정 ㅠ
(평소에 렌즈를 전혀 끼질 않아서 이런 날은 공포입니다) 
'샵'(이라고 써야만 할 듯 ㅎㅎ)에 도착, 차에서 내리면서 우와~~ 연예인 쳐다보다가 넘어질 뻔 ㅋㅋ

암튼 화장이라곤 태어나서 제 결혼식에 이어 두 번째로 하는 건데 
동생을 위한 날이니 꾹 참고 ㅋㅋㅋ '자연스럽게! 연하게! 안 한 듯 하게!' 외치며
초조한 마음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그 사이 동생은 미리 출발)
좀 더 늦게 끝난 엄마를 다시 태우고
아, 그 사이 남편의 비주얼이 영 아니었는지, 드자이너 언니가 앞머리를 살짝 만줘졌더니
유전성 탈모인의 비애가 살짝 가려짐... 역시 머리가 중요하군요. 
그렇게 길을 나섰습니다

가도 가도 그대로
아니 차가 움직이질 않더군요. 
겨우 한강다리를 건너서 조금 가더니 
중간에 또 막히고, 
도심 진입하여 한시름 놓을까 싶더니 
(여기까지도 먼저 식장가신 아빠에게 백 번 전화옴 ㅠㅠ) 
막히다 가다를 반복해 심장이 쫄깃해지고, 
엄마는 땀이 줄줄 흘러 화장이 번지려 하고 
미용실에서 도와줘 겨우 렌즈를 낀 저의 눈은 밤샌 토끼눈이고... 
 
드디어 결혼식장이 눈 앞에!


보였지만 갑자기 저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오는 겁니다. 
무슨 걷기 대회로 잠시 광화문 덕수궁 일대가 통제. 
거기서 엄마는 여기서 내려서 뛰어가겠다고 하시고
우린 말리고 ㅠㅠ 
그럼 나랑 같이 뛰자고 하니 남편은 두 명 말리고 ㅠㅠ
아니다. 막내딸 결혼식이다!!! 오열.
안다고 우리 모두 안다고!
진정하시라고. 

걷기 무리가 지나가고 이제야 길이 뚤리려나 했더니 
이젠 깃발이 펄럭이며 행진하는 또 한 무리의 사람이 밀려오는 광경을 보더니 
급기야 엄마는 서행 중인 차 문 여시려 하고 
우린 또 말리고 ㅠㅠ

암튼 곡절 끝에, 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30분 걸려
식장에 들어갔고 다행히 식이 시작하진 않아서 
엄마는 시뻘건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혼주 자리에서 휘청휘청 ㅎㅎ
미사 예식이라 앉았다 일어났다 계속 휘청휘청;;;

나중에 들으니, 동생 친구들 중 차 가지고 온 사람들 중 
식 끝나고 온 사람들이 꽤 됐다고...

결론 : 토요일... 그것도 이른 오후 광화문 일대 결혼식은 위험합니다. 



IP : 222.111.xxx.6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삶의열정
    '17.11.7 2:38 PM (222.110.xxx.115)

    어휴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토리네요. 혼주 없이 결혼할뻔 했어요

  • 2. 쓸개코
    '17.11.7 2:38 PM (218.148.xxx.61)

    깍뚝님 글 오랜만입니다.^^
    와~ 글 읽으면서 제가 다 땀이 나는듯 ㅎㅎ;

  • 3. 앗. 작년에.
    '17.11.7 2:42 PM (175.223.xxx.61)

    같은 직장 동료분 집안 결혼식. 오너되시는분이 그 근처 결혼식 갔다가 예식 끝나고 도착했었죠.

  • 4. 오ㅏ
    '17.11.7 2:42 PM (125.185.xxx.178)

    너무 실감나는 글입니다요.

  • 5. 깍뚜기
    '17.11.7 2:44 PM (222.111.xxx.6)

    결혼식은 미리 예약하니 그 날 우발적인 행사까진 모르니 정말 위험한 듯해요.
    그렇다고 한복입고 짐들고 지하철 탈 수도 없고 ㅎㅎ
    또 그런 경우가 있었군요.

    (쓸개코님 올만 이어요!)

  • 6. ..
    '17.11.7 2:44 PM (59.11.xxx.136)

    저는 사촌오빠가 서울 시청 쪽 삼성본관?에서 결혼했는데 저희 집이 경기도인데다 연로하신 부모님에 아기 조카가 있어 제가 차를 몰았거든요. 토요일 낮이니 길 막힐거 감안해서 정말 무식하다 싶을만큼 일찍 나갔는데 우와....진짜 죽는줄 알았습니다. 게다가 시청 쪽 근처 가니 무슨 로터리? 같은 곳은 길이 막 사라지도 나타나는 듯하고...출발 전에는 길은 어지간히 막히겠다 예상하고 주차장에 자리 있을까? 고민했는데 주차장은 상당히 넉넉했는데 길이...길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7. ...
    '17.11.7 2:45 PM (14.39.xxx.18)

    주말에 시내를 자차로 움직이려고 하는 발상 자체가 무모했네요. 시간을 엄청 여유있게 두고 움직이던가요.

  • 8. ..
    '17.11.7 2:45 PM (223.62.xxx.232)

    스릴러 뺨치네요 ㅋㅋㅋ

  • 9. ㅎㅎ
    '17.11.7 2:48 PM (211.199.xxx.66) - 삭제된댓글

    전 제 결혼식에 늦을뻔 했어요.
    17년전 토요일 오후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결혼식.
    강남미용실서 화장하고 가는데 어찌 그리 막히던지.

    큰애는 제일병원에서 낳는데 예정일이 2002년 6월.
    우리 나라 경기하는 날 나올까봐 뱃속아기를 얼르고 달래고. ㅋㅋㅋ
    다행히 8강과 4강 딱 중간날 진통이 와서 효자중에 효자였네요.
    병실에서 산모, 보호자 단체로 4강 승리도 보고 추억 많은 시간과의 싸움이었어요.
    그런데 깍뚜기님 글 넘 잘 쓰세요. ^^

  • 10. ㅎㅎ
    '17.11.7 3:52 PM (210.221.xxx.239) - 삭제된댓글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이었나보네요..
    거긴 주차할 데도 없잖아요....

  • 11. 으으
    '17.11.7 3:53 PM (210.221.xxx.239)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이었나보네요..
    거긴 주차할 데도 없잖아요...ㅠㅠ

  • 12. 저는
    '17.11.7 4:04 PM (1.231.xxx.99)

    제 얘긴줄..
    너는 창경궁 옆에서 했고
    각종 모든 집회가 있었고 비가왔었습니다.
    다행이 식장이 남편회사 복지차원으로 제공되는 곳이고
    저희가 그날 단독이었어서
    30분 미뤘어요

  • 13. 어휴
    '17.11.7 4:04 PM (112.170.xxx.103)

    저는 오빠결혼식때 렌즈끼고 갔다가 돌아와서 각막찢어져 응급실 갔음다..
    결혼식 마치고 친척들이 우르르 집에 오셔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렌즈빼다가
    이미 한쪽을 뺀 눈인줄 까먹고 계속 손가락으로 렌즈찾느라 방황했더니 각막에 스크래치나면서
    진짜 미칠듯한 통증과 눈물 줄줄줄...손님접대하다가 도저히 못참겠어서 응급실행이었죠.

  • 14. ㅁㅁ
    '17.11.7 4:20 PM (49.2.xxx.156) - 삭제된댓글

    그정도로 무슨 하이킥을...
    제 결혼식에 친정 부모님 오다가 차 고장나서 본식 시간 40분 늦어서 결혼 연기했어요...
    헐... 헐...
    제 여동생 결혼식에 친정 부모님 차 밀려서 본식 시간 딱 맞춰서 왔어요 ;;;
    ㅜ.ㅜ

  • 15. ㅁㅁ
    '17.11.7 4:21 PM (49.2.xxx.156)

    그정도로 무슨 하이킥을...
    제 결혼식에 친정 부모님 오다가 차 고장나서 본식 시간 40분 늦어서 다행히 제시간이 마지막이라
    고맙게도 식장에서 식 시간 기다려줬어요...
    헐... 헐...
    제 여동생 결혼식에 친정 부모님 차 밀려서 본식 시간 딱 맞춰서 왔어요 ;;;
    ㅜ.ㅜ

  • 16. ㅍㅎ
    '17.11.7 9:50 PM (211.109.xxx.166)

    원글 댓글 모두 꿀잼~!
    당시상황은 얼마나 긴박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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