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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러니, 여자 아이들에게 성폭행 대응 메뉴얼을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

werwer 조회수 : 1,778
작성일 : 2017-11-06 12:13:08
모 교대에서 선배에게 강간당한 여학생이 결국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기약없이 떠나는 일이 지난 해 있었어요.
가해자는 같은 과 선배였고요. 술에 취한 아이를 자기 자취방으로 데려가 강간한 일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임신과 낙태, 고소, 협박, 뭐 아침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막장 스토리가 이어졌지요.

그 얘기를 옆에서 실시간으로 전해 들으며(그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고 화가 치미는 한편 한결같이 드는 생각은, 왜 저 피해자 아이가 저렇게 물러터졌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카톡을 주고받고, 사과할테니 만나자는 얘기를 철썩같이 믿고, 중절수술비를 애원하고
그러는 사이 가해 남학생은 공공연하게 피해 여학생이 자기를 좋아한다는 둥, 합의간 성관계였다는 둥,
얼굴을 당당히 들고 다니며 온갖 루머를 지어냈고요.

부모와 떨어져 공부하러 올라온 스물 한 살 여자애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더라고요.
사건 이후 내내 흡사 집 잃어버린 어린 아이를 보는 것처럼 불안하고 위태로웠어요.
그런데,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교대 간 그 아이가 지능이 모자랐을까요?
사회성이 평균 이하여서 문제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졌을까요?

아뇨.
그 아이는 한 번도 상상을 안 해본 거예요.
자기에게, 그것도 늘 가까이서 웃고 떠들고 함께 공부하던 동기나 선배가
성폭행을 하고, 그걸 무마하기 위해 협박을 하고, 거짓 소문을 내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결국 자신이 억울한 상황에 내모린 채로 다수(적어도 남학생들과 학교 당국)의 비난 속에 
공동체로부터 외면받게 될 거라는 걸 말이지요.

일부 여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동조하고 위로하고 같이 분노했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무관심한 학생들은 학교 위신 떨어뜨린다고, 하는 얘기 들어보니 여자애도 좋아한 거 아니냐고,
왜 사람 좋은 선배를 모함하냐고, 꽃뱀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더 힘이 센 생각들은 바로 후자의 생각들이었어요.

한샘 사건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해요.
20대 여자애들, 공부 열심히 하다가 대학 가고, 취업한 그런 평범한 우리 주변의 여자애들이
과연 책임공방이 치열하거나 피해자에게도 비난일 쏠릴 수 있는 범죄에 노출되었을 때
얼마나 제대로 된 대응을 지혜롭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하고요.
만일 그렇지 못다하고 해도 그것이, 가해자의 가해 행동만큼 잘못된 것일까요.

저는 이제 고민이 됩니다.
제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어린 여자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만일에라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된다면
반드시 이런 메뉴얼을 잊지 말라고 얘기해줘야 하는 것인가 하고요.
안 그랬다간 오히려 꽃뱀으로 몰려 가해자 누명이라는 더 큰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IP : 218.147.xxx.34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bb
    '17.11.6 12:20 PM (125.176.xxx.13)

    저는 제가 운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하네요.
    아슬아슬한 상황들이 정말 많았어요.ㅠㅠ

    딸이 그런 상황에 처할까봐 마음속 깊이 두려움이 있어요.

    성폭행 대응 메뉴얼도 필요하고

    남자라는 동물들이 어떻게 성폭행을 하게 되는지 잘 알려줘야겠네요.ㅠㅠ

  • 2. bb
    '17.11.6 12:21 PM (125.176.xxx.13)

    저 학교다닐때도 원글님이 말씀하신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어요.

    여자아이는 성폭행주장했고 남자아이는 아니라고 ㅠㅠ

    여자아이가 평생가져갈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너무 안타까워요

  • 3. 무명
    '17.11.6 12:25 PM (211.177.xxx.71)

    좀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항상 웃음으로 떼우거나 분위기 좋게 넘어가거나 하지말고
    싫으면 싫다고 단호하게 말도 하고 화도 내고 그러면 좋겠어요.

  • 4. 그런데
    '17.11.6 12:27 PM (110.47.xxx.25) - 삭제된댓글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가능하면 남자와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왜 아무도 가르치지 않는 걸까요?
    직장이나 학교에서 짤리거나 비지니스상 막대한 피해가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한다면 취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요.
    그리고 연인외의 남자와는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왜 아무도 안 가르칠까요?
    오래전에 어디선가 '여자는 준비 잘 된 음식이다. 언제나 숟가락만 들면 먹을 수 있다.'는 기가 막힌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꼴페미들이 보면 ㅈㄹㅂㄱ을 떨 글이지만 정말 솔직하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글이라서 기억에 깊이 남았네요.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는 관계 중에도 '"빼"라고 요구하면 바로 빼고 물러서야 한다는 것은 여자들의 희망사항일뿐이고 관계 중에 빼기는 커녕 절대로 넣어서는 안되는 상대에게도 넣고 싶어서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는 것이 남자들의 더러운 본능이라는 것부터 가르쳐야 여자들이 당할 확률이 그나마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면 피해자를 탓하다고 또 난리겠지만 가해자를 욕하고 교도소에까지 쳐넣는다고 해서 성폭행이 줄어드는 게 아닌 현실에서 어쨌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진은 쳐놓고 살라고 가르치는 방법밖에 더 있겠냐는 겁니다.

  • 5. 뱃살겅쥬
    '17.11.6 12:28 PM (210.94.xxx.89)

    개인으로 돌릴 일이 아니에요..
    사회 구조적으로,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원스탑으로 피해자를 돌볼 수 있는 게 있어야 합니다.

    이건 비단 성범죄 뿐 아니라,
    모든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것인데..
    특히 아동 청소년과 성범죄는 피해자가 2차피해와
    평생의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는 문제라서
    정말 대책이 필요해요.

    우리는 이영학을 보면서 분노하는데,
    피해자 가족에게 얼만큼의 관심이 가고 있을까요...

  • 6. 그런데
    '17.11.6 12:28 PM (110.47.xxx.25)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가능하면 남자와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왜 아무도 가르치지 않는 걸까요?
    직장이나 학교에서 짤리거나 비지니스상 막대한 피해가 생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한다면 취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요.
    그리고 연인외의 남자와는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왜 아무도 안 가르칠까요?
    오래전에 어디선가 '여자는 준비 잘 된 음식이다. 언제나 숟가락만 들면 먹을 수 있다.'는 기가 막힌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꼴페미들이 보면 ㅈㄹㅂㄱ을 떨 글이지만 정말 솔직하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 글이라서 기억에 깊이 남았네요.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는 관계 중에도 '"빼"라고 요구하면 바로 빼고 물러서야 한다는 것은 여자들의 희망사항일뿐이고 관계 중에 빼기는 커녕 절대로 넣어서는 안되는 상대에게도 넣고 싶어서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는 것이 남자들의 더러운 본능이라는 것부터 가르쳐야 여자들이 당할 확률이 그나마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면 피해자를 탓하다고 또 난리겠지만 가해자를 욕하고 교도소에까지 쳐넣는다고 해서 성폭행이 줄어드는 게 아닌 현실에서 어쨌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진은 쳐놓고 살라고 가르치는 방법밖에 더 있겠냐는 겁니다.

  • 7. ㄷㅅㅂ
    '17.11.6 12:43 PM (220.72.xxx.131)

    혼자 썸이라고 착각하다
    남선배가 여자친구 있다는 거 알고
    성추행 당했다고 페북 올린 여대생도 있었지요.
    이거 매뉴얼도 필요해요.

  • 8. 123
    '17.11.6 1:06 PM (210.123.xxx.170)

    그러니까 윗님, 그게 남자쪽에서 퍼트린 루머일 수 있다는 말이죠.

    정말 성추행 당했을 수도 있잖아요?
    혼자 썸이라고 착각한게 아니라, 그 남자가 여지를 줬고, 스킨쉽을 했는데
    나중에 여자친구 있었다는 걸 아니까--> 그럼 그 스킨쉽이 진심이 아니라, 그냥 갖고 논 거구나

    하는 마음에 성추행 당했다고 올릴 수 있죠.
    사귈생각도 없이 여자를 왜 만져요. 그게 성추행임..

  • 9. 전국민(여성)
    '17.11.6 1:07 PM (175.213.xxx.74)

    메뉴얼로 무장해야 합니다. 한샘은 당연 사용하지 않구요.

  • 10. ..
    '17.11.6 1:41 PM (61.255.xxx.93) - 삭제된댓글

    성폭행 당한 후의 대처 메뉴얼도 중요하지만 성폭행 당할 상황을 최대한 만들지 않는 메뉴얼도 중요합니다.
    왜 남자랑 정신줄 놓을 때까지 술을 마시냐고요.ㅜㅜ

    남자랑 둘만 차단된 한 공간에 같이 있지 않기(자취방, 원룸 이런 곳에 절대 가지 말고 부르지도 말기)
    술을 마셔도 자기몸과 정신 제어할 정도로만 약하게 마시기
    내게 친절하다고 좋은 남자란 보장 없으니 남자는 무조건 경계하고 주의하기
    남자가 모텔에 모자만 꺼내도 그길로 도망치고 두번 다시 상종하지 않기
    회식을 가더라도 11시 전에는 집에 오기
    12시가 넘어가면 가족에게라도 델러 오라 그러기
    만약에 성추행이나 성폭행 당하면 그런 놈 감방에 쳐넣고 인생 갈아마실 거라고 수시로 떠들고 다니기(이런 소리 들으면 그런 마음 먹다가도 주춤할 수 있음. 만만해 보이지 않으니까)

    이 정도만 지켜도 지인에 의한 성폭행 반은 막을 수 있어요.

  • 11. 이런글 대문으로..
    '17.11.6 3:21 PM (221.140.xxx.68)

    한샘 피해자 여성분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보통사람들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전면적인 재수사를 통해 바람직한 선례가 있어야 된다고 봐요.피해자분 진술서 보니 성폭행도 참 교묘히 악랄하게 하네요. 대학생 딸래미한테도 숙지하라고 보여줬어요.학교에서 하는 성교육 내용도 바뀌어야 할것같구요. 대부분의 젊은 여자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무지합니다.

  • 12. ....
    '17.11.6 3:43 PM (175.223.xxx.157)

    성폭행대응 매뉴얼도 매뉴얼이지만
    친하다고 생각하는 남자사람을
    끝까지 경계하고 믿지않는 심리 조절법을
    가르치는게 좋을듯요.

    지인에 의한 성범죄가
    결국 그 사람이 설마 나한테 그러겠어?라는
    순진한 믿음을 악용하는 거니까요.

  • 13. ...
    '17.11.6 8:18 PM (1.250.xxx.183)

    너무 착한거나 무른경우 당하기 쉬운거 같아요

  • 14. --
    '17.11.6 9:55 PM (115.161.xxx.163)

    죄송한 말씀이지만 안 당한건 본인이 잘해서라기 보단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게 좋을 거에요

    남자는 무조건 경계하고 술은 무조건 안취하게 마시고 단 둘이 있는 기회는 만들지 말고...ㅎㅎ
    그거보다 남자가 술먹고 뻣은 여자 안건드리고, 단 둘이 있어도 여자 건드리면 안되고, 야한 옷입고 끼부려도 확실한 내 여자 아니면, 그여자가 진짜로 오케이 하지않으면 건드리지 말고 그럼 되는 거 아닌가요?
    남자가 다 짐승도 아니고 우리 사회가 너무 남자를 아들을 짐승으로 기르는 거 아닌가요?
    요즘 세상에 야근이다 모다 밤 11시면 회식에서 그만 나와요? 그러고는 여자는 뽑으면 안된다고 하고 그러는거 아니에요?
    진짜 요즘엔 내가 조심해도 별 이상한 약까지 먹이고 진짜 괜찮아 보이지만 이상한 놈들도 많아요
    저도 항상 감사하고 조심하고 살지만...
    남들에게도 조심하면 괜찮아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어요
    조심해도 위험할 수 있어요....ㅜㅜ....너무 무섭지만
    도덕적으로 끼부리고 이런거 욕할 수 있지만
    어쨰튼 강간이나 폭력...회사의 잘못된 대응....여자에게 무고죄 운운 등은 법적으로 벌을 받아야 하는거죠
    법적으로 벌 주는 데 집중할 때 도덕적이고 원론적인 걸로 피해자 욕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법은 지킬 가치가 있는 정조만 지킨다고 했던가....머 그런 판결이 옳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잖아여
    범죄자 인권은 챙기면서 성적 피해본 여성 인권은 안챙기는거 같아 씁쓸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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