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7 여자사람 입니다. 연구직 직장생활을 하고 있구요.
한 4년 가까이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 슬슬 결혼을 해야하지 않나 하고 있습니다.
상견례는 하지 않았지만 각각 부모님은 뵈었구요.
내년 봄 쯤 결혼은 하자 하고 있습니다.
예랑은 저랑 동갑이고 대기업을 다니구요.
사람성품 착하고 성실합니다. 가벼운 면이 많고 감정기복이 크지 않은 사람이구요. 그런데 굉장히 무뚝뚝합니다.
사회성은 좋아서 얘기잘하고 잘 어울리는데 저랑 밥먹을때도 말을 잘 안하고 보통 가만놔두면 혼자핸드폰 하는 시간이 젤 많은거 같네요.
예랑이 저를보고 첫눈에 반해서 많이 따라다녔어요. 밀어내도 끝까지 옆에 붙어 있던 사람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별로였던 사람인데 지나다 보다 좋은 점이 보이고
특별히 가슴이 뛰어서 시작한 사랑은 아니지만 따뜻한 익숙함과 정도 생기고 합니다. 지금은 정 같은 사랑스러움도 느껴지네요.
한 2년간은 이친구가 결혼을 하자고 많이 졸랐는데 전 그땐 결혼 생각이 없었고
3년차쯤 되니 전 결혼을 해야지 했는데 이친구는 꼭 결혼을 해야하나 싶었나 봅니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하고, 예랑 친한 직장동료의 결혼 과정 임신과정 이런걸 즐겁게 얘기하는 그 사람을 보니 우리 결혼은 안중에도 없는 그한테 화가 나고. 3살 차이나는 남동생도 올해 여름에 결혼을 하는 통에 많이 히스테릭 해졌었어요. 엄청 화를 많이 냈었죠. 예랑은 그냥 듣고만 있고.
그래서 우리 언제 결혼할꺼냐 하면 딴소리를 하거나 "해야지" 하거나 술먹다 얘기할때는 제 술버릇이라면서 화를 내더라구요 -.ㅡ;; 사귀다 보면 결혼하면 어디살지? 어떻게 살지? 이런 얘기가 나오는게 당연할듯 한데 그런 얘기 나오면 피해버리고.
여차저차 변명은 우리 부모님을 안봐서 그런얘기를 안하는 거라 해서 저희 부모님을 뵙고 그후에 또 결혼 생활 얘기나 나오면 짜증을 내길래 싸우고. 이런 반응들이 일상적이지 않다고 얘기하니 결혼얘기는 본인 부모님을 뵙고 나서 하는게 예의라네요 ...-.ㅡ^
여차저차 우리부모님 예랑 부모님을 다 뵈었습니다. 부모님도 좋은 분이셨구요.
양가 부모님 모두다 저희가 나이가 있다보니 크게 반대없이 좋아해 주시고요. 그런데 집에서도 엄청 무뚝뚝한가 보더라구요. 본인집에서 한마디도 안하는 -.ㅡ;;
그 이후로는 모 결혼 얘기 나와도 크게 거부 반응 없이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 보면 어떻게 결혼할지 어떻게 살지 어디서 살지 꿈에 부풀어서 얘기들을 하는데 저희는 그게 메인 주제가 아니네요. 제가 물어보면 그때 한두마디 이제 시작해서 결혼에 대한 주제에 대해서 대화는 합니다. 그런데 자기주도적인건하나도 없고 모 해서 오라고 하면 그때는 해서 오고.(예를들어 저 같은 경우는 독립적이라 제 재산 관리는 제가 다 해온터라 제 재정상황이 다 파악이 되는데 예신은 어머님이 재테크를 해주셔서 본인이 쓰는 돈 이외에는 크게 본인이 관여 하고 있진 않아요. 그렇다고 헤프게 쓰거나 그런편도 아니고 어머님이 그돈으로 신도시에 오피스텔도 투자해놓으신가봅니다. 그래도 본인 재정상태는 파악해야 하는건 아니냐 하니 그땐 물어서 오던 합니다. )
답답하지만 이제는 화도 안나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구나 하고 있습니다.
제 성격이 또 직업병이어서 그런지 시간에 맞춰 딱딱 준비하거나 스케쥴정리를 하는 편이라.. 속이 터지지만. 더이상 잔소리도 하고 싶지 않고...
한창 설레여야 할때 난 왜이렇게 답답해야 하나 하는 마음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결혼이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이친구가 나랑 결혼하고 싶지 않은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같이 살면 평온할꺼 같습니다. 모나지 않고 품성 착하고 둘다 연봉이 나쁘지 않아서 금전적으로도 부족하지는 않게 살꺼같고.. 특별히 주관이 강하거나 고집이 있지 않아서 뭐하지 어디가자 하면 군말없이 같이 해주고. 주말에 모든 일정이 저한테 맞춰져 있어서 밖으로 돌아다니거나 그런 성격도 아니고.그런점은 참 고마워요. 애살스럽게 먼저 집안일을 하거나 하진 않지만 시키면 또 하겠죠.
저 좋다고 난리 칠때도 무뚝뚝 했던 사람이긴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무심하고 무뚝뚝하니 이건 해야하는 하는 결혼인지 아닌지.
부모님이 한번더 보자고 하셔서 곧 뵐 예정입니다. 동생내외도 같이. 그때 부모님이 무슨 말씀을 하셔야 그나마 움직일까요?
저도 좀 개똥밭 같은 전쟁같은 결혼생활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결혼할때까지의 순간만이라도 세상에서 제가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