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방법은 뭐 여러 가지가 있으니 각자 맞는 거 찾아서 하시면 되겠습니다만,
오랜 다이어터 생활 끝에 얻은 진리 몇 가지 풀어놓습니다.
전 서른 다섯에 다이어트를 시작해 현재 마흔 넷입니다. 전 그때까지 살짝 통통한 정도였어요. 그러다 갑자기 왜 다이어트를 시작했냐, 아이 둘 낳고 모유 수유할 때까진 괜찮던 몸이 모유 끊고 애들 좀 크고 몸이 편해지니까 몸무게가 어느 순간부터 살살 늘어나는게 왠지 불안불안하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내 인생에 단 한 번도 말라본적이 없구나ㅠㅠ 싶더라구요. 목표를 잡았습니다. 마흔 전까지 실컷 미니스커트를 입겠노라!!! 당시 영 못입을 체형은 아니었으나 남들이 보기에 살짝 부담스러운, 흉하다 할 수는 없지만 예쁘다 소리까진 안 나오는 그런 몸이었어요.
어느 날, 모든 맛있는 것과 이별을 합니다.
그러나 제가 다이어트 한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어요. 심지어 남편에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다이어트에 엄청 관심이 많아요. 특히 날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만일 다이어트 하는 사실을 밝히고 열심히 살을 빼면 과연 그들이 잘했다 박수만 쳐줄까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별별 말을 다 합니다. 먹고 싶은 거 그냥 먹어, 넌 충분히 날씬해, 대체 뭐라고 그렇게 살을 빼니? 넌 통통한 게 더 예쁜데 마르니까 흉하다 등등 끝도 없어요.
너 다이어트 하니? 물으면 차라리 다른 핑계를 대세요. 저는 위염 때문에 소화가 잘 안되서 많이 못 먹는다고 합니다. 이게 제일 효과적이에요. 거기에다 대고 그래도 좀 먹지 그래. 마르니까 흉하다, 그러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 위염이 잘 안 낫더라, 건강 조심해 하고 넘어가요.
제가 음식을 어떻게 먹었느냐. 이게 사람마다 다르니까 저랑 비슷한 분들만 참고해주세요. 저는 식탐이 아주 많은 스타일이에요. 색다른 음식이 있으면 피하는 게 아니라 즐거워하며 맛을 보는 탐험가 기질이 있어요. 그런 저에게 음식을 이것저것 가려먹는 다이어트는 힘들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밀가루를 끊거나, 과일만 먹거나 이런 다이어트 있잖아요. 저는 떡볶이 너무 좋아하고, 순대도 좋아하고, 케이크도 좋아하고, 고기도 좋아하고, 정말 가리는 음식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눈앞에 음식이 보이는데 참고 그런 건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음식을 가리지 않으면서 양만 정해놨어요. 종류 불문 다 합쳐서 밥 반공기 정도, 종이컵 한 컵 정도 분량만 먹자. 밀도에 따라 무게는 차이가 나겠지만 오로지 부피만 생각했어요. ㅎㅎ 한 때 채소는 많이 먹어도 되지롱~하면서 오이 세네 개씩 먹고 그랬더니 그 후에는 갑자기 허기가 지더라구요. 위가 늘어나서인지 아니면 몸이 더 완벽한 포만감을 원하는 건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여튼 그 후론 오이든 고기든 딱 정해진 양만큼만 먹었어요.
가리는 음식만 없어도 다이어트는 그렇게까지 스트레스가 아니에요. 대신 조금을 먹어도 정말 맛있는걸 먹자는 생각에 그때그때 정말 먹고 싶은 걸 먹었어요. 케이크로 한끼 때울 때도 있고, 고기 먹을 때도 있고, 비빔밥 먹을 때도 있었어요. 어지간하면 끼니를 거르진 않지만 일하다가 가끔 바빠서 못 먹을 땐 기뻐하며 다음 끼에 두 배를 먹었어요. ㅋ 그나마 전 재택근무라 외식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서 조절하기가 쉬웠어요. 외식은 안했으나 배달은 자주 시켰어요. 먹고 남겨놨다 또 먹으면 되니깐! 엽떡은 넘나 좋아한 나머지 한 번 시켜서 일곱번 정도에 나눠먹었던 거 같아요. ㅎㅎㅎㅎ 아, 그리고 과자나 초콜릿, 이런 건 다이어트 초반엔 완전 멀리했는데, 그러다보니 또 먹고 싶은 욕구가 폭발해서 안되겠더라고요. 어느 정도부터는 애들 먹을 때 반드시 두 입 얻어먹어요. 과자 두쪽, 초콜릿 두쪽, 요런 식으로요. 한입은 넘나 감질나고 두 입 정도 먹으면 그런대로 제어가 됩니다.
가끔 부폐도 갔는데, 처음엔 그런데 가면 괜히 많이 먹을 것 같아 걱정스러웠거든요. 근데 막상 가보니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그 수많은 음식들 중 땡기는 걸 다 한입만! 먹어요. 종류가 많으니 한입만 먹어도 평소보다 많이 먹는 거지만, 간혹 그런 즐거움 정도는 누려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 생각나는 건 요 정도에요. 지금은 물론 저 때보다는 많이 먹습니다. 감량을 더 하진 않고, 그냥 유지만 하는 중이라서요. 하지만 보통 사람보다는 훨씬 덜 먹습니다. 한끼 좀 무겁게 먹으면 그 뒤는 간단히 과일한쪽 먹고 끝낸다거나 그런 식이에요. 세끼를 배부르게 먹는 날은 제가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래 단 하루도 없었고요, 점심 저녁 두 끼를 배부르게 먹은 적은 종종 있어요. 그리고 나면 그 후 한 이틀 정도 다이어트 식으로 돌아가요. 매 끼니 종이컵 한공기 분량의 식사를 하는거죠. 161에 48킬로 나가고요, 근육량도 많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아주 마른 몸이에요. 지금은 운동을 하지만 다이어트 초기에는 운동은 하지 않았어요. 운동을 병행하며 건강하게 살 빼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게 진짜 어려워요. 왜? 운동을 빡세게 하면 제곱의 제곱의 제곱만큼 허기가 밀려오거든요. 차라리 초반에는 식이요법으로 몸을 좀 만들어놓고, 유지를 위해 운동을 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일단 몸이 슬림해지면 운동을 하는 것도 쉽고 재미있어지거든요.
너무 고달픈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시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셔요. 이상적인 방법만 찾지도 마시고요. 적당히 참고 적당히 풀어주고 그래야 오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