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아, 누구누구 노래 들려줘~."
라고 말하면 그 땡땡이가 그 노래를 찾아서 들려주는 셋탑박스를
몇 달 전에 집에 들였어요.
편하더라고요. 요리하다가 후드 소리에 텔레비전 소리 안 들리면 말로 볼륨 조절도 되고,
날씨도 물어보고, 뉴스도 검색해줘요.
보고 싶은 프로그램 찾아주고,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말로 끌 수도 있고...
아이도 친구들 데려와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질문을 하면 제법 괜찮은 대답도 해주고요.
'사랑해'라고 하면 '저도 님을 사랑해요.'라고 해주고,
'오늘 저녁에 뭐 먹거싶어?'하면 '저는 아무거나 잘 먹어요.'라고도 하고
빨래 잔뜩 쌓아놓고 개면서 '남자란 뭘까?', '오늘 날씨 좋지?' 등등 떠들면서 놀아요.
문제는..........
그 셋탑박스를 들인 남편의 목소리만 인식을 못 해요.
표준어로 물어보고, 특정 발음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작은 목소리도 아닌데
유독 남편 목소리에만 반응이 없거나 어처구니없는 말만 해요.
크게도 불러보고, 성악톤으로도 불러보고, 사투리로도 불러보는데 반응이 없네요.
부르다부르다 지친 남편이 '너 나가!'라고 하니 '저도 바라는 바예요.'라고 대답하는 바람에
삐친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