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의 뒷모습

Deepforest 조회수 : 1,952
작성일 : 2017-10-12 20:11:17
아버지가 추석때부터 당분간 저희집에 머무르게 되셨지요.
올해 팔순이 되셔서 여러가지로 몸도 불편하실텐데
이젠 더이상 어디 아프다고 두런두런 불평도 안하시고
그저 시간을 보내는 일이 힘드신듯 하여
다락의 서재와 거실을 뒤져 책을 몇권 골랐습니다.

허삼관 매혈기
황석영의 맛기행
김산의 아리랑

골라 드리면서도 눈도 아프시고 마음도 복잡하신데
잘 읽으실까 싶었지요.
식사하신 후, 특히 저녁을 드시고는 바로 주무시던 분이
교환학생 가있느라 비어있는 딸아이 방 책상에 밤늦도록 스텐드를 켜고 책만 보시더군요. 아빠 재밌어요? 간식을 드리며 물으면 고개를 끄덕하시곤 다시 책을 보십니다.

뒤늦게 책에 빠지신 아버지의 뒷모습.
저분이 만일 좋은 시대에 태어나 공부를 하셨다면...
독립운동 하느라 가산을 다 바친 집안에서 태어나 겨우 선산만 건지신 아버지.

오늘. 당신이 책장을 서성거려 직접 고르신 책은
놀랍게도 레닌 평전. 두께가 걱정되서 저는 가볍게 보시라고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골라 드렸네요.
책을 읽는게 아니어도
아버지의 뒷모습은 항상 마음을 휑하게 만듭니다.

IP : 61.101.xxx.4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ddd
    '17.10.12 8:21 PM (218.150.xxx.219)

    8순 되시는 분이 레닌 평전을 읽을 정도라면......독립군 후손 답군요.
    대단합니다.

  • 2. Deepforest
    '17.10.12 8:25 PM (223.62.xxx.162)

    아뇨. 그냥 제목보고 호기심에 고르신 모양인데.. 아마 다 읽긴 힘드실거에요. 저도 읽다 말았다는... 다 읽으시면 자랑글 올려야 하나 싶네요.ㅎㅎ

  • 3. 일단
    '17.10.12 8:32 PM (39.117.xxx.194)

    감사합니다
    두분의 모습이 보기 좋아요

  • 4. 아버지
    '17.10.12 8:37 PM (1.251.xxx.84)

    원글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는 결혼하고 사정상 한달간 시댁에 머물게 되어 아버지가 저를 두고 돌아가시면서 손수건으로 황급히 눈물을 훔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평소 참 엄하고 무뚝뚝하신 아버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저 결혼 후 타지방에 살게 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잘있나 그러면 됐다 딱 그 두마디만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던..
    항상 아버지 생전 그 깊으셨던 마음을 떠올리곤 합니다

    살아계실때 아버지와 대화 많이 나누시고 함께 많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5. 쓸개코
    '17.10.12 8:49 PM (218.148.xxx.130)

    어디서 좋은글귀보면 수첩에 꼭 메모해두시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애들은 금이야 옥이야 예뻐하시면서 엄마에겐 참 부족한 남편이었는데 지병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가부장적이신 편이었는데 손수 식사를 챙겨드시고 거기다 예쁘게 앞치마 두르고 설거지까지!
    정말 아버지랑 대화 많이 나누셔요.
    저는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네요. 꿈에서도 말없이 웃기만하셔서..ㅜㅡ

  • 6. 햇살가득
    '17.10.12 9:02 PM (124.49.xxx.131)

    저는 꿈에서도 나타나지 않으시네요..
    매정하신분..
    쓸쓸한 가을바람에 아빠생각이 납니다.

  • 7. 우리아빠
    '17.10.12 9:34 PM (39.118.xxx.143)

    저를 항상 과대평가해주시고
    너무나 많은 사랑해주셨던 아빠를 아는데도
    제가 싫어하는 부분이 나오면 넘 싫고 거리두고 싶은데..... 근데 이글 왜 이렇게 가슴이 아린지...
    탐미주의자에 책 좋아아고 낭만과 멋을 어은 우리아빠, 나비심장과 가난으로 평생을 사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

  • 8. robles
    '17.10.12 11:21 PM (186.136.xxx.137)

    아버님이 꽤 멋있을 거 같습니다.

  • 9. ...
    '17.10.13 12:31 AM (112.163.xxx.240) - 삭제된댓글

    아버지 오래 건강하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37922 멍청하고 자존감 낮은 여자는 정말 남자들의 밥인가요? 45 ㅇㅇㅇ 2017/10/12 23,990
737921 미드 찾아 헤매는중입니다.ㅠㅠ 브레이킹배드 어디서 볼 수 있나요.. 7 ,, 2017/10/12 2,640
737920 평균 생리출혈량이 80밀리 라는데 다른 분들 어떠세요 6 …. 2017/10/12 2,107
737919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읽어보신 분 16 쥴라이 2017/10/12 3,692
737918 코풀면 코커지나요? 5 ㅜㅜ 2017/10/12 2,601
737917 코엑스에서 액티브시니어 페어하던데 가보세요들 1 낼까지 2017/10/12 792
737916 하나님 안믿으면 지옥간다고 애들이 ㅡㅜ. 45 ㅡㅜ 2017/10/12 5,833
737915 뉴시스,뉴스1, 연합기레기들이 절대 실어주지 않는 안첤의 민낯 3 82상주 기.. 2017/10/12 905
737914 뉴스룸에 김훈 나왔네요~아 헷갈려요! 10 김훈 2017/10/12 4,227
737913 요즘따라 허무한데... 베스트의 이혼글 보면서.. 16 짧게살아봤는.. 2017/10/12 7,206
737912 유튜브음악 들으며 82하는법 알려주세요 ~~! 17 헬프미~~ 2017/10/12 3,080
737911 그날 아침 9시 45분 경 세월호 모습.jpg 41 ㅁㅊㄴ 2017/10/12 12,933
737910 빨갛게 잘 익은 대추가 먹고싶어요.. 어디서 사면? 4 ***** 2017/10/12 1,126
737909 피부색이 흰 편 아님 까무잡잡 하시나요? 10 부럽다~ 2017/10/12 1,947
737908 대구 동대구역 근처 괜찮은 곳 추천 해주세요 (식사,카페) 5 fog 2017/10/12 1,759
737907 이거 무슨 노래인가요? 놀람 22 ㅇㄷ 2017/10/12 6,200
737906 브로크백마운틴에서 잭 트위스트가 어떻게 죽은건가요? 13 ? 2017/10/12 6,849
737905 데이트할때 자연스럽게 얘기 술술하는 분들이 넘 부러워요 8 ^^ 2017/10/12 4,170
737904 농협 atm기기로 업무시간 외에 얼마입금 가능한가요 2 바닐라향기 2017/10/12 631
737903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주도단체가 한자 유료사이트를.. 왜? 샬랄라 2017/10/12 706
737902 여자는 결혼할때 나이가 가장 중요한가봐요 19 퍼옴 2017/10/12 9,225
737901 이상호기자 타이밍이 참... 8 뭔가 찜찜 2017/10/12 4,182
737900 삼양라면 매운맛 맛있나요? 9 라면인건가 2017/10/12 1,306
737899 가출 2 ... 2017/10/12 729
737898 엉덩이? 골반? 아파서 문의드려요 5 아파요 2017/10/12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