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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늙고 약해진 엄마

... 조회수 : 3,991
작성일 : 2017-10-10 01:14:26
내년이면 칠순이 되는 엄마는 저를 좀 늦게 낳아서
저는 올해 30대 중반 나이 미혼..

변변찮은 아빠와 살면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아빠 역활까지 하며 살아온 인생
아직까지 본인이 본인 생활할 돈 버시고
적당히 월세나오는 집도 있으니 나쁘진 않죠

성격도 약하고 늘 눈치보고, 좋은걸 좋다 싫은걸 싫다 말도 못하고
얼굴은 상해서 주름쌀이 자글자글 아파보이는 얼굴을 하도서도
이렇게 잘 살아내시는거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점점 엄마의 삶을 닮아가는것 같은 억척스런 내 자신도 그렇고
외동딸로서 그 무게를 짊어진다는거
제 감정의 바닦엔 늘 우울함이 자리잡고 있네요

20대 후반때 외삼촌과 외숙모가 제게 와서 하던말이
너가 이제 운전도 하면서 엄마 모시고 다녀야하는거 아니냐고..
그럼 지네 딸 아들들은 운전을 하나.. 본인들은 본인들이 운전하고 아들 딸들 운전해서 태워다녔으면서
그 어리던 제게 와서 엄마를 잘 모시라고..

다른 평범한 집들처럼 부모님이 운전하는 차에 타서 여행한번 못다닌 삶을 살았지만

이제 저도 나이가 들어 공기좋고 산천 아름다운 곳에 집도있고 차도 있고
연휴때 엄마가 오셔서 옆자리에 모시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녔지만
비싼돈 주고 배타고 섬에 들어가 해안도로를 달려도 피곤에 지쳐 꾸벅꾸벅 조는 엄마.. 뭐하나 행동 하나를 해도 어설프고 엉뚱하고
제 자존감을 많이도 깍아먹었던 엄마..

이제 이 나이 먹었으니 부모탓 할순 없을때이지만
이렇게 오랜만에 엄마랑 오래 붙어있다보면 나도모르는 깊어진 감정이 울컥 나오네요

연민 하지만 때론 싫기도 하고..
나를 너무 사랑하는 엄마지만 그 방법이 참으로 마음에 안들었고
큰 힘이 안되어주던 약하던 엄마

돈한푼 안벌고 자식한테 얹혀 살면서도 당당한 사람들이 많은데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독립되어있으면서도 늘 주눅 들어있고 눈치보고 체력은 골골되고 고집은 쎈 엄마

긴 연휴를 지내고 이제 내일 엄마는 돌아가십니다. 그동안 잘 참았는데도 오늘밤은 너무 짜증이나네요
그냥 제 삶이 마음에 안드네요..
IP : 121.189.xxx.148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보리수
    '17.10.10 1:26 AM (58.238.xxx.39)

    이게 참 복잡미묘한 감정인데 '애증'이 아닐런지요?
    부모는 그 시대에 여성으로 살아야 했던 척박한 환경이
    있었던 것이고 어머님이 성격이 유순하셔서 자식 눈에는
    주눅들고 눈치보는것 같아 싫은거자나요.
    만약 반대로 억세고 드센 성격의 엄마였다면
    어쩌면 연휴때 엄마 모시고 여행이나 다닐 생각을 했을까요?
    벌써 사이에 금이 갔을수도 있었을거고요.
    이제와 칠순의 엄마가 바뀔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있는대로 받아 들이고 따뜻한 말 해드리세요.

  • 2. 애휴
    '17.10.10 1:37 AM (182.239.xxx.83)

    눈물나네요
    울 엄마도 기 엄청 쎄시고 망망 정말 심하신데 10년전 아빠 사업 망하시고 많이 생활이 어려워져 달라지셨어요
    물론 여전하신건 있지만 가끔 속 상해요 ㅠ
    넘 멋장이에 기세 등등하시던 엄마 아빠 모습이 그리움 ㅠ

  • 3. ...
    '17.10.10 1:46 AM (211.184.xxx.234)

    가족이란게 선택할 수 없는거라 그냥 주어진대로 살아야 하죠
    가끔은 이 엄마한테서 어떻게 내가 태어났을까 싶을 때도 있어요
    부모님도 그런 생각 하겠죠..
    그 가족의 굴레가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돼서 저는 결혼도 안하고 자식도 안낳았는데요, 그런다고 세상사에서 벗어나지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긴 명절의 끝에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 4. 부모님 늙어서 약해지면
    '17.10.10 2:27 AM (211.49.xxx.141)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죠
    ㅌㄷㅌㄷ
    무슨 맘인지 다 알겠어서 맘이 짠하네요

  • 5. 시원한 바람
    '17.10.10 6:18 AM (218.209.xxx.233)

    따뜻한 따님을 두셨네요. 어머님은.
    부럽습니다.

  • 6. ..
    '17.10.10 7:25 AM (125.177.xxx.102) - 삭제된댓글

    원글님 마음 알면, 엄마가 속상하시겠습니다

  • 7. ㅇㅇ
    '17.10.10 8:52 AM (114.200.xxx.216)

    가장 중요한 경제적 능력이 아직도 있으시다는데..뭐가 그렇게 ...안타까운지..모르겠네요..

  • 8. 그래도
    '17.10.10 9:48 AM (125.177.xxx.106) - 삭제된댓글

    당신 앞가림도 하시고 훌륭한 어머니시네요.
    그렇지 못하신 부모님도 많답니다.
    전 님어머니같은 어머니라면 너무 안쓰럽고 가엾을 것같아요
    아마 님도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기 때문에 그러신 것 같아요.
    이젠 바꾸시기 어려우니 님이 그대로 받아들이시고 사랑만 주세요. 니원했던 것처럼

  • 9. 그래도
    '17.10.10 9:49 AM (125.177.xxx.106)

    당신 앞가림 하신다니 훌륭한 어머니시네요.

  • 10. 아마 대부분의 딸들이
    '17.10.10 11:54 AM (175.116.xxx.235)

    엄마는 불쌍하고 안스러우면서도 짜증나는 존재가 아닐런지요...

  • 11. ....
    '17.10.10 3:04 PM (211.217.xxx.25)

    원글님...맘은 저도 같아서 충분히 공감해요.그런데 전 감사한 마음만 가지려고요..제 아이가 절 안쓰러운눈으로 본다면 저 많이 힘들것 같네요.70이 넘어 손녀보시느라 서울에서 생활하시며 암수술까지 받으시고 이젠 혼자계실 힘도 없으시면서도 고향집을 두고 가고싶은마음 억누르시는 작고 약해진엄마..그래도 엄마없이안된다고 엄마가 제일필요하다고..약한엄마말고 커다랗고 든든한엄마로만 마음에 담을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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