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전에 저장해놓은 글입니다 링크도 첨부해요
회사에서도 종종 일어나죠 어린 여자를 나이든 남자가 유린하고 수틀리면 여자를 매장시켜 버리죠 이미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손쉽게
여성이 진급하지 못하게 하는 진짜 빌런들
이전 글에서는 여자를 "꽃"으로 취급하며 성적인 접근을 시도하다가 거절당하면 분노하는 남자들에 대해서 썼다.
하지만 실제로 당신을 직장에서 몰아낸 개새끼는 그런 남자가 아닐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아마 지금 찬찬히 생각해보면 아... 그 때 그 새끼였나!!?? 할 만큼, 어쩌면 그 당시에는 고맙게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남자일 것이다.
사회 초년생이나 마음 약하고 소심한 사람에게는 완벽한 커리어 킬러이기도 하다. 사수로 정말 최악이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아마 초반에는 성적인 끈적임 없이 아주 친절했을 것이다. 편의를 봐주고 세심하게 신경써주고 뭐든지 불편하거나 마음에 걸리는 것 있으면 와서 말하라 했을 것이다. 경험으로 '사심'이라면 성적인 관심만 경계했을 당신은 '와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감탄하며 의지했을 것이다. 대하기 힘든 다른 선배나 팀장보다 이 사람에게 속을 더 털어놓았을 것이고, 혹시라도 아파서 출근 못하거나 무언가 끝내기 힘들면 이 사람에게 물어봤을 것이다.
그는 사실 고의든 아니든 그렇게 당신을 고립시키기 시작했다. 저 팀장님은 무섭고, 저 선배는 까다롭고, 저 분은 뫄뫄 하니 뫄뫄해야 하고 어쩌고 하면서 회사의 내부 사정을 알려줬을 수도 있다. 악의가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이 마냥 무섭고 두려웠던 당신에게 그는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 그가 하는 말은 다 믿고, 그의 조언을 백퍼 따르게 된다.
여기서부터 이미 당신은 망하기 시작했다. 이 관계에서 그는 뭘 잘 모르는 여자 신입을 잘 보살펴 주는 남자가 되었고,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말 한 마디 안 섞었더라도 그의 피보호자로 인식이 되었다. 당신이 '친한 사이'라고 생각해서 소소히 말했던 일상은, 악의가 없더라도 당신의 신용도를 깎아내리는데 한 몫 한다. "지영씨 어디갔어?" 하고 물으면 "아, 오늘 몸이 좀 안 좋아보여서 제가 커버할테니 조퇴하라고 했어요." 라고 해맑게 대답하는 그 덕분이다. "지영씨를 제가 도와주고 있어요" 라고 그가 선배들에게 말하면 평소에도 고마워하던 당신은 옆에서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무해함을 강조하고 그의 유능함을 띄워주느라, "저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제 사수가 다 해주고 있어요" 라는 이미지 시전을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당신은 쓸모없고 예민하며 보살핌일 필요로 하는 "여성"으로 각인된다.
일이 잘 풀릴 때는 뭐 그럭저럭 굴러간다. 하지만 누군가 앞으로 내세울 때가 되면 당신은 그 값을 치르게 된다. 뭔가 맡길만한 믿음직함은 그가 다 가져가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그를 통해서 일을 넘기고 받는다. 당신의 이름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가 일부러 성과를 가로채지 않았더라도, 당신이 조금 무서워하니 자기가 까다로운 리드에게 결재 받아오겠다 하던 호의는 그의 유능함을 쌓아올리는데 한 몫했다.
여기까지는 그 남자가 선의를 가졌더라도 어떻게 해가 될 수 있는지 얘기다. 그가 악의를 가졌거나 사정이 안 좋아지면 정말 여러가지로 스펙터클하게 망할 수가 있다. 프로젝트가 늦어진다? 당신은 이미 고립되어 그가 당신의 대변인이 되었으니 문제가 생겼을 때 그가 당신을 팔아먹어도 알지도 못한다. - "지영씨가 집에 아이가 있어서 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지영씨를 도와주다 보니까 제가 시간이 좀..." "지영씨가 다른 분들을 좀 껄끄러워해서..." 이딴 식으로 읊어댄다. MSG 를 아주 살짝만 쳐도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아 맞아. 지영씨 좀 그런 것 같더라. 아유, 지훈씨가 고생하네. 지영씨가 좀 예민하고 내성적이고 까칠하고 그렇지. 여자들이 그렇지.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그는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여성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스스럼없이 이용해서 당신의 커리어를 아주 극초반부터 말아먹었다. 그러나 당신은 여전히 그가 좋은 선배라고 생각하고 늘 미안해하고 감사한다. 속없이 선물도 줄줄이 사다바쳤을 수도 있다. 이 사람 없었으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할 수도 있다.
그가 없었다면? 처음에는 조금 더 힘들었을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게 적응하느라 신경줄이 쇠약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동료들은 당신을 동료로 대하고 직접 알아갔을 것이고, 그가 제공하는 "오빠 도움 받아 겨우 살아남는 아름이" 느낌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을 흔해빠진 고정관념보다 한 명의 직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에서 그들은, 특히 상관들은, 당신을 모른다.
성희롱식 음담패설을 입에 물고 다니는 남자나 여직원들에게 작업거는 남자들은 남자들끼리도 다 누군지 안다. 그러므로 그들은 담백한 그가 당신에게 성적인 관심 없이도 잘 해줬다는 것을 알 것이고, 그러므로 그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때 당신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하자. 당신이 아무리 호소해도 이 사수가 가해자 편을 들면 게임 오버다. "아, 지영이가 마음이 약해서 그걸 오해하는 남자들이 좀 있기도 해. 걔가 거절도 잘 못하니까 오해했을 수도 있어" 해버리거든. 진급자 결정할 때 "지영이는 제가 조금 더 같이 일하면서 봐주는게 좋을 것 같아요" 하면 누락이다. 실제로는 당신이 일의 대부분을 하고 있어서 빠져나가면 자기가 곤란해서 하는 말이라도 당신에게 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로 당신의 분노는 히스테리가 되고, 당신의 노력은 그의 실적이 되고, 당신의 야망은 같잖은 욕심이 된다. 그는 고정관념에 당신을 끼워맞춰 자신을 구세주 포지션으로 놓고 당신을 연료로 써먹었다.
칭찬하는 듯, 감싸는 듯 몇 마디씩 오랫동안 던진 단어들이 당신을 옭아매었다. "섬세", "속이 여린", "착한", "수줍은", "남친", "아이", "남편", "아픈 친정 어머니", "편두통". 사실 당신은 섬세하지도 착하지도 않으며 주말에 뭐했냐고 물어서 대학 동창을 주말에 딱 한 번 만났다고 말했을 수 있다. 남편이나 아이 혹은 친정 어머니 문제로 단 한 번도 근무태만 한 적 없었고 회식 대문에 머리 아파서 진통제 찾으려고 했을 뿐이었더라도, 그의 덕에 당신은 "딱 그런 여직원"으로 박제 되어있다.
그렇게 당신의 커리어는 망한다. 퇴사하면서 당신은 그에게 돌봐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그는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한다. 그는 유능하면서도 배려심 많아 쓸데없는 여직원도 잘 끌어주는 사수로 남는다. 당신은 "왜 여직원을 채용하면 안 되는가"의 표본 데이터베이스에 +1이 된다.
그렇게 진급 대상 여직원이 또 하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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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해외의 '좋은, 차별없는' 직장에서 자주 본 패턴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해당될지 잘 모르겠다. 기혼녀나 아이가 있는 경우, 성적인 관심에서 벗어나서 다행이라 생각하더라도 이 공격에는 속절없이 당한다.
+ 이 패턴은 상위 간부들이 거의 남자이고 위아래가 섞일 일이 별로 없는 직장에서 최고로 유효하다.
+ 여성 보스 밑의 남자 직원이 치고 올라가는 경우 꽤 보는데, 같은 패턴이다. 보스와 얘기하기 보다는 다른 남자 상사들과 어떻게든 어울리고 끼어들어 저런 식의 메세지를 보낸다.
+ "직장에서 남자들이 훨씬 더 편해!!" 하는 여자는 나이 들 수록 점점 줄어드는데, 젊고 예쁜 싱글 여자에게 보이는 호의가 없어지면서 깨닫게 된다. 남자들이 다 잘해주는 거 아니구나. 그리고 얘네들 밥그릇 걸리면 진짜 피튀기게, 더럽게 싸우는구나. 여자고 뭐고 없구나. 아니 오히려 여자면 더 쉽게 확 밟아버리는구나. 성적인 관심이나 추행이 최악 시나리오가 아니구나. 싹싹하고 예쁜 여직원이라고 해서 임원 시켜주는거 아니구나.
+ 해외에서는 영어에 컴플렉스가 있는 아시아 직원 대상으로 똑같은 패턴을 펼칠 수 있다. "걔가 발표하는거 좀 꺼려하는 것 같아서..." "내성적이고 팀 리드는 안 맞아서..." "단호한 결정은 못 내려서..". 아시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악용하는 케이스다. 같은 남자라도 지역/학교/출신의 고정관념 이용해서 써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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