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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즐링(인도의 홍차 생산지) 지역 총파업 단상

theophile 조회수 : 1,479
작성일 : 2017-09-30 23:49:57
한국에 계신 분들은 풍성한 한가위 휴가 즐기고계시죠. 외국에 사는 저는 뜬금없지만 홍차 산지인 인도 다즐링에 대해 끄적여요.

홍차 애호가들 중 인도의 다즐링 지역에서 나오는 홍차 좋아하는 분들 많죠. 요새는 다즐링산 백차, 녹차, 우롱차도 있고요. 다즐링에서 차의 잎을 따는 주요 시기가 일년에 세 번이라고 해요. 봄, 여름, 가을인데요, 첫물차(봄차), 두물차(여름차), 가을차라고 불러요.

그런데 올해 두물차는 아마도 구경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두물차 채엽시기인 6월 초부터 약 넉 달 동안 이 지역에서 총파업이 있었거든요. 며칠 전인 수요일에 파업 철회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다즐링 지역은 인도 북동부인 서벵갈주에 속하는데요, 이 곳의 다수민족은 벵갈족이 아니라 고르카족. 국경이 현재와 다르던 시절(영국 식민지 이전과 식민지 시기)에 일부 고르카족이 네팔에서 건너와서 이 곳에 정착했다고 해요. 다즐링 지역에서는 벵갈어가 아닌 네팔어를 사용한다더군요. 다즐링 다원에서 일하는 노동자 대다수가 바로 이 고르카족인데, 고르카족은 서벵갈주에서 분리된 고르카주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해요. 이 요구는 특히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꾸준히 등장했고 더불어 다즐링 지역 총파업도 꾸준히 있었어요. 유혈사태가 벌어진 적도 있었고요. 다즐링 지역의 총파업은 노동운동이라기 보다는 민족정체성 운동인 거죠.

올해 총파업은 네 달로 상당히 길었고, 특히 두물차 채엽시기에 딱 떨어져서 다원의 피해가 엄청날 거라고 하더군요. 다즐링 지역에 약 90개의 다원이 있는데요, 일부 다원의 경우 여러 해가 지나야 이번 손해를 메꿀 수 있을 정도라고 해요. 물론 일당(평균 하루 미화 2불 미만)으로 살아가는 고르카 노동자들도 넉 달을 버티느라 큰 고통을 받았을테고, 다원 손해가 막심한 만큼 중단기적으로 노동자들의 상황도 당연히 안 좋겠지요.

사실 다즐링 지역의 차 생산량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지요.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고, 채산성 떨어지는 늙은(150년) 차나무도 원인이라고 해요. 기후 변화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아져 다원들도 차나무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니 악순환이 지속되는 거죠. 다원 수입도 줄고 노동자 수입도 줄고 숙련된 일손은 더 나은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빠져나가고....

너무 부조리한 상황 아닌가요? 소비자는 비싸게 지불하는데 다원이나 노동자는 돈을 벌지못하다니요. 돈은 유통업자들만 버는 걸까요?
이런 비슷한 문제는 많은 다른 농수산물에도 해당되긴 하지요. 여기 총파업 소식 궁금해서 검색하다가 며칠 전에 파업 마무리하고 정부와 협상 시작했다는 외국통신사 단신을 발견하고 그냥 끄적거렸어요. 복잡미묘한 기분인데, 이와중에 그러면 2016년 다즐링 두물차를 좀 사둘까 자문하고 있네요. 에고...

IP : 80.214.xxx.13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런 고급정보를
    '17.9.30 11:59 PM (125.184.xxx.67)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곳에서 홍차 애호가를 만나다니 감격스럽네요.
    그렇죠. 커피 같은 기호품도 마찬가지구요...
    인도 홍차의 탄생 자체가 흑역사죠.
    집에 다즐링 2016년 터보다원 두물차가 있는데 예사로
    먹지 말아야겠네요.

    혹시 영국 신문에서 보셨나요?
    괜찮으시다면 기사 링크 부탁드려도 될지요...
    종종 글 올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 2. 좋은 글
    '17.10.1 12:03 AM (211.219.xxx.31) - 삭제된댓글

    감사합니다.

  • 3. 고정점넷
    '17.10.1 12:13 AM (221.148.xxx.8)

    다질링 뿐이 아니지요
    스리랑카 실론의 경우
    영국인들 특유의 소수민족을 우대하는 정치로 타밀사람들이 고학력 지배층, 다수민족이 차를 생산하는 생산기지로 사용되다 2차 세계대전 후 그냥 영국이 물러나는 바람에
    두세번의 전쟁을 치루고 지금은 타밀 사람들의 패배로 나라가 안정되어 있는 듯 하나 어렵고 힘든 시기들을 보내고 있죠
    거기에 인도가 참전 하기도 했었고
    찻잎 노동자들은 4달러도 안 되는 일당을 받으면서 살고 있고요
    요즘 홍차 보이차 유행과 맞물려 여러 생각하게 만드는 영국의 홍차 사랑과 식민 지배사 입니다

  • 4. 원글
    '17.10.1 4:40 AM (80.214.xxx.87)

    이런 고급정보를/ 댓글님 말씀대로 우리가 좋아하는 홍차의 역사는 안타깝게도 흑역사. 게다가 현재진행형이고요. 영어와 프랑스어 글 몇 개 읽고 제가 이해한 대로 간단히 정리해본 건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되는 대로 검색해서 관련 글이 나오면 읽고 넘기고 해서 링크를 딱히 저장해두지 않았어요. 요새 미안마 로힝가족 사태가 워낙 심각하다보니 다즐링의 고르카족에 관한 기사는 거의 없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관심을 끌 정도로 유혈사태가 벌어진 건 아니니까 다행이지요. 그런데 분쟁기간 동안 인도 당국에서 다즐링 지역 인터넷 접속을 끊었었대요. 수요일에 다시 열었다고 하네요. 아무리 사회문제가 심각해도 인도는 그래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했는데, 좀 의외였어요.

    좋은 글/ 댓글 감사해요.

    고정점넷/ 맞습니다. 그런데 (저도 잘 모르지만) 고르카족의 경우는 좀 달라 보여요. 영국인들이 오기 전에 이미 다즐링을 포함한 히말라야지역은 영토 분쟁지였는데, 고르카족이 지배하기도 했다고 해요. 다즐링이라는 명칭도 티베트어에서 왔고요. 현재에도 여전히 영국뿐 아니라 인도도 네팔인 고르카 용병을 고용하는 걸 보면, 고르카족과 인도의 관계는 타밀족과 스리랑카의 관계와는 매우 다른 것 같아요. 아무튼 과거 식민지배를 당했던 나라들이 겪는 어려움 중 여러가지가 식민지배에 뿌리를 두거나 식민지배를 통해 악화된 건 사실이지요.

  • 5. 원글
    '17.10.1 5:22 AM (80.215.xxx.148)

    로힝가 아니고 로힝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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