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저희 가계의 특징은 몸이 가늘어요.
얼굴 작고 몸통 가늘고 살이 쪘을때라도 손목 발목은 사람들이 보고 깜놀할 정도로 가늘어요.
그리고 대부분 흐리게 생겼어요. 쌍겹 있는 사람이 별로 없고 귀도 작고 입도 작고 그래요.
목소리 작고 맥아리들도 없고 많이 먹지도 못하고요.
저 어릴때 쌍겹 수술하기 전에는 미인도에 나오는 여자를 마르게 해놓은 버전 같다고 애들이 놀렸었어요.
반면 남편네는 일단 얼굴들이 큼지막하고 목 굵고 머리숱도 진하게 빳빳하고 이목구비도 뚜렷해요.
살이 찌면 물살처럼 흐물흐물한게 아니라 참 잘록잘록 옹골차게 쪘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상체발달형들이 많고 주로 눈동자가 까맣고 넘 예뻐요.
근데 얼굴크기와 살찌는 문제로 주로 고민을 하더라고요.
남편은 왠만한 모자와 안경테가 잘 안 맞을 정도로 머리가 커요.
그리고 매우 잘 먹어요.
시어머니와 남편과 처음 식사할때 시어머니가 이거저거 권하시니까 남편이 엄마 얘는 우리처럼 못 먹어. 우리랑 달라. 했었어요.
딸을 가졌다는걸 알고서는 친정쪽의 컴플렉스인 가늘고 긴 눈, 시댁쪽의 컴플렉스인 큰 머리를 안 닮고
장점만 뽑아서 날씬하고 진하게 생긴 여자애였음 좋겠다고 남편이랑 기도했는데
낳고보니 어머 저희 시어머니 판박이예요. 조리원에서 아가들 중에 머리가 거의 제일 큰거 같았고 힘도 너무 세고 애봐주시는 아주머니가 깜놀할 정도로 성질 급하고 그악스럽게 먹어요. ㅎㅎㅎ
소아과 선생님한테 얘가 얼마 먹는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주 깜짝 놀라시며 횟수며 양이며 아주 최상위로 먹고 있다고 하지만 아기들도 개인차가 있으니까 달라는대로 주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무튼 이 아이는 머리 크고 뼈대 굵고 진하게 생긴 여자로 자랄거 같아요. 물론 아이들 인물은 계속 변한다지만...
제가 어릴때만 해도 머리 크기나 체형보다 얼굴 자체에 집중하던 분위기였는데 90년대 중반부터 머리 큰거 다리 짧은걸 사람들이 놀리기 시작했던거 같아요.
근데 얘네들이 다 컸을 20년 후에도 여전히 얼굴이 예뻐도 일단 두상 크면 별로라고들 할까요??
사실 전 20년 후에는 다양한 미의 기준이 통용돼서 이 사람은 피부가 좋아서 이쁘고 이 사람은 미소가 아름답고 저 사람은 말투가 좋다는 식이었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미인의 기준이 좀 변해서 우리 애가 좀 머리가 크고 우람한 아이로 자란다 해도 애들이 놀리거나 인기가 없다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