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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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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이야기-아직 세상은 넘치게 따듯하고 좋은분들이 가득해요

퍼그야사랑해 조회수 : 1,465
작성일 : 2017-09-19 11:28:09
저희집에는 제가 대학교때부터 키우던 노견 퍼그 한마리가 있어요, 어릴적부터 퍼그 견종중에서도 참 드물게도 어쩜 그리고 털이 하얗고 체구도 자그마하니 귀엽던지.. 우리 집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아이였답니다.
벌써 우리 강아지와 함께한 시간이 십수년이 흘러.. 어느덧 그아이가 열여덟살이 되었어요, 
이빨도 다 빠져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래도 퍼그 견종의 특성인지 먹을것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초월해서 사료 물에 불려주고 거기에 비엔나 소시지 하나 염분빼서 잘라주면 아주 얼굴을 파묻고 막 먹어대요 ㅎㅎㅎ 아직은 나 팔팔하다 이렇게 말하듯이요
그런데... 일년전부터 얘가 새벽에도 자꾸 헛구역질 하듯이 기침을 하는 일이 잦아서 병원에 데려가니 심장이 안좋고, 페에 물이 찼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산책은 시키지도 말라고... 앞으로 몇개월 살지 못할거라고,  그날 남편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천운인지..일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집 노견은 잘 지내요, 기침이 너무 심하다 싶으면 약 먹이고, 주사 받아다 제가 직접 투여하고.. 그런데 이 약값이 솔직히 너무 부담인거에요, 그래서 약을 좀 싸게 구할수는 없나.. 싶어서 인터넷검색을 해봤는데, 사람 약 구입하는것과 마찬가지더라고요.. 

하지만... 열심히 검색을 하다가 블로그 하나를 알게되었는데, 그 집 강아지.. 우리 집 퍼그랑 동일한 병을 앓았던 그 집 강아지는 몇개월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그 강아지가 받았던 약을 나눠준다는 블로그였어요, 어쩜..!!!!

블로그 주인분에게 우리집 퍼그 증상 설명하고 약을 받을 수 없냐는 쪽지를 드렸었어요... 다행히 남은 약을 주시겠다는 답신을 받았고 주소와 비상연락처를 드렸었죠

그리고 며칠 후...

오늘 드디어 약이 도착했는데, 어머... 약상자 받고 몇분간 주저 앉아서 펑펑 울었어요

소포안에는 약 꾸러미와 함께 투약 방법, 주의사항 등등 이런 부분들이 깨알같이 적혀있는거에요..


우리 퍼그와 이제는 서서히 이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있어요.. 죽고나면 덮어줄 삼베적삼도 구입해뒀어요
매번 아침에 일어나면 곤히자고있는 그녀석을 물끄러미 쳐다봐요. 그럼 그 아이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한쪽눈을 살짝뜨고 저를 쳐다보고 퍼그 특유의 킁킁 거리는 숨을 쉬어요...
남편이 출근하면 그 노곤한 몸을 이끌고 현관까지 가서 매일매일 배웅하고, 자기 집에서 꼼짝않고 있다가 다시 남편 들어올시간 되면 현관쪽을 멀뚱멀뚱 쳐다보고는 하죠..

그러다제가 음식 준비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냉장고를 열면 그 연세에도 냉장고로 쫓아와서 제 다리에 얼굴을 부비적거리고 ㅎㅎㅎ

이런 나날들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그래도 오늘은 낯선 좋은 분께 받은 소포꾸러미로
우리 퍼그가 아프지않고 조금이라도 더 우리와 함께 사는 모습을 그려봤어요,

참.. 아직도 세상에는 제 생각보다도 넘치게 따듯하고 좋은 분들이 가득한것 같아요


가끔 82에서도 못된 댓글들로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듯한 댓글들을 많이 봐요..

그런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IP : 65.49.xxx.187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7.9.19 11:31 AM (108.35.xxx.168)

    원글님 또한 마음이 따뜻한 분... 퍼그와 오래도록 행복하세요

  • 2. 우리집
    '17.9.19 11:33 AM (183.100.xxx.240)

    노견도 심장병이라 계속 약을 먹는데요.
    눈도 안보이고 귀도 안들리는데 냄새는 잘 맡아서
    자다가 냄새나면 주방으로 와서 편안하게 자리잡아요^^
    사람이면 아프네, 어쩌네 우울하기도 할텐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사는거 보면
    배우는게 많아요.

  • 3. 눈물찔끔
    '17.9.19 11:34 AM (223.62.xxx.222)

    히구 응원 해요.
    함께 하는 그 날 까지
    견주님도 개님도 힘 내서
    개 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곁에 있다가
    언젠가 올 그 마지막 순간을 맞기를 빌어요.

  • 4. ...
    '17.9.19 11:37 AM (58.233.xxx.150)

    눈물 나네요
    생이 얼마가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인연이 다할 때까지 많이 많이 사랑하시길...

  • 5. 감사해요
    '17.9.19 11:42 AM (65.49.xxx.187)

    이게 왠 청승인지, 아침 댓바람부터 눈물질이네요,

    어제부터는 이녀석이 뭔가 비싼 간식을 달라 요구하는것 같은데... 몰래 남편 소시지를 조금 잘라서 줘야겠네요 ㅎㅎ

  • 6. 눈물 납니다.
    '17.9.19 11:48 AM (59.18.xxx.189)

    우리집 할아버지 개 때문에 요즘 그 아이 눈만 봐도 눈물나요.
    15살 아직 산책할 때 뛰어 다닐정도로 건강하지만
    한순간 아프게 될까, 걱적이 듭니다.
    원글님 아이 무지개 다리 건널 때 까지 건강하기를 기도합니다.

  • 7. 이네스
    '17.9.19 1:06 PM (112.187.xxx.187)

    원글님 너무 부럽습니다. 동영상 많이 찍으시고 가까운곳 드라이브도 자주 가세요. 강아지 이름이 뭔지 모르지만 건강하고 꼭 낫기를 기도해요.
    우리 딸 보낸지 22일째입니다. 오늘도 눈물로 시작해 차 안에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왜 우리나라 수의사는 뇌질환 전문가가 없을까요?
    치열하고 아름답게 17년 4개월 가량을 살다 간 내 보물, 내 동생, 내 딸 ......다시 꼭 낙원에서 만나자 거기서.

  • 8. 눈물나요
    '17.9.19 1:21 PM (210.6.xxx.225)

    그냥 무심히 읽다가 눈물이......저희 강아지 보낸게 생각나서 몇마디 보태면 나중엔 통 씹지를 못하더라구요 그래서 사료갈아서 물 섞어서 주사기로 먹이기도하고 고열량 캔 주사기로 먹이기도 했죠. 나중엔 수액을 달고 있기도 하고..개들은 정말 참을성이 많은 것 같아요, 결국 가던 날 새벽 두세번 비명을 내더니만 그날 오후에 갔답니다. 제가 제일 후회하는건 마지막 1 년쯤 안았을때 약간 발작이 있어서 그후로 무서워서 많이 안아주지못한거에요, 그게 항상 마음에 남아요, 많이 안아주시고 사랑해주세요

  • 9. ㅜㅜ
    '17.9.19 2:24 PM (211.38.xxx.181) - 삭제된댓글

    몸이 부서지도록 아플텐데.. 배웅하러 현관까지.. 그래도 그 아이 일생 원글님과 가족분들께 사랑받고 가는 거니
    복받은 아이네요.. 힘드시겠지만 무지개 다리 건널때까지 잘 해주시면 그 고마움 알고 편히 갈꺼같아요. 힘내세요...

  • 10. ㅇㅇ
    '17.9.19 10:38 PM (219.250.xxx.154)

    개를 안키우는데
    노견 이야기만 나오면 거의 통곡합니다
    원글님 그 강아지?와 함께 좀더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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