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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저의 소개부터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맹골수도에서 발생했던 세월호 참사 때문에, 매우 친한 친구이며 동지와도 같았던, 내 삶의 기둥이자 희망이었으며, 내 생명과도 같았던, 말과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도 없는, 그렇게도 소중했던 아들을 잃은 ‘박종대’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들의 이름은 단원고 2학년 4반 ‘박수현’이라고 합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저는 아들 수현이가 직전 정권 최고 통수권자인 박근혜와 그 일당들의 이해 못할 숨겨진 범죄행위로 인해 죽임을 당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사 당일 구조를 책임졌던 해경들의 “매우 적극적인 부작위”가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 법과 정의가 살아있었다면, 그리고 있어야 할 모습에 맞는 검찰이 존재했었더라면, 그들은 이미 법의 심판을 받았을 것입니다.
적어도 아직까지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떳떳하고 뻔뻔하게 거리를 활보하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않고 잘 살고 있으며, 잔인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유가족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범죄 혐의를 덮기 위해 특별법 제정과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습니다. 더 나아가 방금 자식의 상여를 매었던 부모들을 일베 어린아이와 어버이 연합 늙은이들, 그리고 각종 관변 보수단체들을 앞세워 조롱하고 탄압했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이들에겐 어묵과 떡볶이를 비유하며 욕보이고 성적 모욕을 주기도 했습니다.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억울함과 원통함을 풀지 못한 상태에서는 죽을 수도 없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록을 모으고 공부를 했습니다.
세월호 안에서 아들이 남겨놓은 마지막 흔적을 찾기 위해 가슴 터지고 눈알 튀어나오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영상을 보고 기록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타인에게 전달하여 각종 서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으로, 신문기사로 재생산 되도록 노력 했습니다. 하지만 그 행위만으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들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것은 국가에 대한 원망과 분노뿐입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요. 다행히 뜻하지 않게 촛불이 타 올랐습니다.
엄동설한에 군중의 맨 앞에 서서 정권교체를 기도하며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존경하는 대통령님께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셨습니다.
솔직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꿈도 꾸어 보았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길고 긴 터널을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희망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대통령님의 의지와 상관없이 목포 신항에 있는 해수부 공무원들은 여전히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박상기 신임 법무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세월호 사건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했음에도, 검찰의 달라진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권력의 시녀였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명예회복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한 많은 삶을 살고 있는 못난 애미 애비들을 위해 검찰을 움직여 주십시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군 전투기가 공대지(공중에서 지상을 공격) 무장을 하고 출격 대기를 하고 있었다는 증언에 대한 특별조사 지시를 했던 것처럼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같은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아무리 못난 자들이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자기 자식이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언제 죽었는지, 누구 때문에 죽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할 권리는 있지 않겠습니까?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는 모습은 보고 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님께서는 유가족과의 면담 자리에서 2기 특조위 구성을 약속 하셨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려 실효성 없는 제안이며, 결국 진실규명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참사 이후 저는 유가족협의회에서 수개월간 진상규명 분과장으로 일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 당시 1기 특조위 구성과 관련된 일을 경험했던 관계로 2기 특조위의 한계와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2기 특조위 구성과 관련된 법안을 준비할 당시에는 박근혜가 건재했던 시절이었으므로 사실상 그 길밖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은 솔직히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상테이블 건너편엔 여전히 발목 잡는 거대 야당이 있고, 과거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긴 했지만 주변의 눈치를 살피면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변덕 심한 야당이 있습니다.
그들이 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협조할지도 의심되지만, 준비된 법안으로 범죄 혐의자들이 감춰둔 증거물을 찾아내고 조사하는 것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기 특조위 마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실패한다면, 이는 오히려 저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될 것이며, 영원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기회는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기 특조위 구성과 관련하여 “"할 만큼 한 세월호… 2기 특조위는 정치 보복"이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2기 특조위 구성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인터뷰 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명예가 달린 소중하고 신성한 진상규명 작업을 두 번 다시 더러운 정쟁의 중심에 세울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해답은 오직 대통령님만이 가지고 계십니다.
대통령님께서 검찰에게 엄정한 특별 수사를 지시해 주십시오.
서울중앙지검에는 이미 탄원인이 제출한 고발장이 접수되어 담당 검사가 배당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대통령님의 결단에 따라 재수사 착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현 상황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포기하지 아니하고 싸우는 길 밖에 없습니다.
잘못된 선장과 선원의 “기다리라.”는 말을 믿고 선내에서 질서를 지키며 기다렸던 아이들의 오류를 부모들도 되풀이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참사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 처벌이란 한을 풀지 못한다면 못난 부모들은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가 못난 부모들의 죽을 권리마저 박탈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아들 수현이는 자신의 49제(四十九齋)를 며칠 앞두고 그때까지는 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던 윤00님의 꿈속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분에게 “자신은 아빠가 어떤 판단을 하던 항상 옳다고 믿는다.
아빠에게 자신을 빨리 “解寃”을 시켜 달라고 전해 달라. 반드시 “解寃”시켜 주어야 한다.“고 했다 합니다.
어린 것이 얼마나 원통했으면 모르는 사람의 꿈속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겠습니까?
참사 이후 현재까지 참으로 모진 세월을 살아 왔습니다.하지만 남은 삶마저도 모질게 살수는 없습니다.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님의 결단밖에 없다는 것을 호소하고 싶습니다.
간절히 바라옵건대 검찰을 바로 세워 주시고, 그 검찰에게 재수사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부디 희생자들에게 “사법적인 씻김굿”을 선물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염원 1,227일
수현이 아빠 박종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