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적부터 지금까지 이십년 가까히 친한 친구가 있어요.
둘다 30대 중반 (넘어섰)지만 전 미혼, 그 친구는 기혼.. 아이도 하나 있구요.
평상시엔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게 아이 문제에서
친구와 얼굴 붉힐 일이 자꾸 생겨 고민스럽네요..
아이는 이제 6살이구요.. 아이 3~4살 때부터 얼굴 붉힐 일이 자꾸 생기네요.
일단 친구는 아이에게 아주 엄격하게 예의 범절을 가르쳐서
식당에서 절대 뛰고 시끄럽게 하는 일 없습니다.
가급적이면 놀이방 딸린 식당을 가던가 아예 외식을 자제 하는 편이예요.
그 외에는 아이와 아주 잘 놀아주고 유기농 위주의 조미료 없이 매 끼니마다 정성들여 음식하는
현모양처의 아주 좋은 엄마지요.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길 꺼라 더 생각을 못했어요.
제가 너무 아이에 대해 몰라서 그럴수도 있어요.
일단, 친구가 제 집에 가끔 아이 데리고 마실 나오듯 놀러 올 때가 있어요.
저희 집 오면, 하루종일 애한테 시달린 친구는 쉬고 제가 아이 볼 때가 많은데요.
제 취미가 아주 이쁜 장식품을 모으는 거라 거실 양쪽 면이 죄다 장식품이고
방 하나는 아예 장식장만 넣어놨어요
그러니까 아이가 반짝 반짝 이쁜 장식품에 정신이 팔리고 저는 거의 비상사태죠..
방 하나는 아예 잠궈놔요. 그 친구 오면..
아이가 마음에 들어한 장식품 중에 줘도 되는 몇가지는 주기도 하고 그랬는데
(가뭄에 콩나듯 정말 어~~쩌다 한번 주긴 했는데,그래도 다 몇만원씩 하는 것들이예요;;)
한번은 저희 할머니 유품을 어떻게 꺼냈는지.. 잠시 한눈 판 사이에 그걸 들고 다니더라구요
그래서 이건 안된다고 하고 달라는데 그때부터 자지러지며 울더라구요.
저는 아무리 니가 떼를 써도 안되는 건 안돼. 하고 혼(?)내구요.
친구는 그 전부터 계속 누워서 티비보고 있었구요..
아이가 혼나고 나서 친구에게 가서 안기는데, 친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저를 확 밀치더니 제 손에서 그 장식품을 뺏어서 아이를 쥐어주더니
나가버리는 거예요..
니가 뭔데 내 자식이 갖고 싶다는 걸 뺏냐고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당황해서 벙찐채 쳐다보다가 친구 손을 확 잡아서 "야, 그건 안돼 그건 우리 할머니..."하는데
닥치라고!!!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정말 장식품 던질 듯이 높이 쳐들길래 아무말도 못했어요;
그러더니 아이를 들쳐엎듯이 나가버리더라구요;
후에 친구에게 전화가 오긴 했는데,
답답하다는 듯이 아이가 우는데 그걸 굳이 뺏냐고
나중에 내가 알아서 어련히 갖다주지 않겠냐고 큰소리 치는데 오히려 황당했거든요....
그럼 그렇게 말하던가.. 제가 아이 혼낼 때, 부글부글 혼자 화가 나서
저 어떻게 하나 보다가 폭팔해서 저에게 그랬다 생각하니 저도 좀 기분이..
어쨋든 그 후에 몇 번 그렇게 아이에게 억지로(?) 뺏긴 귀한 물건들,,
친구가 잃어버린 적도 있고, 집안 구석에 쳐박아 둔적도 있고..그러네요...
제가 친구 아이에게 못해준 것도 없어요.
친구 아이가 오히려 먼저 저 보고싶다 하고
얼마 전엔 아이가 전화하는 법을 배웠는지 저한테 전화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그냥, 저는, 돼는 건 내가 해줄 수 있지만, 안되는 건 니가 아무리 떼를 써도 안된다
이걸 인식 시켜주고 싶었던 건데, 제 방법이 잘못된 건지..
생각해보면 혼내는 건 엄마의 몫인데 제가 예민했던 건지 좀 그래요.
이젠 친구 아이를 저희 집에 못 오게는 해서 안오긴 하는데
밖에서 친구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 만나기만 하면 이런 일이 자꾸 생겨요.
요새는 스마트폰으로 또 난리네요.
친구 아이가 자꾸 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심지어 제가 한눈 파는 사이에 가방 안에서 꺼낸 거예요.
그래서 혼을 냈더니, 또 같은 상황이...
저도 화가 나서, 그럼 니가 엄마니까 니가 혼을 내던가!! 하면서 화를 냈더니
정말 무섭게 아이를 두들겨 패는 거예요 ㅠㅠ 머리, 목, 등짝 할 것 없이
아이가 무릎꿇고 잘못했단 소리가 절로 나올때까지..
놀래서 제가 오히려 말리고, 아이 때리지 말라고 친구랑 또 싸우고...
그러니 그런 말도 함부로 못하겠어요.
솔직히 저한테 화내고 싶은 걸 아이한테 화풀이 하는 거 같았어요
그리고 친구 아이가 절 무척 좋아해요. 엄마한테 혼나면 아빠나 할머니를 찾는게 아니라
저를 찾는대요. 저희 집에서 산다고;;(아무래도 저희 집에 눈요기거리가 많아서 그러는 듯?)
친구랑 아이랑 같이 만나면, 아이가 엄마 잘 가라고, 나 이모랑 살께 하고 보내려 하고
그럼 친구 인상이 구겨져서 저도 눈치보이거든요.
그래서 아이에게 이모는 따로 살아야 돼. 하면서 설명해주곤 했어요
그런데 친구가 자꾸만 아이한테 "이모 가서 때리고 싫다고 말하면 엄마가 과자 사줄께" 이러네요.
요새는 "이모 싫어하면 엄마가 장난감 사줄께" "이모한텐 인사하지도 마 무시해도 돼" 하면서
점점 강도를 높여가니까, 저도 슬슬 화가 나기도 하고
한번은 친구가 아이 데리고 택시 기다리는데 안 잡힌다고 전화가 왔길래
퇴근길에 친구 있는 쪽으로 돌아가서 제 차를 타고 온 적이 있거든요.
운전하고 있는데 친구가 또다시 "이모 장난감으로 때리면 엄마가 들어갈 때 과자 사줄께" 하는거예요
아이는 고민하더니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제 머리를 힘껏 때리고요.
친구는 칭찬하고 좋아하대요. 그러니까 아이가 계속 치는데 화가 나서
차를 끽 세우고,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버럭 댔죠.
그랬더니 그제야 아이를 또 혼내는 거예요. 엄마가 장난으로 한 말인데 진짜 때리면 어떡하냐.. 그런식으로
이럴 때마다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친구 아이 낳고 나서부터 전 미혼이니 친구에게 선물도 많이 해주고
걔네 집 가면 항상 4~5만원 어치 장난감이나 과자, 아님 반찬거리, 부식거리 등등 사들고 갔어요.
그런데 아이 4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2년여를 이런 일로 트러블이 생기니
이젠 사주고 싶은 마음 자체도 안 생기고 오히려 친구를 피하게 되네요.
아니, 아이 없이 친구만 둘이 만나면 저런 고민 자체도 없어요.
아주 재미있고 유쾌해요
그런데 아이만 있으면 이래요.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제가 잘못한 점은 무엇인지..
소소하게 집어주셨음 좋겠어요. 빨리 아이가 커서 이런 일 없어졌음 좋겠네요
지금은 어딜 가든 데리고 다녀야 하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