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와 남편, 초등 3, 5학년 두 딸이 함께 이소선 여사 장례식에 갔었어요.
일면식도 없었지만 저와 남편은 원래 "좌빨" 성향이고, 아이들은 아직 어려 그런건 잘 모르지만 얼마전 전태일 평전을 읽고 심도있게 대화를 나누었었어요.
그래서 이소선 여사께서 별세하신 기사를 읽고 자연스럽게 조문을 가게 된거죠. 저희 집은 지방이고, 오늘 마침 미루다 방학때 못간 외규장각 의궤를 보러가려고 계획을 잡아놓았던 터라 겸사겸사 서울을 갔답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니 유족들께서 검은색 근조패찰을 식구수대로 주시며 장례가 끝날때까지 달아주면 고맙겠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가족은 그렇게 며칠은 못달겠지만 오늘 몇시간만은 달자고 의견을 모으고 근조패찰을 달았습니다.
그러고는 평소 자주 만나던 저의 친한 친구 부부를 만나러 갔습니다. 만나자마자 친구가 심하게 불쾌한 내색을 하며 근조패찰을 떼라고 강요를 합니다. 저는 뭐 어떠냐고 거부했고, 친구는 강력하게 떼라고 요구하고... 그러다 제 남편이 떼자고 하여 떼었더니 친구가 근조패찰을 메뉴판 밑으로 안보이게 넣습니다. 남편이 그걸 빼서 주머니에 넣었구요.
집에 오며 제가 남편에게 왜 떼자고 했냐고 물었더니 친구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걸 굳이 하고 있기도 그랬고, 식당에서도 좋아할것 같지 않아 떼자고 했다고 하더군요.
이소선 여사 근조패찰을 단 저희 가족이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것일까요?
제가 근조패찰을 몇시간 만이라도 달려고 했던 이유는 전태일 같은 6-70년대의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신속히 이루어 우리가 그 토양위에서 살지만 뭐하나 의미있는 일도 못하는 후세대로서 그냥 그 뜻을 기리자는 생각에서였구요.
제 생각은.... 그 친구가 저희의 그런 행동이 마음에 안들 수는 있지만, 우리가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그런 강한 반응을 할 정도였는지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