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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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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슬픔

조회수 : 4,261
작성일 : 2017-07-02 14:51:01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밥을 해먹이고 두 사람을 보내고 보낸후 음악을 켜놓고


잠시 그러나 급히 밥을 먹고 치우면


빠르면 10시반 늦으면 11시 가게에 갈 수 있다


나는 빠르면 6시나 7시 늦으면 9시 에 집에 올 수 있다



집에 오면 두 사람이 배고프다고 제비새끼처럼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본다


나는 두 사람의 간식을 챙겨주고 씻고 책 두 줄 읽고 잠을 잔다




아침이 되면 나는 어제 했던 일을 그대로 다시 한다




월화수목금이 흘러간다





토요일에 나는 아침에 일찍 나간다



그리고 저녁에 오면 집이 마치 일제시대에 독립운동하다 망한


양반가문같이 쇠락한 모습을 하고 너부러져 있다



나는 치울 엄두를 못 내고 샤워하고 하루종일 일했으므로 오늘은


너네들한테 간식 못 준다 하고 침대로 들어가 책 두 줄 읽다가 잠이 든다





일요일 아침이 된다



나는 일어나서 밥을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쓰레기를 담고 침대패드와 베개커버를 벗기고


밥먹으라고 두 사람을 부르고 설거지를 하고 어제 안 내놓은 물병 꺼내오라고 아이에게 한번 눈을 흘기고


남편을 데려다 주고 와서 나머지 일을 하려고 아이 방에 들어갔다가


그 놈의 레고와 베이블레이드와 카드와 벗어놓은 바지와 바닥에 누워있는 책가방에 이성을 잃고


초4를 불러내 때려잡은 후



내 방 의자에 와서 앉는다 그럴 때 피로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어떤 것이 와서


내 어깨를 누르고 내 마음을 누른다 나는 몹시 슬프고 울고 싶다




이 슬픔에게 나는 일요일의 슬픔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일요일의 슬픔은 너무 슬프다




일주일 내내 애썼던 게 인어공주의 물거품처럼 쓸모없이 날아가버리는 것 같아 더 슬프고


참았던 것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방에 다 의미없어지는 것 같아 더 슬프다




아이에게 화내지 않으려고 일주일 내내 읽었던 책들도 다 의미없어 지는 것 같아서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






이 슬픔의 이름은 일요일의 슬픔이다

IP : 210.222.xxx.49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ichwoman
    '17.7.2 2:52 PM (27.35.xxx.78)

    아이고, 읽다 보니 저도 슬퍼지네요 ㅜ_ㅜ...하지만
    종종 기쁜 일도 있지요? 있다고 믿고 싶어요.

  • 2.
    '17.7.2 2:53 PM (183.104.xxx.144)

    돈도 버시는 데
    사람 쓰세요
    혼자 다 하려 하지 마시고
    누가 그 공 몰라요
    분위기만 싸해지지
    각자 잘 하는 거 하면 되요
    요즘 얼마나 좋은 세상인 데 일하면서 현모양처 노릇까지 하시려구요...

  • 3. 방전
    '17.7.2 2:56 PM (116.123.xxx.168)

    진짜 일요일은 주부도 맞벌이도
    다들 암것도 안하고 혼자 쉬었으면
    사는게 진짜 고행이에요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집안일 일 일
    아무도 안찾는곳에 꼭 꼭 숨고싶은 요즘이네요
    너무 너무 지쳤어요

  • 4. richwoman
    '17.7.2 2:56 PM (27.35.xxx.78)

    사람 쓰는 것 보다 내가 하는게 좋아서 이렇게 고생하는거면 괜찮은데
    남에게 칭찬받으려고, 남의 눈 신경써서 이렇게 힘든 생활 하시는거면
    사람을 쓰세요, 돈에 여유 있으시면. 홧병고 우울증이 괜히 생기는게 아닙니다.

  • 5. richwoman
    '17.7.2 2:57 PM (27.35.xxx.78)

    정말 주부님들 대단하세요. 특히 맞벌이 주부님들.

  • 6. 사랑충전중
    '17.7.2 3:07 PM (125.186.xxx.168)

    공감되요.
    십년을 절약하고 살다가 요즘 폭발했어요. 직업이
    같아서 돈도 똑같이 버는데 육아나 집안일은 다 제가 꾸려나가고 있어요. 무수리 노릇은 여전하지만 머리 염색하고 화장도 하고 지난 1월부터 옷이나 구두를 매달 5~60만원어치 사들이고 있어요. 누군 할줄몰라 안꾸미고 살았나요.

    덕분에 1월에 옮긴 과에서 옷 잘입는 여자로 인정받고 있어요. 필받아서 조금씩 살도 빠지고 더 이쁘고 어울리는 옷으로 점점 쇼핑목록이 많아지네요. 이 짓의 끝은 어딜지 한번 가보려구요.

  • 7. 다시한번
    '17.7.2 3:11 PM (118.219.xxx.150)

    정말 주부님들 대단하세요. 특히 맞벌이 주부님들. 2222222222222

    저는 이기적이고 내 몸 편한게 우선이고 귀찮은거 너무 싫어해서
    결혼은 꿈도 안꿔요.

    진짜 결혼해서 일하고 살림하는 주부들은
    대단하신듯.
    우리엄마도 대단하고.........
    아침마다 엄마 도마소리에 잠을깼는데.....




    저는 절대 못해요.절대절대 ㅠㅠ

  • 8. richwoman
    '17.7.2 3:49 PM (27.35.xxx.78)

    위엣분...그래도 연애라도 열심히 하세요. 나이들어보니 연애 많이 한 것도
    추억이 되고 좋아요. 그리고 요즘은 살림도 같이 하려는 젊은 남자들도 꽤 있어요.
    연애 열심히 하다가 그런 남자 만나 결혼하시면 좋죠.

  • 9. ㅜㅜ
    '17.7.2 3:50 PM (219.248.xxx.165)

    저 맞벌이하다 전업해요
    수입 줄었지만 대신 편함을 선택했어요
    아이 중등들어가면 가면 다시 일시작하려구요
    전 일요일이 젤 좋아요 오늘만 지나면 내일이 주중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수있으니 ㅜㅜ

  • 10. ㄱㄱㄱㄱ
    '17.7.2 3:50 PM (192.228.xxx.147)

    그 슬픔은 집안일하느라 온전히 자신을 살필 기운이 없는 슬픔이니까
    대충 더럽게 살고
    가끔 도우미 쓰고
    손 놔 버리시고

    일주일에 한번은 운동
    일주일에 한번은 쇼핑이나 카페에서 혼자 책 읽다가 출근하세요

    제발 슬프지 말고 놔 버리시길요

  • 11. 맞아요
    '17.7.2 3:58 PM (218.38.xxx.26) - 삭제된댓글

    일요일의 슬픔
    게다가 해가 어둑어둑 저녁이 오면
    월요일 아침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오면서 급 우울해지기까지 합니다

  • 12. ㅇㅇ
    '17.7.2 4:45 PM (107.3.xxx.60)

    원글님, 일요일의 슬픔엔 이런 종류의
    슬픔도 있었군요.
    일요일 어둑어둑해지는 때 찾아오는
    일요일이 다갔다는 슬픔만 있는 줄 알고 살았었네요

  • 13. 토토로
    '17.7.2 5:10 PM (39.7.xxx.219)

    내마음을 대변해 잘 써주셨네요...ㅠㅠ

  • 14. ..
    '17.7.2 5:21 PM (58.227.xxx.154)

    에구 에구ㅠ
    너무 공감합니다.

    남편이 가사분담의 의무를 하지 않나봐요.
    그럴 상황이 아닌가요?
    계속 말하고 요구하세요

    잘 지켜지지 않으면
    원글님도 딱 남편 만큼 하세요.
    집안일도 원글님 일이라 생각하면
    체력이 엄청 딸리고 건강 상합니다

    적당히 지저분하게 사세요
    그래야 내가 살아요.!!

  • 15.
    '17.7.2 5:32 PM (210.222.xxx.49)

    남편은 저보다 일을 더 많이 해요. 자영업을 하거든요. 가게에서 일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남편은 집에 와서라도 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조금이라도 저를 빨리 보내주고 싶어하거든요. 지금은 집안일을 제가 할 수 밖에 없는데 쉬는 날이 없으니 이렇게 턱하고 너무 힘든 날이 있어요. 특히 일요일이 힘드네요.

    자영업자로 사는 것. 정말 힘들어요. 딱 돈만 보고 사는 거죠. 정말 열심히 해서 어서 이 상황을 벗어나야겠다. 생각합니다.

  • 16. ..
    '17.7.2 5:39 PM (124.53.xxx.131)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말이 무섭네요.

  • 17.
    '17.7.2 6:06 PM (223.62.xxx.76)

    아~
    이런글 넘 마음이 포근해짐,,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ㅎㅎ ㅎ

  • 18. 원글님
    '17.7.2 6:10 PM (121.128.xxx.116)

    요즘 젊은 아기 엄마들 살림하는거 보면 현명해요.
    밥도 아예 안하고 햇반으로, 반찬은 배달식.
    빨래는 세탁기에서 건조까지 완료.
    집에서 음식을 안하니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있고,
    전업 주부라도 반복되는 일상의 살림이 너무 힘드니까
    건조기 쓰고(널지 않기만 해도 일이 줄죠),
    식기 세척기 쓰고....

    조금 덜 모아도 참으로 현명하다 싶어요.

    힘내시고 두 사람에게도 일을 나누어줘 보세요.
    저도 세사람 뒷바라지에 지치네요.
    방학이라 살림 좀 시키려 했더니
    여행가고, 친구 만나러 가고 집에 있지를 않아요.ㅎㅎㅎ

  • 19. 에르
    '17.7.2 8:52 PM (125.132.xxx.233) - 삭제된댓글

    그러네요.
    이렇게 사시는 분 또 계셨네요.
    아마도 헤아릴수 없이 많으리라는...
    그래서 더 게을러 지기로 했습니다.ㅋㅋ

  • 20. ...
    '17.7.2 9:29 PM (118.210.xxx.244)

    설렁설렁 읽어가다 님의 필력에 이끌려 다시 처음부터 정독했습니다.
    뭐 필력 따위가 님께 위로가 되겠습니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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