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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알쓸신잡 리뷰) 쓰다보니 야자인데, 그래도 수다에 꽂히다

쑥과마눌 조회수 : 1,792
작성일 : 2017-07-02 09:54:44

나영석표 예능은 

에릭 이후로 시큰둥하여졌었다. 

무슨 밥을 그리도 하루 종일 열심히도 해대는지.. 

지난 밥상에 올랐던 음식을 다시 데워 먹으면 안 되는지. 

음식은 음식일 뿐 

더 중요하지도, 덜 중요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잘 생긴 남자의 근육질 어깨 아래 

달린 섬섬옥수가 좋아도 보였지만, 

나는 이미 너무도 많은 섬섬옥수의 우리 삼형제한테 

둘려 싸여 살고 있었던 탓이다. 


꽂혔던 썸남의 깨는 행동을 

우연히 발견한 날 이후처럼 

팍이나 맛이 간 나의 마음에 

다시 그의 예능이 들어왔다. 


제목도 마저 못 외운 채  보던,   

좀 배운 오빠들의 수다가 

촉촉이 마음에 들어온다. 


가는 장소도 빼어나고, 

먹는 음식도 훌륭하고, 

배운 사람의..  

바로 배운 행동에.. 

제대로 배운 시각들이  

켜켜이 꽃처럼 피었더라. 


보다 보니, 

예능임을 잊는다. 

그냥 내가 그 사람들 옆자리에 앉아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이야기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어딘가를 향해 가긴 가는 데.. 

목적지를 묻는 이도 없고, 

아는 이도 없는데.. 

왔던 길을 다시 훑는 거 같다가, 

안드로메다에다가 내다 꽂는 거 같다가.. 


그냥 돈 안 되는 모든 지식들과 경험의 이바구에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잊고, 

상대가 소설가인지, 컬럼리스트 인지도 잊고 

그냥 아는 동네 많이 배운 오빠나 형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두런두런 이바구하는 거를 들을 뿐이다. 


시청자라고 

프로그램을 보는 게  

마냥 누워서 떡은 아니다. 


혼자 살던 

엄마의 간섭 하에 살던 

술을 무척이나 퍼대든 

누군가의 일상을 보여주는 예능에 

문득문득 비치는 언행 하나하나에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평가질을 하게 되고, 

마음을 졸이곤 한다. 


누가 그러랬냐면.. 

그것마저도 참여라면.. 

할 말은 없다만 

누워 먹다가 목에 걸린 떡 같은  예능도 있잖남?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며 

마구 초인종 눌러대며 

먹던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을 뿐이니  

밥 한 끼 구한다는 

그런 예능의 최고봉을 보면 

뻔뻔한 제작진에 

민망한 출연진에 

대인배 동네 주민의 조합으로 

방송 날로 먹으며  

날로 먹음의 힘듦을 강조하는  

그 알찬 내용을 내 보내어서,  

염치없음은 시청자의 몫인지라..

나는 늘 손에 땀을 쥐곤 하였다. 


그런데, 

알쓸신잡은  

온갖 거한 주제의 현학적인 이야기만을 골라하며 

온갖 맛난 거에, 온통 좋은 장소에, 안락한 환경을 골라 다녀도 

위화감이 없다. 


수다는 수다일 뿐이고.. 

들어둬도 

알아 두어도 

별 쓰잘 떼기 없을 뿐이니, 

몰라도 편안하고 

알아도 더 잘남이 없는 

그런 세계이라며 

어서 와.. 이런 예능 처음이지.. 한다. 

조합은 부담스러운데도 

다 섞어 내어 놓는 요리는 

만드는 사람도 안 힘들어 보이고, 

그러니, 보는 사람 부담 없고,  속 편하다 


이문세의 붉은 노을만 알고 

빅뱅의 붉은 노을은 몰라도, 

유시민의 붉은 노을이 기분 좋고, 

윤여정의 붉은 노을은 슬퍼도.. 

시청자들은 누구의 붉은 노을 힙한지 

누구의 붉은 노을이 더 적합한 지 판단질을 잊는다. 


나한테는 어떠한가.. 생각하느라.. 말이다. 


IP : 72.219.xxx.68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7.7.2 10:00 AM (49.142.xxx.181)

    오.. 글을 쭉 읽고 글발이 예사롭지 않아서 다시 올라가 작성자명을 봤더니
    쑥과 마늘님이시네요...

  • 2. phua
    '17.7.2 10:04 AM (175.117.xxx.62)

    보다 보니,

    예능임을 잊는다.

    그냥 내가 그 사람들 옆자리에 앉아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이야기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ㅡㅡㅡㅡㅡ

    딱 !!! 제 맘^^

  • 3. ㅎㅎㅎ
    '17.7.2 11:49 AM (121.174.xxx.196)

    일없이 눈 꼽고 있는 옆지기한테 슬쩍 던집니다.
    남자들모이면 저런 얘기 안하지? ---------;;---------
    묵묵부답. 자극받지 않을까요?모두들? ㅎㅎ
    저만해도 낼모레 열댓명 모이는데
    밤새울 수다꺼리가 궁금해집니다
    남자4.. 한명은 아직도 보수통에서 못빠져나오네요.
    재밌어요..재방 몇방도 그냥 봅니다. 그냥ㅇㅇㅇㅇㅇ

  • 4. 우아~~
    '17.7.2 12:11 PM (211.186.xxx.139)

    글 자체가 한편의 수필이네요
    짱!

  • 5. ...........
    '17.7.2 12:39 PM (210.210.xxx.104)

    너무 잘 쓰셨어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시청하면서 제 맘 딱 그대로의 표현이네요.
    제 블로그에다 올리고 싶은데 안될까요.
    허락 받을려고 닉네님을 아무리 눌러도
    쪽지 보내기가 안되네요..

  • 6. ㄴㄴㄴㄴ
    '17.7.2 12:50 PM (115.164.xxx.119)

    바야흐로 우리가 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는것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잖아요

    독재 아래에서
    반민주 아래에서
    끊임없이 옳고 그름을 세상이 이러해야 한다는 판단질을 하다 이제는 판단과 평가보다는
    공감을 바탕에 깔고 소통해야 하는 시대,
    지식인이 가르치려드는 세상은 저 멀리 보내고
    그저 각자의 분야에서 자기의 관점을 떠들고 그것에 대해 판단질 하지 않고 존중행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반증같아요

    삶에 정답이 있었던고요?
    법정 스님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하셨죠.
    일제시대를 거치고
    전쟁을 겪고
    군부 독재 시대를 지나
    잠시 역행했지만 다시 돌아와 앞으로 나아갈수 있는 새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65세 할아버지 대통령이 새시대에 맞는 사람으로 리더로 계셔서 진짜 감사할 따름인 것 같아요
    알뜰신잡에 나오는 남자 4050 나이의 남자들이
    새 시대에 맞는 얘기들을 쏟아내니
    물 흐르듯 자연의 이치를 따르듯 자연스럽고 재미나는 것 같아요

    혹시 자기만의 가치관으로 지금 행복하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그건 고집과 아집이니 훌훌 털어버리시고 새 시대를 맞이하길 바라네요

  • 7. 쑥과마눌
    '17.7.2 12:57 PM (72.219.xxx.68)

    동감을 표해주신 답글들에 감사^^
    퍼 가셔도 됩니다.
    출처 표기해주시면 되어요^^

  • 8. 저도
    '17.7.2 3:02 PM (116.36.xxx.231)

    알쓸신잡 참 좋네요.
    재방을 보면 놓쳤던 부분 건져서 또 좋고요.

  • 9. .....
    '17.7.2 4:08 PM (210.210.xxx.104)

    퍼가기를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출처 밝힐겁니다..
    제글도 함께 올리려면 시간이 걸릴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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