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 취임식에서 마크롱은 기병에 둘러싸여 지붕을 연 군용 지프위에 서서 샹들리제 거리를 지났다. 민간 리무진을 탔던 대부분의 전임자들과 극명히 대조되는 장면이었다.
마크롱이 365개 방이 있는 대통령 궁에 도착했을 때, 그는 60미터 길이의 레드 카펫을 또 한번 천천히 혼자 걸어가며 ‘국왕’적 권위를 내뿜었다. 마중나온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문에 서 있었다. 멀리서 본 그 모습이 흡사 집사 같았다.
마크롱은 당선 이후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격하며 대중에게 구애했고, 도널드 트럼프와의 ‘강렬한 악수’로 새로운 팬을 만들었다. 마크롱은 프랑스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그 악수가 “의도된 것”이었다며 “상징적인 것조차 양보하지 않겠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난 아무것도 놓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2015년 11월 파리 테러로 처음 선포됐고, 이미 5차례나 연장된 국가비상사태를 5개월 더 연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크롱은 또한 “신속성과 효율성을 위해” 의회 민주주의를 건너뛰고 대통령령을 통해 통치하려는 의지도 드러냈다.
마크롱의 대선 자금은 버니 샌더스 식의 풀뿌리 기부가 아닌 금융계의 조직적 모금 행사들로 모아졌다. (이는 유출된 마크롱 주변인사의 이메일을 프랑스의 저명한 온라인 언론사 ‘미디어파트’가 추적해 드러났다).
“좌도 우도 아니”라며 그럴 듯하게 말하고 실용적 타협을 지지한다고는 하나, 마크롱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친기업적인 재정정책 개혁의 필요성이다. 이는 좌파가 절대 반대하는 일이다.
마크롱에게 개혁은 꽁꽁 묶여있는 프랑스 경제의 “에너지”를 “해방”시키기 위해 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제거하는 것에 불과한 듯하다. 법인세는 33.3%에서 25%로 인하될 예정이다. 주 35시간 조항도 완화되고 제로시간 계약도 증가할 전망이다. 프랑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위해서 말이다.
마크롱은 역대 최고의 기권과 백지 투표가 이뤄진 가운데 20년만의 최저 투표율로 대통령에 선출됐다. 대선 1차 투표에서 마크롱에 표를 던진 노동자는 16%에 불과했다. 이는 대통령 당선자 중 역대 최저 기록이다. 대선 결선 투표에서는 그를 지지한 노동자(30%)보다 기권한 노동자(32%)가 심지어 더 많았다.
마크롱이 유권자의 열렬한 환호 속에 당선된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더군다나, 마크롱을 찍은 유권자 중 45% 정도가 “르펜에 반대”하기 위해 마크롱에게 표를 줬다고 했다. 마크롱을 찍은 유권자 중 무려 61%가 마크롱이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놀라운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마크롱이 총선 승리를 오판한다면 큰 코 다칠 것이다.
포장을 어떻게 하든, 무분별한 성급함으로 밀어붙인다면 대통령령을 통한 경제개혁은 2022년 마리 르펜 대통령의 탄생만 가져오게 될 것이다. 대선에서 완패를 하긴 했지만, 르펜은 2002년 자신의 당이 마지막으로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했을 때보다 두 배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마크롱의 개혁으로 소외되는 유권자가 새로 생긴다면 르펜은 점점 더 신뢰할만한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