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최선희 북한 미국국장 등과 수십 차례 비밀 회담”...
남북대화 제동 걸면서 ‘이중적 잣대’ 비판 대두
북한과 미국이 1년 이상 비밀 외교 채널을 가동해 왔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SJ은 그동안 미국 외교관들이 평양을 비롯해 유럽 몇몇 도시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 등 북한 외교관 접촉하며 협상 채널을 유지해 왔다고 전했다.
양국은 특히, 최근에는 오토 웜비어 등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문제를 주로 논의했으며,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억제에 관해서도 다뤘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WSJ은 "북한 고위급 핵 협상가인 마담 최(최선희)가 미국 관리와 비밀 협상을 했다"며 "영어가 유창한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미 정부 관계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WSJ은 또 대북 협상가로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이 기간 뉴욕에서만 북한 외교관을 20차례가량 만났다고 전했다. WSJ은 약속 장소는 주로 북한 유엔 대표부 건물 인근에 있는 '팜 스테이크하우스'였다며 최근에는 웜비어의 석방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WSJ은 이러한 비밀 채널 가동에는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인 '뉴 아메리카 재단'의 수잔 디매지오 국장이 지난해 초부터 비공식 대화 채널을 수립하는 것을 도왔다고 보도했다. 디매지오 국장은 지난해 초 스톡홀름에서 북한과 접촉했으며, 작년 2월 북한을 방문해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러한 보도에 관해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도 북한과 꾸준하게 비공식, 비밀 외교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밝혀졌지만, 지난 5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북미 간 이른바 1.5트랙(반민반관) 대화에도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선희 국장을 만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조셉 윤 특별대표는 웜비어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비밀리에 방문하고 북한 측 인사들도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은 북한과 비밀 협상 채널을 유지하면서 공개적으로는 남북 대화 등 북한과의 대화에 조건을 내거는 것은 '이중적 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 국무부는 이러한 비밀 접촉 논란에 관해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자신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 수십차례 비밀 접촉을 이어오면서, 남북 대화 등에는 '완전한 비핵화' 조건 등 제동을 걸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