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과 함께 낮아진 자존감 때문에 힘듭니다.
그동안 일하며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 때는 그냥 넘어갔던 일도
이젠 하나씩 서운한 감정이 되어 저를 힘들게 합니다.
한마디로 남편은 좋은 성품을 가졌지만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반면 저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 격려를 원하구요.
그동안 결혼하면서 저도 늘 일을 했는데도 제 월급을 모두 남편이 관리했습니다. 함부로 쓰는 사람도 아니고 이재에 아주 밝은 사람이라서 어차피 “우리것”이라는 개념으로 불만 없이 살아왔습니다. 제 월급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면 남편이 이체해서 투자를 하기도하고, 이자가 높은 통장으로 옮기는 식으로 살아왔습니다. 여자가 아이 키우면서 평균 연봉 4000정도 벌어왔으면 나쁘지 않은 월급이었건만, 어쩌다 이런말을 하게되면 남편은 “겨우 그거 벌어온거..”라는 식으로 농담처럼 말하지 단 한번도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해 준 적이 없습니다.
단 남편은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돌이켜보면 저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다른 쪽으로 표현해왔습니다, 예를 들자면 알아서 에어콘 필터도 갈아주고, 엔진오일 갈아놓고, 일주일에 한번씩 주유소 가서 기름 잘 채워놓고.. 집안일도 부탁하면 정확하게 잘 해줍니다.
저는 그것도 남편이 표현하는 사랑의 일부이지만,
정말 따뜻한 말 한마디가 듣고 싶습니다.
제가 요즘은 이런데~ 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와서 전하면
“쓸데없는 소리“로 치부해버리고 자기 생각대로 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대부분 따라왔죠,
아이들 사교육문제부터,
그러고보니 청소기, 김치냉장고도 다 남편이 샀습니다..
인터넷으로 최저가.
모델 이런거 무시하고..
10년 넘게 이렇게 지내오다가 제가 한번씩 남편에게 부탁도 해보고, 건의도 해보고 하면 남편은 들어주는 것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직장을 한달씩 문닫고 여행을 가버린다거나...
이런일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이젠 남편에게 기대하지도 말고,
너무 남편 위주로 살지도 말고,
남편 좋아하는것만 맞추고 살지도 말고,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뭘 할 때 행복한지,
뭐가 먹고 싶은지
저한테 집중하면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신용카드도 남편이 자영업을 하는 관계로 남편 카드를 사용합니다. 사용하면 바로 문자가 남편한테 가죠. 아이들과 관련된거, 시장 보는거나 하지, 제가 미용실가서 트리트먼트 같은것도 한번 마음대로 못해봤네요. 카드 사용하면 이젠 저한테 문자오게 하라고 오늘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해주더라구요. (예전에도 여러번 말했지만 그냥 가볍게 넘기더라구요)
자기가 일찍 들어와서 집에서 저녁 먹고 애들 봐주고, 오지랖 넓게 집안일에 너무 관여를 많이 해서 제가 불만이 생긴 것 같으니, 앞으로는 저녁 먹고 친구만나고 하고 싶은 운동 하고 밤늦게 들어오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며칠째 12시 다 되어서야 들어오네요. 좋아하는 운동이 있어서 아마도 실컷하고 올겁니다.그게 해결책이라고 내놓는 사람입니다.
역지사지라고, 남편입장에서도 그동안 잘 맞추고 잘 살던 저 여자가 왜 저러나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제가 먼저 또 썰렁한 분위기를 풀지 않으면 절대 먼저 굽히지도 않는 남편에게 이번에만은 또 먼저 지고 싶지 않습니다, 지고 이기는 문제가 아니라, 제 마음이 정말 위로를 받고 싶습니다. 자기는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고만 하면서 단 한발자국도 제 곁으로 옮겨주지 않습니다. 그럼 누구는 열심히 살지 않았나요? 남편은 부드럽지만 강하게 자기 하고 싶은걸 다 해왔고 저희들의 결혼생활에 별 불만이 없다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한번씩 불만을 토로하지만 않으면요.
열번 참다가 한번 제 감정을 토로하다보면 눈물 콧물 정말 범벅이 되어서 말했습니다. 이젠 정말 그러지 않으려고, 감정 섞지 않고 뭘 원하는지, 어떤 말이 듣고 싶은지 정확하게 말해보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요즘 법륜스님 책에 공감을 많이 하는 남편이 이렇게 말합니다. “더 개차반 같던 남편이 이렇게라도 살아줘서 고맙습니다~”하면서 그냥 살라고 하네요.
이왕 사는거, 작은 일에도 부부가 서로
고마워,
수고했어
역시 우리 마누라, 우리 남편이네~
이런말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사는게 정녕 이렇게 힘든일인지요..
남편입장에서는 제가 너무 심한걸 요구하는 아내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