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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소회

행운의유월 조회수 : 5,196
작성일 : 2017-06-05 01:14:29

알쓸신잡 여러 이야기가 있어 자려다가 끄적거려봅니다.

저는 재밌게 봤네요.

올여름 통영에 가기로 했고..

책정리하느라 밖에 내놓은 <토지> 전집 다시 들여오기로 했어요.

임금이 아닌 나라에 충성했던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백석의 연인 자야가 자신이 운영하던 대원각을 내놓아 세웠다는 길상사에 올가을에 꼭 가봐야겠다 생각했고요.

(자야는 시가 천억원 가량의 대원각이 백석의 시 한 줄 값만도 못하다고 했다지요..평생 백석의 시를 읽으며 살았다고..)

간만에 <토지>의 서희, 길상이, 임이네, 월선이, 윤씨 부인...이런 이름도 떠올려 보고요. 


팍팍하고 메마른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네요..

힘빼고 웃으며 인문학 수업..

책과 우리 문화와 역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즐기는 재미랄까요...

정재승(맞나요? 하루 지나서 깜빡...)교수님 진짜 재밌으시네요.  


백석의 '여승'이라는 시 올려봅니다..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 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백석이 금강산 여행 중 유점사에 들렀을 때

산나물 냄새 나는 여승을 만났고

그 여인은 옛날에도 (고생으로) 늙어보였는데 여전히...그리고 스님이 된...

기억을 더듬어보니 평안도 금광 앞에서 산나물 팔면서 배고프다고 보채는 아이를 때리며 울던 여인...

돈벌러 나간 남편이 10년째 안 돌아오자

금광에서 일한다는 소문 듣고 금광 앞에서 야채 행상을 하다가

아이는 잃고 자신은 여승이 된...스토리죠.

나라 잃은 가난한 백성들의 삶을 어찌 이리도 잘 표현했는지요. 


82쿡님들...어느새 유월입니다.

시간이 쏜살같아요.

유월에도 좋은 날들 보냅시다~~^^

굿잠하세요..


IP : 125.179.xxx.157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7.6.5 1:20 AM (180.229.xxx.230)

    저도 좋았어요
    그지역 인심넘치는 식당서 한잔하며 얘기 나누는게 뭐가 어떻다고 또 검열하고 난리인지..

  • 2. 백석
    '17.6.5 1:25 AM (1.236.xxx.107)

    얼굴도 잘생기고 시도 잘쓰고
    요즘말로 얼마나 핫했을까요? ㅎ

  • 3. 감사합니다
    '17.6.5 1:26 AM (183.109.xxx.87)

    시 읽고 잘 이해가 안갔는데
    ㅡ비몽사몽 이라서요 ㅡ
    해설까지 곁들예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세계사편력을 읽고 싶단 생각을
    버킷리스트 추가 합니다
    말씀하신 정재승 교수님도 참 놀랍죠
    지루할수도 있는 얘기를 풀어내는 능력 순발력 모두
    그런 대화나눌수 있는 지인들과 함께 하던 젊은 시절이
    그립지만 이런 프로가 있다는사실만으로도
    님같은 분이 느낌을 나눠주셔서 좋네요

  • 4. 백석이
    '17.6.5 1:33 AM (45.55.xxx.75)

    천재긴 하네요. 얼굴 천재에 가려져서 그렇지ㅎㅎ
    한글이 참 아름다운 언어라는 걸 근대문학을 통해 느낄수 밖에 없는 우리시대 문화가 안타까워요

  • 5. 행운의 유월
    '17.6.5 1:33 AM (125.179.xxx.157)

    아..세계사편력...저도 읽어보려구요.
    여행과 독서 세포가 살아나는듯요~

  • 6. lush
    '17.6.5 1:37 AM (58.148.xxx.69)

    백석의 연인은 김영한씨가 아닌걸로 알아요 .
    김영한씨가 백석을 많이 좋아한듯 :;

    백석이 사랑한 여인은 통영2라늨 시에 나오는 '란'이라는 여인이었던고 같아요 ~~

  • 7. 행운의 유월
    '17.6.5 2:12 AM (125.179.xxx.157)

    lush님 백석이 란이라는 여인을 깊이 좋아한 거 맞아요.
    란은 이화여고 나온 멋진 여성이었고...백석의 친구와 결혼을 해버렸죠.

    일본에서 공부하고 온 백석이
    함흥고보에 영어 교사로 있을 때
    동료 송별회로 회식을 하러 갔다가
    요리집 함흥관에 관기로 있던 기생 김진향을 보고 반해버립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기 전에 이별은 없다.“고 말했다지요.
    진향이도 좋은 가문에서 잘 배운 여성이었는데 집안의 몰락으로 기생이 되었고요.(16살이었나..)

    그때 진향이가 지니고 있던 이백의 시집 중 '자야오가' 라는 시에서 딴 자야 라는 애칭을 지어줬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둘을 떼어놓기 위해 서둘러 혼인을 시키려 하고(정혼을 했었나 안 했었나..)
    백석은 자야와 만주로 도망을 하기로 하는데
    자야가 백석을 마음으로만 품고 놓아주려고 만주로 따라가지 않게 되어요.
    백석은 만주로 가고 자야는 서울로 오고....
    해방이 되고 한국전쟁으로 둘은 남과 북으로 떨어져 살게 되구요.

    백석이 로맨틱하기도 했지만...
    처연한 식민지 산하를 유랑하면서 시를 쓰고,
    나라 잃은 백성들에 대한 연민을 시로 쓰고..
    멋진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나이 들면서 그나마 안 좋은 기억력이 더 허접해져서 가물가물한 기억을 뒤져서 써봅니다.
    이 밤에 잠은 안 자고 왜 백석 사랑을 끄적거리고 있냐고 물으신다면
    이게 다 알쓸신잡 때문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ㅎㅎ

    ......
    백석이 자야를 위해 쓴 시 올립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만주로 가자고 자야를 꼬드기고 기다리면서 쓴 시가 아닐까 싶네요..

  • 8. 야밤에
    '17.6.5 2:46 AM (58.148.xxx.18)

    하, 원글님과 댓글님들 가슴이 저립니다
    알쓸신잡 여러번 보고 겨우 자기전에 혹시나해서 82보다가 또.
    눈물납니다 . 백석과 자야의 사랑과 그 시대 민초들의 처절한 삶 이라니.

    알쓸신잡. 너무 너무 행운이 떨어지는 방송 같아요. 저에겐.
    굿 나잇~~

  • 9. 우선은
    '17.6.5 3:36 AM (211.208.xxx.21)

    사놓은 책을부터 일기를 해야겠다란 결심을...
    원글님 글 잘 읽었습니다^^

  • 10. 모리양
    '17.6.5 4:01 AM (220.120.xxx.199)

    세계사편력 주문했는데 엄청 몰리나봐요 배송이 늦어지네요

  • 11. 우와
    '17.6.5 6:27 AM (114.203.xxx.168)

    종종 글 올려주세요.

  • 12. 고딩맘
    '17.6.5 7:10 AM (183.96.xxx.241)

    세계사편력 분명 읽었는데 전 왜 그런 지적감흥이 없었는지 몰라요 ㅋ

  • 13. ㅎㅎㅎ
    '17.6.5 8:33 AM (222.233.xxx.7)

    백석...다시 보기
    원래도 좋아했지만,
    그냥반이 서성였다는 충렬사 돌계단 한번 밟아보렵니다.ㅋ

  • 14. 저도
    '17.6.5 9:09 AM (124.49.xxx.246)

    백석 너무 좋아요 사실 알쏠신잡팀 가기 하루전에 통영다녀왔는데 참 볼 것은 많은 동네긴 하죠 저는 백석의 동포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시에 담으려했던 모습이 참 좋아요

    팔원

    차디찬 아침인데
    묘향산행 승합 자동차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 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은 예서 삼백오십 리 묘향산 백오십 리
    묘향산은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새하얗게 얼은 자동차 유리창 밖에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駐在所長)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는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 15. 재밌죠.
    '17.6.5 9:24 AM (116.124.xxx.148)

    이런 예능 좋아요.
    그런데 예능을 예능으로 안보고 심각하게 분석하는 글들이 많아서 화제성이 대단하구나 싶으면서도 제작진이나 출연자들 참 피곤하겠다 싶기도 했어요.

  • 16. 음 그 삼청각 주인 할매
    '17.6.5 9:29 AM (1.238.xxx.39) - 삭제된댓글

    백석 연인 이란건 그녀만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밝혀졌던듯한데.... 아닌가요?
    백석 연구가가 그녀를 찾았을때 외려 백석에 대해 잘 모르고 연구가가 자기가 아는 것만
    털리고 온 기분이다...얘기가 있었고
    손님과 기생으로 하룻밤 운우지정 충분히 있었을 법 하나 절대 그 할매가
    주장하는 만큼의 깊은 교류를 나누는 관계는 아니었을 걸로...
    그 할머니는 죽기 전에 책도 쓰고 절에다 턱 하니 시주?보시?도 하고 뭔가 본인 삶을 미화하고 싶었던듯...
    물론 그를 향한 짝사랑도 있었겠지요.

  • 17.
    '17.6.5 9:59 AM (14.39.xxx.232)

    세계사편력이 지금 판매 1위라데요.
    저도 알쓸신잡 재미있게 봤네요. ㅎㅎㅎ

  • 18. ㅇㅇㅇ
    '17.6.5 5:10 PM (117.111.xxx.224)

    알쓸신잡
    백석과 자야.
    당장 길상사로 달려가고픈 마음.

  • 19. ㅁㅁ
    '17.6.7 10:57 AM (211.43.xxx.66)

    내 사랑 백석 - 김자야 에세이집도 추천합니다.

    백석과 자야의 이야기가 자야의 시각에서 쓰여졌는데, 아련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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