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건은 여기서 아무리 거론해야 이미 물 건너간 배다. 곽노현을 살리자고 지키자고 소리소리 외쳐도 검찰의 수사의지에 사건의 결말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검찰과 관련된 일화 몇 개를 더듬는다.
노무현 정권의 김대중 세력 죽이기가 한창일 때 박주선과 박지원 권노갑이 검찰에 구속되었었다. 그리고 한화갑은 체포영장까지 발부받아 체포하려 했지만 불발로 끝난 뒤 불구속으로 기소했고 그 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유죄를 받아냈으나 나중에 다시 기소한 건에서는 끝내 무죄를 받았다. 물론 박주선도 노무현 정부에서 두 번이나 무죄를 받아, 앞서 김대중 정부 아래에서 한 번 무죄를 받은 것까지 3번 구속 3번 무죄라는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박주선
특수부 검사(사시 16회) 출신인 박주선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으나 옷로비 사건 몸통으로 몰려 기소되었다가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후 2000년 선거에서 민주당에 입당 할 수 없어 무소속으로 출마(전남 보성·화순)해 당선됐다.
하지만 박주선이 현역의원임에도 노무현 정부 검찰은 그를 나라종금·현대건설 자금수수 혐의로 두 번씩이나 구속시켰다. 그런데 현역의원이던 그의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사람이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이다. 그렇게 구속된 박주선은 두 사건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2006년 강금실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 박주선은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열린우리당 측은 후보 사퇴를 원했으나 박주선은 완주했다. 오세훈은 당선되었고 강금실과 박주선은 졌다. 아마도 강금실은 자신이 체포동의를 요청했던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의 지지표를 빼앗아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 박주선은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박지원
박지원은 대북송금 특검에서 남북대화 밀사로 활동하면서 현대 측으로부터 150억 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었다. 또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4억5천만 달러의 대북송금을 주도하고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4천억 원을 대출해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와 금호와 SK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까지 추가되어 기소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재판, 박지원은 2003년 12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이듬 해 6월에 항소심에서도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04년 11월 대법원은 150억 원 건은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그 뒤 이어진 파기환송 항소심은 대법원 파기를 받아들여 150억 원 건은 무죄를 선고했다. 물론 나머지 건인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징역 3년,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으니 완전 무죄는 아니었다.
이어서 2005년 9월 28일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가 현대 측으로부터 150억 원의 양도성예금증서를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뇌물)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나머지 혐의의 유죄도 확정되었다. 그러나 주요범죄혐의에서 무죄를 받은 박지원을 그대로 가둬둘 수 없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특별 사면으로 박지원을 풀어줬다. 박지원은 지금 민주당의 핵심인사다.
한화갑
2004년 초부터 노무현 정부의 검찰은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SK등 기업체로부터 10억 원대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걸어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한화갑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하면서까지 강도 높은 내사를 벌인 뒤 그해 5월 한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 및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SK, 하이테크하우징 등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0억5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그리고 법원에 의해 이 영장이 발부되자 민주당사로 한 대표 체포대를 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당직자들은 노무현 정권의 민주당 죽이기 완결판이라며 전 당직자와 지지자들이 합세 몸으로 실력저지에 나섰다. 결국 검찰은 영장 집행에 실패,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이후 한화갑은 2006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1년 추징금 10억 5천만 원을 받음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하지만 이 사건 수사를 한 검찰의 수사는 형평성에서 매우 많은 문제를 노출시킨 수사였다. 한 대표의 경선자금은 문제를 삼고, 당시 같이 경선에 참여했던 노무현 정동영 등에 대해서는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 말하기를 100% 합법적 자금으로 경선 치르지 않았다고 했으며 ‘자료는 보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무슨 자랑이라고 자료를 가지고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정동영도, 또 김근태도 모두 경선자금에 문제가 있엇음을 시인했으나 정동영은 아예 수사착수도 안했고, 김근태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런 한화갑은 다시 2006년 지방선거에서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2010년 대법원에서 확정되었고 끝내 한 대표는 무죄선고를 받았다. 한화갑은 정계 은퇴상태다.
권노갑
2003년 8월 노무현 정부 검찰은 권노갑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현대 측으로부터 100억 원 대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그를 구속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송광수는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것은 기본원칙이다. 검찰수사는 '비리가 있으면 수사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이것은 법률이 검찰에 부여한 권한이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이렇게 구속된 권노갑은 끝내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으나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면되어 풀려났다. 권노갑은 정계를 아주 은퇴하고 8순의 나이임에도 현재 한국외대의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노무현 정부의 임기 내 김대중 정권 격하작업은 이렇게 완료된다. 김대중 정부의 법무비서관 박주선(지금의 민정수석 자리), 김대중 대통령의 복심이라 할 박지원 비서실장, 동교동계의 핵심 양 날개로서 양갑으로 불리던 권노갑, 한화갑 등 4명이 노무현 정부 검찰로부터 받았던 고초 내역이다. 노무현 정권이 사실상 직전 대통령을 지낸 김대중을 어찌할 수 없었으므로 이들 4명이 대신 고초를 당한 것이다.
이중 권노갑만 검찰 기소대로 법원에서 유죄를 받았고 박주선은 두 번이나 무죄, 박지원은 핵심범죄혐의 무죄, 곁다리로 끼워 넣은 정치자금법만 유죄, 한화갑은 유죄도 한 번 무죄도 한 번.
검찰의 6전 3승 3패, 엄격히 말하면 2승 4패다. 노무현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현역의원 체포동의안도 국회에 내고 검찰총장은 ‘비리가 있으면 수사한다’고 공언한 수사결과가 그렇다.
그렇다면 당시 민심은 어땠을까? 특히 노무현 정부 지지자들이나 진보정치권, 진보인사들은 어땠을까? 그들은 앞장서서 김대중 측근들을 모두 부패한 정치인들로 몰아갔다. 검찰의 인격살인과도 같은 언론플레이도 용인하고 이를 중계방송 식으로 보도한 언론 기사들을 진실인양 기정사실화 했다. 박주선이나 한화갑,박지원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행여라도 나올까 미리 앞장서서 그들을 부패와 비리의 화신으로 몰아갔다.
지금도 우리 언론들은 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건을 수사 중이거나 피의자가 구속될 때는 검찰 발로 중계방송식 보도를 일삼다가 그 사건 피의자가 재판에서 무죄가 나면 단신으로 처리하는 정도다. 잎서 자신들이 저지른 피의자 인격살인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때문에 검찰의 언론플레이는 우리 언론들의 이런 속성으로 너무도 잘 이용하고 있다. 그래도 이들의 중계방송식 보도에 부회뇌동하는 것이 민심이다, 김대중 측근들은 그렇게 격하되었다.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의해 인격이 살해 된 피의자가 법원에 의해 무죄를 선고 받아도 한번 부패한 정치인으로 낙인찍으면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 이는 보수측이건 진보측이건 똑 같다. 마찬가지로 김대중 측근들이 고난을 당할 때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모두 한편이 되어 그들의 고난을 당연시 했다.
현재 곽노현이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는 진보진영 사람들이 과연 박주선이나 한화갑 박지원이 노무현 정부의 검찰에 의해 수사를 받고 구속되었을 때 그들을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말로 옹호한 적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그들은 무죄추정의 원칙 때문이 아니라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받은 정치인들이다.(박지원도 150억 원 건은 무죄였음에 동일한 패턴으로 본다) 그럼에도 그들에 대해 지금도 ‘유죄추정’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되돌아보기 바란다. 이런 점에서부터 반성하고 곽노현을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말로 옹호해야 일관성에서 그나마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나?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질타하는 입장이다. 그때 김대중 측근들에 대해서도 지금 한명숙에 대해서도 검찰의 전 정권 죽이기에 분노한다. 곽노현 사건이라고 다르지 않다. 당연히 곽노현을 엮으려는 검찰의 시도를 보수진영과 권력층의 정권지키기로 본다.
그럼에도 지금 이 글을 쓴다. 곽노현은 지지자들이 살리고 싶다고 살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검찰의 의지가 사법처리라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곽노현은 물론 그 지지층까지 그를 지지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과 언론들로부터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곽노현만 만신창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세력들까지 싸잡아 비리세력으로 몰릴 것이란 얘기다.
그리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이어질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측은 이 사건을 마음껏 이용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권을 이용, 김대중 세력을 부패한 세력으로 만든 것과 동일하게...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이거다. 우리나라에서 검찰권이 이대로 존치되는 한 누구도 검찰의 칼날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검찰의 칼날에 춤추는 언론들 세력이 온존하는 한 그렇다.
그래서다. 현실을 인정하자. 그리고 대책을 세우자. 곽노현이 무죄면 그것은 법원에서 인정할 것이다.
하여, 곽노현을 갖고 장난치려는 세력들의 꼼수를 단단한 대오로 물리치자. 내 주장은 이거 하나다. 그래야 노무현 정부에서도 개혁되지 않은 검찰권을, 노무현 정부에세도 제어하지 못했던 보수언론들의 힘을 정권을 되찾아 옴으로 개혁하고 제어할 꿈이라도 꿀 수 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