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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제도에 관한 의견을 읽고서....

늙은 학생 조회수 : 931
작성일 : 2017-05-21 23:44:31

학종에 대한 글을 읽고 댓글을 쓰려다가 따로 이렇게 한 꼭지로 글을 올립니다.


저는 지금 캐나다 대학에서 어학연수 후 1년짜리 과정 듣고, 곧 한국으로 들어가는 아줌마인데요. 많은 분들이 대학 입학 시험에 대해서만 말씀들 하셔서, 약간 확장해서 대학교육에 대해서도 고민하셨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몇자 적어요.

저는 한 20년 전 지방대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전공에 관련해서 일 해본 적 없고, 사실 대학 나온 걸 후회한 적이 많았어요. 왜냐면 제가 좋아서 한 공부가 아니어서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영어를 잘 하고 싶어서 캐나다에 왔고 (전 아이가 하나여서 남편의 적극지원 하에 왔어요) 2년을 지냈어요.

결론은 저는 여기 소위 칼리지라고 하는 곳에서 2년 있었는데요. 제 머리털 나고 공부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 받은 거 처음이었어요. 어떤 분은 영어만 좀 하면 공부 수월하다고 하시는데 제 경우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날들어었어요. 여기는 학기내내 한눈 팔게 학생을 놔두지 않더군요. 그게 뭔 소린고 하니 점수를 퍼센트로 다 쪼개서 5%짜리 숙제부터 25%짜리 시험까지 매주 뭔가를 제출하고 점수를 받으니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어요. 그래도, 어느 날 하루 시험이나 숙제를 망치거나 제출하지 않아서 0점을 받는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교수가 제안을 해요. 기회를 다시 줄테니 하겠냐고.. 대신 규칙에 의해 자동 삭감되는 점수가 있지만 그래도 기회를 주는게 어딘가요. 그럼 또 다시 달리는 거죠..

주변에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간 분 말씀으로, 캐나다 대학은 입학은 어느 정도 고등학교 생활을 성실히 하면 들어갈 수 있는데 4년 안에 졸업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입학시 정원이 100명인 과가 졸업할 땐 20명도 안되는 경우가 있다고....칼리지에서도 학기가 지날 때 마다 몇 몇의 낙오자들이 있어요.

진짜 공부를 대학에서 하는 거죠. 절대 점수로 줄을 세우지 않아요. 심지어 취업할 때 성적 적는 란이 없어요. 저는 여기서 공부 하면서 우리나라 대학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일단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써요. 교수가 전 학기 교육과정을 학교 시스템에 올리고 매주 공부한 내용을 다시 올려요. 그래서 예습과 복습을 하게 하고, 많은 수업이 발표수업에 팀작업이라 내내 공부에 매달리게 만들어요. 이런 와중에도 통과기준이 낮아서 학습력이 부족한 학생의 경우 그저 성실히만 임해도 낙제할 일이 없어요. 제 경우, 대학교 졸업자들이 듣는 1년짜리 자격과정을 이수했는데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진짜 고생했거든요. 하지만 제출하라는 거 최선을 대해 내고, 출석 열심히 하고, 팀작업하는데 말 몇마디 못해도 끼어 했더니 졸업을 할 수 있었어요. 물론 좋은 성적은 아니고요.

또 하나, 여기 칼리지 다니는 아이들 중에 내놓으라는 대학으로 재진학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는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우수하면 칼리지에서 이수한 학점을 인정받고 하고 싶은 공부를 상위 대학에 가서 더 할 수 있게 하더군요. 한번의 시험으로 대학공부의 기회를 정하는 게 아니고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대학교육을 받게 한다고 볼 수있어요.

그럼.. 대학교는 어떠냐... 일단 입학생이 큰 돈 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되도록 많이 받아요. 잃을 게 없는 거래죠. 그리고 낙오한 사람들이 다시 재기하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역시 돈이죠.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재정 상의 이유로 터무니없는 학비를 받으면서 낮은 수업을 제공하고 있어요. 제가 다니던 대학만 해도 정말 지금 생각해도 욕 나올 정도로 교수들이 형편없었죠. 오죽하면 철밥통이라고 할까요. 전 입시 제도 개혁도 중요하지만 대학교육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고 봐요. 구조조정이 필요해요. 현재 대졸인구 비율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가 높아졌지만 직업과 연계되어 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전 이것이 우리 교육계에 가장 큰 낭비라고 생각해요. 교육열이 높은 한국인에 맞는 다양한 교육기관이 필요해요. 단지 대학 졸업장을 주는 대학 말고, 하고 싶은 공부를 가르쳐 주는 그런 곳이요. 전 영어공부를 계속해서 하고 싶은데 한국가면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대학이나 대학원을 다시 가기엔 학비가 부담이고 학원을 다니려니 뭔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여러분은 대학 교육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학벌로 다시 계층을 만드는 지금의 대학체제 문제가 없나요? 하고 싶은 공부를 다양한 수준에 맞게 제공하는 대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비도 저렴하게...

PS-흠.. 그런데 역시 여기 캐나다도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 찾기가 힘들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 사정과 같진 않아요. 그래도 좀 널널하죠. 사실, 우리만큼 치열하게 열심히 사는 민족은 없을 거에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사회시스템을 적절히 바꾸면 전 우리나라가 진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멋진 국민들 아닙니까~ 대통령을 갈아 치우는 나라! 요새 여기서 제 어깨가 하늘 높은 모르고 치솟고 있어요. 여기서 살아볼까하는 생각으로 왔는데 지금은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생산적인 토론 글이 많아서 82쿡 게시판 보는 재미도 많구요!!!  

IP : 70.27.xxx.8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근데
    '17.5.21 11:49 PM (175.223.xxx.206)

    캐나다 인구는 3천만명 좀 넘어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면적 (거기다 70프로가 산)에 자원이 이 인구가 버글거리고 있는... 당연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어요ㅠㅠ

  • 2. 저도 궁금
    '17.5.21 11:51 PM (125.177.xxx.203) - 삭제된댓글

    늘 입시제도만 손을 대지...저 꼭대기에 앉은 대학교육은 냅둬요. 대학은 늘 땅짚고 헤엄치기로 죽어라고 갈고닦은 보석들을 쉽게 주워담을 생각만하지 보석으로 가꿀 생각을 안해요.

    제대로 된 교육정책은 대학쇄신에서 와야한다고 봐요ㅡ

    원글님.ㅡㅡ글 잘쓰셨네요.

  • 3. 샤라라
    '17.5.22 12:25 AM (1.224.xxx.99)

    캐나다는 일자리 없어요........옛날옛적 30년전부터 캐나다 사람들 미국와서 직장 잡았습니다.
    미국서 물건사서 캐나다로 들어갔구요.

    원글님 본문 지우지 마시길요...항상 미국의 입시제도 어떻게 준비하나 알짜배기 글 올라왔다가 댓글 폭탄맞고 지우더라구요. 난 아쉬웠어요...
    미국도 대학 입시 엄청납니다.....그걸 개개인이 다 준비하는데 사립고는 학교에서 해주지요. 이건 정말 부러웟어요.

  • 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7.5.22 12:56 AM (220.71.xxx.152)

    원글님 글 잘읽었어요. 저도 원글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단.. 우리나라 현실은 바뀌지 않았는데, 자꾸 애들 입시만 건드리니까 당황스러운거죠

    그리고 운동회때 달리기시합만 해도, 화장실에서 줄을설때도 공정한건 기본이잖아요
    화장실 30분 서있었는데, 지금 막 들어온 사람이 새치기하면 화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대입제도가 그 공평함을 걷어차고 있어서 그래요
    이건 줄을 세워서 서열을 만들자는게 아니라

    공정해야한다고 말하는거예요

    학종은 이것저것 개입될 여지가 많은 제도라서 엄마들이 반대하는 거예요

  • 5. ㅡㅡ
    '17.5.22 1:41 AM (61.102.xxx.208)

    캐나다 사정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건 원글님 해석이죠. 양질의 일자리 괜찮은 자리 원하는 애들은 거의 다 미국으로 빠져요.

  • 6. 저도
    '17.5.22 7:33 AM (220.127.xxx.253) - 삭제된댓글

    원하지 않는 과를 점수에 맞추어 갔던 사람으로서
    많이 공감합니다
    대학 들어가기 쉽게 만들면 사교육 시장이 이리 기형적으로 발생되지 않을거 같아요
    또 제대로 된 일자리 공정하고 근로기준법 제대로 지켜주는 직장이 많아질수록 대학교육에 목메이지 않고
    진짜 자기가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자율학기제로 듣는다면 대학공부가 스펙이나 간판 따기가 아닌 실용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과연 그런 날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뤄질까 싶은게
    워낙 기득권 세력이 너무 견고 해서요
    사교육 시장의 로비자금이 어마어마하다는걸
    듣기는 했거든요

  • 7. 늙은 학생
    '17.5.22 8:56 AM (70.27.xxx.8)

    캐나다 사정이 우리와 같지 않다고 썼는데… 환경이 위에 말씀하신것 처럼 많이 틀리죠. 내 보기에 좋아보이는 대학 시스템을 가진 캐나다도 요새 젊은사람들 일 자리 찾기 힘들고요. 하지만 대학개혁이 빠진 입시제도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올린 글이었어요.

  • 8. 원글님 의견에 200%
    '17.5.22 10:54 AM (14.35.xxx.108)

    동감입니다.

  • 9. 원글님 의견에 200%
    '17.5.22 10:59 AM (14.35.xxx.108)

    어떠한 입시제도하에서도 애들은 경쟁하게 되있고 ,,,,,피말리게 되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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