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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유시민..

oo 조회수 : 1,660
작성일 : 2017-05-19 09:45:07
(펌) 1. 이러한 정보가 흘러들어간 이후, 휴대폰 없던 시절 연락이 전혀 안되던 전국의 모든 대학의 지도부는 시위를 포기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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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 일에 서울 주요 대학에 대대적인 계엄군 검속이 들이닥칩니다. 주요 학생 간부들을 닥치는대로 연행하고 시설을 파괴했습니다.

한홍구 - 유시민 유명한 스토리를 일부 발췌 인용합니다.

그리고 5월14, 15일 가두시위에 이어 유명한 서울역 회군이 있었고, 운명의 5월17일이 왔다.

그날도 나는 무슨 일인지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대낮에는 이화여대에서 각 대학 총학생회장들의 회의가 경찰의 습격을 당해 참석자 대부분이 연행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학교로는 시시각각 군부대의 이동에 관한 제보가 빗발쳤다. 각 언론사 출입기자들도 오늘 밤 상황 발생이 100% 확실하다고 했다.

밤 10시가 다 되어 학교를 나오다가 유시민군을 만났다. 빨리 나가자는 말에 뜻밖에 그는 자기는 학교에 남겠다고 했다. 어떻게 군인들에게 텅 빈 학교를 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일단 피해야지 무슨 얘기냐는 내 말에 유시민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본의 아니게 양치기 소년이 됐던 그날, 학생회의 책임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던 나는 그저 민망한 일로 여겼던 반면, 대의원회 의장인 그는 군인들이 의기양양하게 텅 빈 학교에 주둔하는 광경을 그렸던 것이다. 망해가는 나라에서 황현과 같은 선비가 목숨을 끊은들 그게 대세에 무슨 영향이 있겠냐마는,
황현처럼 목숨을 끊는 선비 하나 없었다면 조선의 망국이 얼마나 더 참담했을까? 유시민군을 남겨두고 통금이 다 되어 집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켜니 긴급 뉴스로 비상계엄 전국 확대의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그 뒤로 나는 현실에서건 역사에서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일을 보게 될 때면, 광주 학살의 전야에 그 넓은 관악캠퍼스의 불 꺼진 학생회관에 홀로 남은 유시민을 떠올렸다. 스물두살 어린 나이의 그는 다가오는 카타필라의 굉음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유시민군을 다시 본 건 두달쯤 흐른 뒤였다. 전두환 일당의 ‘자비’ 덕에 그는 감옥에 가지 않고 군대에 가게 된 것이다. 유시민군은 합동수사단에서 풀려난 지 며칠 만에 입대했는데, 친구 몇몇과 함께 유시민군을 만났다. 합동수사단에서 엄청나게 고생했다는 소문에 걱정했지만, 생각 밖에 그의 표정은 밝았다.

신경림 선생 시처럼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반갑다고 만나자마자 우리는 낄낄댔다. 철이 없어서였는지 위로해줄 말을 찾지 못해서였는지 우리는 유시민군에게 군대 가서 잔뜩 ‘좇뺑이’ 치라고 위악을 부렸고, 유시민군은 “흥, 인생만사 새옹지마야. 니들은 무사히 졸업할 것 같냐”며 지지 않고 응수했다.

하느님이 계엄포고령을 위반한 죄로 계엄군이 된 불쌍한 유시민군의 소원(?)을 들어주셨는지 우리도 그해를 넘기지 못했다. 1980년 12월에 이른바 ‘무림 사건’이 발생했고, 군대 가는 유시민군을 놀렸던 악동들은 줄줄이 감옥과 군대에 가게 되었다. 유시민군은 친구라도 만나고 군대에 갔지만,
우리들은 수사기관에서 그대로 군대에 직행했다. 그래도 억울할 것은 없었다. 친한 친구들은 그때 다 같이 잡혀서 보안사에서 같은 버스 타고 군대에 갔으니까.
IP : 125.176.xxx.3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o
    '17.5.19 9:48 AM (125.176.xxx.32)

    유시민은 22살 그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시민이네요

  • 2. 1234
    '17.5.19 10:02 AM (175.208.xxx.169)

    그때당시 김대중대통령 사형언도 받고
    광주에서 ,김대중 석방 시키라는 데모가 한창일 때네요.
    이런거 생각하면 전두환 얼굴은 100mm 강판이네요.
    최근에 5 18을 부정하는 책까지 낸거 보면요

  • 3. 고딩맘
    '17.5.19 10:22 AM (183.96.xxx.241) - 삭제된댓글

    저 시절 포승줄에 묶여 이동하면서 카메라를 아주 짧게 응시했던 유시민의 그 말로 뭐라 형언하기 힘든 눈빛을 잊지 못해요 영원히 ,,,, 판사들에게 외친 원망가득한 그 한마디도 잊지 못할거예요 ...

  • 4. 고딩맘
    '17.5.19 10:33 AM (183.96.xxx.241)

    저 시절 포승줄에 묶여 이동하면서 카메라를 아주 짧게 응시했던 유시민의 말로 뭐라 형언하기 힘든 그 눈빛을 잊지 못해요 영원히 ,,,, 판사들에게 외친 원망가득한 그 한마디도 잊지 못할거예요 ...

  • 5. ...
    '17.5.19 10:41 AM (211.38.xxx.181) - 삭제된댓글

    노통 탄핵가결되었을 때 서거하셨을때.... 유시민 님 오열하신거 기억나요.. 이제 더 이상 유시민 작가님 눈에 분노때문에 눈물이 나질 않길 바랍니다...앞으로 늘 웃는 얼굴이시길... ㅠㅠ

  • 6. 정말 어린 나이였는데
    '17.5.19 11:17 AM (1.246.xxx.122)

    그렇게 큰일을 감당하고 결정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나라를 위해 그렇게 데모하고 희생당하고...가족들 을 생각해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그래도 우린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못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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