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경남도민일보 사장이 내부그룹에 올린 글

펌글 조회수 : 2,120
작성일 : 2017-05-12 16:51:32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경남도민일보 사장이 내부그룹에 올린 글/펌

어제 편집 제작에서 독자배송에 이르기까지 늦게까지 일한 모든 동료 여러분에게 ‘모처럼 기쁜 마음’으로 고맙다는 인사 전합니다. 제가 느낀 ‘모처럼 기쁜 마음’이란, 지 랄같은 9년을 끝내고 국민여망을 끌어안은 민주정권이 들어섰다는 안도감에서 싹튼 것입니다. 다들 저와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을 보고 느낀 점 몇 가지를 올립니다. 분석도 있고 당부도 있습니다.

1. 예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바뀌고, 대선 국면에서 보수 표를 빠르게 흡수하는 것을 보고 사실 경악했습니다. 국정농단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집단이 오히려 색깔론을 들먹이며 큰 소리를 치는 현실이 참 암담했습니다. 아무리 한국사회 꼴 통본색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회칼로 나라를 아작 낸’ 당사자들에게 한가닥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묻지마 지지에 나서는 민심이란!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이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에 성원을 보내는 것을 두고 ‘계급투표 배반’이니 ‘분단이 낳은 비극’이니 하는 표현들이 등장하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서구식 분석 잣대로 본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국사회는 그런 식으로 쉽게 풀어헤칠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뿌리 깊은 유교문화는 인간과 인간이 다층적인 차원에서 끈적끈적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합니다. 이는 서구식 합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잘 난 사람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정서도 생기고, 행색은 소시민이지만 정치의식은 거대 담론을 지향하는 경향도 강하고... 한 마디로 복잡합니다.

아직 이런 의식을 제대로 짚은 ‘한국학 이론’이 없기에 저 또한 주저리 주저리지만 어쨌든 명확한 결론은 어떤 큰 문제가 터지더라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낙동강 오리알’ 이 되는 일이 더 빈번하기에 이런 무책임은 당연한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저급한 양아치’인 홍이 대선에서 한 껏 행패를 부린 것도 이같은 역사적 축적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2. 두 번째로 놀란 것은 제가 보기에 그래도 양식이 있을 것 같던 보수 인사들이 홍과 함께 게거품을 물고 색깔론을 비롯한 온갖 마타도어에 동참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 같은 사람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은 제가 알기로 상당히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정당인이라는 한계를 인정하지만,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나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새누리당 분당 과정에서, 홍이 주자로 나서는 대선국면에서 목을 놓아 ‘자유대한 수호’니 ‘좌파 척결’이니 하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지르는 걸 보니 무섭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일일이 이름을 들먹이진 못하지만 빨간 옷 입은 사람들 중엔 저를 놀라게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김재철 전 문화방송 사장이었습니다. 추레한 몰골로 홍준표 뒤에 서서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는 그 모습이 얼마나 측은한지...

3. 문재인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어젯 밤 지인들에게서 몇 통 전화를 받았습니다. ‘경남 캠프에 죄다 도민일보 사람들이데?’ 하는 이야기부터 ‘이제 뭐 좀 좋은 일 생기지 않겠소?’하는 기대섞인 물음까지.

9년간 우리를 짓눌렀던 무거운 짐이 사라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무슨 선물궤짝이 통째로 굴러들어올리는 만무합니다. 사실 그럴 일도 없고요. 그래서 괜한 오해를 받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직 대표가 두 명이나 민주당에 있다지만 어쩌다 이런 저런 의견을 교환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굳이 기대를 하자면 홍준표 똘마니들이 장악하고 있는 도정이 하루 빨리 정상화돼 경남도민일보가 받고 있는 불이익과 차별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대선 과정에서 홍준표가 우리를 비롯한 많은 단체에 지원을 끊은 것을 놓고 ‘좌파세력 배제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마디로 얼척이 없었습니다.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솔직한 심정은 이랬습니다. “뭔 이런 또 라이 새 끼가 다 있노?”

전 KNN 사장인 김석환씨가 오늘 페북에 재미있는 글을 올렸더군요. ‘전쟁이 끝나면 전우는 뭉치지만, 혁명이 끝나면 동지는 서로를 배신한다.’ 같은 맥락으로 다룰 말은 아니지만, 이 말은 곧 새 정권이 그만큼 순탄치 않으리라는 걸 예견하는 듯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예전에 제가 말한 것처럼 새 세상에서는 또다시 ‘잘 해먹던 놈’이 더 설치는 법입니다. 구설에 휘말리지 않고 묵묵히 우리 길을 가면 그뿐입니다. 물론 회사차원에서는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겠지만! 없는 말도 만들어내는 세상입니다. 진심도 오해를 피할 순 없습니다. 다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사장


글쓴이 :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 사장 구주모

IP : 116.44.xxx.8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아...
    '17.5.12 4:54 PM (211.201.xxx.173)

    긴글이 한 눈에 쏙 들어오네요. 문재인 대통령님은 또
    눈 굽벅굽벅 하면서 말 우물우물 하면서 일 시키신건지...
    어떻게 사람보는 눈까지 이렇게 탁월하시냐고요~~~~

  • 2. 관대한고양이
    '17.5.12 5:05 PM (183.96.xxx.221) - 삭제된댓글

    정독했어요..

  • 3. 경남에도 이런분 있는게 놀라움
    '17.5.12 5:15 PM (175.213.xxx.182)

    근데 이 말,
    "뿌리 깊은 유교문화는 인간과 인간이 다층적인 차원에서 끈적끈적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합니다. 이는 서구식 합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이건 갱상도 지방의 우리가 남이가 ?라는 지역주의 문화를 말하는것 같은데 이건 세상 어디에나 다 있는 지역주의 문화 넓게 나아가자면 내셔널리즘과 같은것으로 지방문화의 공통된 특성이지 유교문화와는 상관없는듯. 아마도 모르긴 몰라도 네팔이나 무슬림의 파키스탄같은 나라가 더 심할듯.

  • 4. 봄날
    '17.5.12 5:21 PM (210.218.xxx.62)

    와.. 명문이네요. 문재인 지지자들은.. 이렇게 생각이 바른 분들이 많다는거에 또다시 감동 받으면서..

    저는 이 부분이 아프게 다가오네요.

    //그래서 잘 난 사람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정서도 생기고, 행색은 소시민이지만 정치의식은 거대 담론을 지향하는 경향도 강하고... 한 마디로 복잡합니다.//

    너무나 탁월한 분석이면서...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이런 부분이 해소될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있어야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미국도 가난한 사람들이 공화당 지지자가 더 많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면서.... 말마따나.. 진짜.. 복잡합니다.~

  • 5. ..
    '17.5.12 5:33 PM (180.229.xxx.230)

    전쟁이 끝나면 전우는 뭉치지만
    혁명이 끝나면 동지는 서로를 배신한다 ㅜ

  • 6. ㅁㅁ
    '17.5.12 6:05 PM (58.179.xxx.1)

    세상에 훌륭한 분이 많으시네요.

  • 7. phua
    '17.5.12 7:39 PM (175.117.xxx.62)

    전쟁이 끝나면 전우는 뭉치지만
    혁명이 끝나면 동지는 서로를 배신한다 ㅜ

  • 8. ㅇㅇ
    '17.5.12 7:43 PM (220.77.xxx.11) - 삭제된댓글

    세상에~~ 이런 훌륭한 언론인이 경남에 있었단 말인가요?
    경남일보 구독 해야겠어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9807 남3여3 여행글 2 ??? 2017/05/20 2,257
689806 대학교 축제 가수섭외 10 gg 2017/05/20 2,499
689805 새신발인데, 발 꺾이는 부분이 아파요 3 신발 2017/05/20 4,969
689804 옛 동네 친구의 눈물 4 인연 2017/05/20 3,094
689803 검사되려면 어떻게해야하나요? 6 검사 2017/05/20 3,194
689802 언제쯤되면 자식이 좀 덜 예뻐지나요? 14 엄마 2017/05/20 6,321
689801 올해도 자위대 창설 ㅇㅇ 2017/05/20 547
689800 노통때 사람들이 문님 곁에 고스란히 많아요 17 가만보면 2017/05/20 4,287
689799 우수하지 않아도 양질의 일자리 모두 갖고 잘 사는 사회는 불가능.. 1 2017/05/20 1,202
689798 저희 남편의 행동이 이해되나요 39 속터져요 2017/05/20 12,046
689797 시누이 노릇은 죽기전까지 하는건가봐요.. 13 ... 2017/05/20 5,250
689796 내용 없음 14 .. 2017/05/20 3,150
689795 우리나라엔 토론문화는 절대 정착하지 못하겠어요. 22 ... 2017/05/20 2,858
689794 스타벅스 텀블러 용량 질문 1 .. 2017/05/20 2,074
689793 끝까지 감동 5·18기념식서 대통령과 입장한 사람들 정체 3 고딩맘 2017/05/20 2,189
689792 제발,,,,,,비교과를 없애야 합니다!! 13 ..... 2017/05/20 2,722
689791 그런데 문대통령이란 표현은 예의없어보이네요. 49 ㅁㅁ 2017/05/20 4,295
689790 속에서 신물나오는건 왜그러는 걸까요? 7 ... 2017/05/20 1,649
689789 명바기는 언제 감옥가나요? 7 그나저나 2017/05/20 1,380
689788 광주학살의 가해자... 9 Dd 2017/05/20 1,761
689787 중딩 중간 기말고사 폐지 찬성하시나요 17 ㅇㅇ 2017/05/20 3,156
689786 애국가 나오니까 두 발로 서는 러시아 고양이 3 흠냐 2017/05/20 1,769
689785 도람푸 그네찡 닮아도 넘 닮은 두사람 1 .... 2017/05/20 542
689784 정규직 전환에 대해 궁금한것 질문좀요 빠리빠링 2017/05/20 632
689783 등하원 도우미 구하는데 조건이 적당한지 좀 봐주세요 5 홍이 2017/05/20 3,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