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께 단 한가지만을 주문한다.
지난 9년간 딱 두 번의 태극기를 하늘 높이 달아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가슴이 조마조마 하다 헌재소장의 맑고 낭랑한 목소리로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는 선언이 떨어지자마자 8년 반 만에 처음으로 태극기를 꺼내 대문 앞에 하늘높이 걸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그치고 맑은 햇살이 내리비치자 9년 만에 두 번째로 태극기를 꺼내 다시 하늘높이 내 걸었습니다.
“촛불”이 필요 없는 정치를 하시라!
지난 이명박-박근혜 9년의 상식을 초월하는 난정과 독재에 저항하고 항의하는 모든 뜻과 행동을 함축한 단 한마디가 바로 “촛불”이었다.
물론 경축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때로는 촛불을 켜 들고 경축을 해야겠지만 그런 촛불이 아닌 문재인의 정치에 항의하고 저항을 하기 위해 다시 시민들이 촛불을 켜 들어야 할 일이 없도록 정치를 하시라!
다시 생각하기도 역겨운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쫓겨나고 3년 동안 팽목항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물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자 강원도 하늘에 찬연히 떠올랐던 노란리본이 하늘의 뜻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봄 가뭄이 내리 이어져 대지와 산천초목이 바싹 말라들어 동해안 강릉주변의 산을 몽땅 잿더미로 만들더니, 지긋지긋한 9년을 마감하고 문재인대통령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감격적인 5월 9일 밤 촉촉한 봄비가 대지를 적셔 주었고 날이 밝자 해맑은 햇살이 내리쬐었으니, 이 또한 어찌 우연일 수가 있으랴!
거두절미하고 축약해서
1. 김대중 - 노무현의 잘했던 점을 더욱 가다듬어 한 단계 더 성숙된 정치를 하시라!
2. 이명박 - 박근혜를 반면교사로 삼아, 그들이 했던 것과 정 반대로 하시라!
3. 그렇게만 하면 국민들이 다시 촛불 켜 들고 밤거리를 헤매는 일이 없을 것이고, 모든 국경일 날 온 국민이 흔쾌한 기분으로 태극기를 내 걸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만 하면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물러나고 나서 노무현이 반바지 차림에 물 텀벙 대며 모내기를 했듯이 우리 역사상 2번째로 퇴임 뒤 경호원이 필요 없는 전임대통령이 되실 수 있습니다.
5년 뒤 허름한 노인정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막걸리 잔 같이 비우십시다.
왜 이렇게 눈자위가 시큰거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