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당신이 더욱 그립습니다.
김근태!
천사의 환생 같은 분이셨습니다.
독재와 불의에는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게 맞섰고,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천사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김근태가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독재에 기꺼이 목숨을 내던지며 맞섰던 민주화투쟁을 어찌 제한된 지면에 어설픈 필설로 다 열거할 수 있겠습니까.
부러질지언정 휘지는 않았습니다.
악마와 사탄도 김근태의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 고개를 절로 숙일 그런 자애로운 표정이었습니다.
오늘은 5천만이 기쁜 날입니다.(박근혜 하나 빼고)
지난 9년 동안 수천만의 국민이 어두운 밤에 촛불 켜들고 경찰에 이리 쫒기고 저리 쫒기고 차벽에 틀어 막히고 개 끌리듯 끌려 닭장차로 줄줄이 연행 되면서도 줄기차게 저잣거리를 헤매며 촛불을 켜 들어 드디어 오늘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내 쫒았습니다.
이정미 헌재소장대행의 탄핵결정문을 낭독하는 22분간 심장이 멎는 듯 했습니다.
22분간 숨을 쉬었는지 안 쉬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70평생에 오늘 오전같이 지루하고, 22분같이 긴장이 되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앞으로 펼쳐질 일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습니다.
온갖 도토리들이 까치발 서며 내 키가 더 크다고 키 재기를 하고 있는 꼴을 보노라면 저것들을 청와대로 들여보내기 위해서 그 고통과 고난을 격어야 했는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스스로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47년생으로 지금 생존해 있다면 우리나이로 71세가 되니 일국을 경영하기에는 늙지도 젊지도 않은 아주 딱 알맞은 나이입니다.
김근태님이시여!
왜 그렇게 빨리 가셨습니까?
하기는 악마보다도 더 독한 정보부와 경찰에게 그런 혹독한 고문을 받고도 그만큼 사신 것도 오래 사신 것입니다.
독재정권은 독재 그 자체도 나쁘지만, 이런 국가의 동량과 인재들을 사장시킨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따뜻한 봄 되면 님께서 잠 들어계신 마석모란공원 묘지를 찾아 절 두 번 올리고 꽃 한 송이 바치오리다.
당신이 해맑게 웃는 모습 다시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오늘따라 당신이 더욱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