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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돌아가시기 전에 하고 싶었던 말씀이 ......

잊혀지질않아요 조회수 : 4,251
작성일 : 2017-03-08 11:48:50
이맘때 쯤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 !

3월 어느날 감기가 떨어지질 않는다고  가벼운 차림으로 목욕탕 까지 들러서 목욕제계 하시고 깔끔한 모습으로 병원에 검사 받으러 들어가셨던 아버지. 몇일 입원하면서 검사는 계속 되었고 단순한 감기가 아닌 폐암이라는 선고가 나왔지요.
선고가 나오자마자 식구들 누구라 할것 없이 가족회의를 해 볼 겨를없이 한 의사의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쫒아 곧장 키모테라피에 들어간 아버지.

항암치료가 참 무섭다는것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의식없이 내내 중환자실에 계셨으니까요.
병원 들어갔던 날 이후로 단 한번도 한차례의 의식도 차릴 겨를 없이 
눈을 떠서 아내인 엄마나 자식들과 말 한마디 못나눈 채 입원 한달여 만에 홀연히 아버지는 떠났습니다.

첫해, 그리고 다음 해...... 해가 바뀌어도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시리곤 했지요. 
어려서부터 막내딸로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기도 했지만
강압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로 자식들에게는 순종만을 강요하시던 아버지에게 맞서 늘 반기를 들곤 했던 
그래서 아버지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기도 했던 유일한 자식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더러는 밥먹다가도 때로는 잠을 자다가도 아버지 생각이 나서 소리없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했으며
한번은 미국 애리조나 주에 여행 갔을때 원주민 마을을 지나다가 아버지와 옆모습이 너무도 닮은 원주민 할아버지를 멀치감치 거리를 두고 한 50여 미터 따라간적도 있습니다.

정말 세월이 약이라고..... 아버지 생각이 점차 엷어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늘 머릿속에 돌아가시기 하루 전날의 장면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당시 간병인으로 있었던 사람이 60대 조선족 아주머니였는데  
모든 말이 돈으로 시작해서 결론은 돈으로 끝나는~ 방문한 자식들 앞에서는 늘 웃고 친절했지만
다른 보호자들이나 간호사 말에 따르면 '식구들이 돌아가면 잠만 자고 다른 병실 마실다니며 수다떠는것이 전부'라는 겉과 속이 다른 간병인이라고 듣고나니 사람을 당장 바꾸고 싶어졌지요.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간병인이 바꿔지는것에  심적으로 불편해 하실것 같아 마침한 사람을 구할 때 까지 3일간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간병인 행동이 진절머리를 칠 정도로 가관이어서
어느날 보너스까지 챙겨주며 집에 가서 하루 푹 쉬다 오라고 보냈습니다. 

한웅큼씩 빠지는 머리도 빗겨드리고 손 발톱도 정리해 드리고 무엇보다 난생 처음 해보는 노인이자 환자가 된 아버지의 기저귀도 갈면서 24시간을 같이 지냈습니다. 그 와중에도 청력이 혹 있으실지도 몰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좋았던것 부터 자식으로서 섭섭했던것 아버지가 엄마에게 잘못한것 까지 이런저런 속 이야기를 하다 말고 이렇게 귀에다 여쭸습니다.

'아버지 제 말 들리면 이렇게 손을 좀 쥐어보세요~' 

놀랍게도 아버지에게서 반응이 있었고 크지는 않았지만 신음 소리같은 것도 났습니다.
더 더욱 놀라운 것은 뭔가 말하시고 싶은게 있으셨던지 입을 달싹달싹 움직이고 있었지요.
귀를 바짝 대었지만 한마디도 알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미 코와 입에는 튜브가 연결되어 있었고    
입 주변에는 튜브를 고정시키는 반창고가 단단히 붙여 있었지요. 

'뭐라고 하셨어요? 다시 말씀해 보세요' 알아들어보려 애를 써봤지만
몇번을 시도하시는듯 싶다가 이내 그만 두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회혼례를 앞둔 아내와 자식들 여럿 있었지만 누구도 임종을 지키지 못했고
불행하게도 떠나실 때는 간병인의 손을 힘주어 꽉 쥐셨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 것일까~
아버지는 당신이 그런 상황인줄 인지나 하고 있으셨을까? 
목숨이 꺼져가는 순간에 하고 싶은 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에 무슨 말을 하면서 생을 마감하게 될까 .......

이맘때가 되고 보니 문득 아버지 생각이 들어서 주절주절 써봤습니다.
ㅡㅡ



IP : 69.201.xxx.29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17.3.8 11:51 AM (180.230.xxx.161)

    마음이 아려오네요..
    마지막 그 한마디..털어놓고 가셨으면 좋았으련만..ㅠㅠ
    이제는 아버님께서 그저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 2. 우리 딸
    '17.3.8 11:53 AM (124.53.xxx.190)

    사랑하고 미안하다고
    행복하게 잘 살으란 말씀아니셨을까요?? ㅠ
    저와 상황이 매우 비슷해서 눈물이 핑돌았어요.
    편히 쉬시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 3. ......
    '17.3.8 11:55 AM (116.41.xxx.227) - 삭제된댓글

    어려서부터 막내딸로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강압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로 자식들에게 순종만을 가르치시던 아버지에게 맞서 늘 반기를 들곤 했던

    그래서 아버지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히기도 했던 유일한 자식이기도 했습니다.

    --> 저도 그런 자식이에요. 아버지 건강하신 지금은 보기만해도 화가 치밀고 무슨 얘기를 해도 다 짜증나고 어떤 때는 아버지의 존재 자체가 버겁기까지한데 저도 원글님처럼 돌아가시고 나면 그립고 후회되고 그러려나요....

  • 4. 고딩맘
    '17.3.8 11:56 AM (183.96.xxx.241)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였을거예요 딸과 같이 보냈던 24시간의 소중한 추억 가지고 좋은 곳에 가셨을거예요 힘내세요

  • 5.
    '17.3.8 12:02 PM (221.154.xxx.47)

    저도 그런 딸이었는데 마지막 말씀도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었어요 이제 6개월 됐는데도 귀에 생생해요
    앞으로도 괴로울 것 같아요

  • 6. **
    '17.3.8 12:04 PM (211.227.xxx.76)

    50대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벌써 24년이 지났네요. 지금까지 생존해계셨으면 78세신대 어떤모습일까 궁금해요. 식당에서 식사하시는 노인분들 뵐때마다 우리 아버지 모습이 저럴까 생각하며 떠올리면 눈물이 흘러요. 잘 계시계죠. 우리 아버지들요..

  • 7. ㅠㅠㅠ
    '17.3.8 12:05 PM (121.128.xxx.130)

    그래도 그날의 기억이 원글님에게 아버지와의
    잊지 못할 하루였네요.
    저도 아마 "우리 딸~ 고맙고 사랑한다 였을 것 같아요."
    왜 님 글 읽으니 우리 애들이 생각나고 눈물이 나네요.ㅠㅠ
    원글님~
    아버지는 그렇게 가시고 오늘 까지도 원글님 마음 속에 계시잖아요.
    늘, 언제나 마음 속에 함께 하는 아버지가 계시니 힘내세요!!!

  • 8.
    '17.3.8 12:08 PM (223.38.xxx.149) - 삭제된댓글

    위로를 드립니다.

    저희 아버지는 8년전에 쓰러져서 이젠 누워서 온갖 튜브 다 달고 하루하루 연명중이세요. 정신은 멀쩡하신데 목을 절개해서 말을 하셔도 이제 잘 못알아들어요. 1년전에는 글씨라도 쓰셨는데 이젠 펜을 잘 못 잡으셔서 정말 답답할때가 많아요.

    그래도 님 아버지는 오래 고생 안하셨으니... 그거 하나로도 위안 받으시길 ㅠㅠ 하늘에서는 아픔없이 행복하실거예요.

  • 9. ㅇㅇ
    '17.3.8 12:15 PM (112.218.xxx.220) - 삭제된댓글

    저도 아빠가 암투병하시다가 갑자기 안좋아지셔서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며칠전부터 절 못알아보셨어요...
    의식이 있다가 없다가 하시고 의사가 옆에 있는 저를 가리키면서 이 사람 누구인지 아냐고 하는데
    간병인인가? 하시더라구요.
    몇년 전 일이지만 저도 늘 궁금했어요.
    아빠의 기억속에 남은 내 마지막 모습은 언제일까.
    정신이 온전하실때 준비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아빠가 그렇게 예뻐했던 딸래미한테 무슨 말이라도 하셨을텐데... 아쉽고 또 아쉽네요.

  • 10. 잊혀지질않아요
    '17.3.8 12:18 PM (69.201.xxx.29)

    그냥 막연히 상상해보기엔 우리 아버지는 엄마는 물론 자식들 누구에게도 '사랑한다'이런 말씀 입 밖으로 내보신적 없으시다보니 댓글 말씀대로 그런 말씀을 하셨을리는 만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로지 아버지 하나만 바라보고 산 엄마 만한 분이 어디 있냐고 했을때마다 '열 효자보다 악처가 낫긴 나은 법이지'라는 말로 돌려하셔서 엄마에게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 섭섭함으로 남아있지요. 늘 엄한 모습이어서 평소 따뜻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 엄마에게 해보시라고 하면 그런 말을 하는것은 '사내답지 못한 처신'이라고 잘라 버리시던...... 그런 따끈한 추억이 없다보니 많이 아쉽네요.

  • 11. ==
    '17.3.8 12:20 PM (220.118.xxx.135)

    제 얘기인 줄 알았어요. 가부장적이고 고압적인 아버지였지만 그래도 막내딸인 제게는 가끔 서툴게나마 애정도 표현하셨던 아버지.
    일흔 넘기시자마자 그 건강하시던 분이 덜컥 암 선고 받고 6개월만에 돌아가셨지요. 제 아버지 기일도 다음달이라 봄꽃 날리면
    유난히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납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새벽에 전화를 주신 걸 아침이 되어야 발견했는데 알았을 때는 이미 의식이
    없어지신 터라 결국 무슨 말씀을 하시려던 건지 끝내 알 수 없이 지나가버렸네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한달되지마자 또 다른
    존경하는 분이 세상을 떠나 2009년 4월은 정말 돌이키고 싶지 않은 가슴아픈 잔인한 4월이었습니다.
    저도 무척이나 아버지 미워하던 딸이었는데, 차라리 엄마보다 먼저 가시라고 내심 빌던 딸이었는데, 막상 떠나시고 나니
    아버지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무너집니다. 아버지 미워하시는 분 계시다면, 조금만 덜 미워하시길.

  • 12. 하유니
    '17.3.8 12:21 PM (182.226.xxx.200)

    오늘이 아버지 가신 지 한달되는 날이에요 저도 오늘 새벽에 막 울었어요
    이불로 틀어막고 끅끅 거리며
    한달 되니까 아버지 간 그 시간이 되니까 오열하게 되더라고요
    아버지 하고 연은 이 정도구나 싶고 난 아버지 많이 닮았으니 잘 살고 가면 나중에 칭찬하시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 13. 푸른심장™
    '17.3.8 12:33 PM (110.10.xxx.213)

    1년전 오늘 저희 아버지 출상이였지요.
    위암선고 받으시고 항암하시던중 영양제 맞고 몸 좀 추스르자고 멀쩡히 입원하셨는데
    3주만에 돌아가셨어요.
    저도 아버지께 애증이 많은 사람이라 돌아가시면 그냥 저냥 지낼줄 알았는데
    너무너무 보고싶네요.
    투병하시면서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이 있는데 저도 엄마도 결국 못알아들었어요.
    아버지가 애써 말하려 하셨는데...결국 못알아 들었지만
    무슨 얘기를 하시려 했는지 알것 같아요.
    아마도 엄마를 잘 보살피란 말씀이셨던듯....

  • 14. 원글님
    '17.3.8 12:45 PM (211.203.xxx.83)

    원글님 글을보니. 돌아가신 엄마생각이 또 나네요ㅠ
    저희엄마도 암으로 돌아가신지 3년.. 첫애 낳기한달전 돌아가셨는데.. 저역시 무뚝뚝한 막내딸인지라 하고싶은말을
    다 못했네요. 저희는 다행히 임종은 다 지켰는데 .. 가족들이 우니까 엄마도 눈물을 흘리시더라구요..
    문득문득 생각나고보고싶어요.

  • 15. ...
    '17.3.8 1:17 PM (211.208.xxx.105)

    너무 슬프네요ㅠ

    이런 글 읽으면 항암치료 받지말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유언도 남기고 가족들 지인들과 작별인사도 하고 자기 주변 정리하고 떠나는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가실거라면 말이죠.
    고생은 고생대로 하시고 비싼 병원비에, 가족들에게 작별인사 한마디 못하고 가신게 서럽네요.
    가족들 입장에선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해보고 싶은게 인지상정이겠지만 가망 없는거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거 같아요.

  • 16. 쓸개코
    '17.3.8 1:23 PM (119.193.xxx.192)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기 이틀 전이 생각납니다.
    의식은 거의 없으셨고 모든수치가 제로를 향해가고 있었지요..
    임종을 하러 작은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갔어요.
    아버지도 본인이 마지막임을 느끼셨나봐요.
    작은아버지께서 마지막 말씀을 하셨어요.
    '형님 우리집안은 단명하는 편인데 형님은 80세를 사셨으니 집안에서 제일 장수하신거라고.
    모든걱정 다 두고 편안히 가시라고..
    나도 얼마 멀지 않았으니 가서 아버님, 어머님 만나고 있으라고. 나중에 마중나오라고'
    그말씀 드리니 갑자기 어디서 힘이 나셨는지 손을 드시는거예요..ㅜㅜ
    그러더니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입을 달싹달싹 하시더군요.
    유언남기고싶으신 거였죠..ㅜㅜ
    다 눈물바다가 되었어요..ㅜㅜ
    그리고 마지막 돌아가시던 날.. 병원에서 심상치 않다고 빨리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동생이 먼저 도착을 했고 저는 가는도중이었는데 심박수나 혈압이 거의 죽어가던 중..
    동생이 언니 조금있으면 온다고 언니보고 가시라니까 다시 수치들이 올라가더랍니다.
    제가 도착을 했고 귀에 대고 감사하다는 말, 고마웠다는 말 이런저런 말씀 해드리는데
    막내가 도착을 안하는겁니다.
    다시 수치들이 막 떨어지길래 안되겠다 싶어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귀에 대고 마지막 말씀 드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수치들이 올라가는 거예요..ㅜㅜ
    그리고 한 삼십분 정도 뒤에 임종하셨어요.
    우리 잘생긴 아버지 영정사진 화장대에 두고 매일 봅니다.

  • 17. 잊혀지질않아요
    '17.3.8 1:30 PM (69.201.xxx.29)

    아버지의 무게가 크기가 얼만큼 자리했는지 왜 살아계실땐 느끼질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애정과 애증의 교착관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구요.

    돌아가신 뒤로 가장 아쉽게 생각되는 것은 '항암치료' 시작이 당사자이셨던 아버지의 생각이나 결정이 아니었다는 것 입니다. 인지가 있고 판단이 가능한 분들은 적어도 항암치료의 치명적인 단점과 장점을 알게 하고 생각할 시간적인 여유는 있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특히나, 연세가 있는 분들에게 무조건 항암 시작부터 하고 보자는 결정은 의료진 이전에 한 인간의 도의적인 면에서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댓글에서 보이는 오래 병상에 계신 분이나 돌아가신 뒤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계신 분들께 마음의 위로를 보냅니다.

  • 18. 쓸개코
    '17.3.8 1:35 PM (119.193.xxx.192)

    원글님 아버님은 인지가 떨어지셨던 분도 아니라 더 황망하셨겠습니다.
    치료 신중해야죠..
    저희도 심폐소생술, 개복수술 모두 포기햇었답니다.. 더이상 고통스럽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 19. 잊혀지질않아요
    '17.3.8 1:52 PM (69.201.xxx.29)

    쓸개코 님 글 읽는데 마치 그때 당시를 보신 분이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그날의 기억이 투영이 되는것 같네요. 제가 당시에 혼잣말로 참 많은 이야기를 했던것 같아요. 아버지랑 단둘이 있는 시간이 그전에는 주어지지 않았기에~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몰라 그때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신부님 앞에서 했던 고해성사와는 차원이 다른 '고해성사'를 본 느낌이 들기까지 했어요.
    잘했던 말이 하나 있었다면......
    '아버지가 그렇게 뵙고 싶어 하시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보이시거든 행여, 손짓하시거든 뒤돌아 보려 하지 마시고 엄마는 저희가 잘 모실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가시라'고도 했었네요.ㅠㅠ

    떠나실때 왜 하필 그 못된 간병인 손을 오래도록 꼭 힘주어 잡다가 가셨는지 별게 다 원망스러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마도 그게 아버지의 '마지막 당부'가 아니었을까 유추해보곤 합니다. 말씀 대신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잡았을 그 손에 다 전하고 싶어하셨던것 같습니다. 어쩌면 간병인 손을 딸래미인 제 손으로 생각하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 20. 쓸개코
    '17.3.8 2:01 PM (119.193.xxx.192)

    원글님 그러셨을 수도 있어요. 따님부를 기력은 없으시고.. 손으로 의지를 나타내신걸겁니다.
    말씀하신거 다 들으셧을거예요. 마지막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열려있는게 청력이랍니다.
    대형병원에서 모든 수술, 조치 포기하고 노인병원으로 옮기면서 현관앞에 구급대에 누워 갑자기 눈뜨시고
    하늘 쳐다보신것도 생각납니다. 그게 생전 마지막 하늘보신거였어요.
    제가 죽을때도 울 아버지가 데리러 오셧으면 좋겠어요. 보고싶네요.

  • 21. 잊혀지질않아요
    '17.3.8 2:19 PM (69.201.xxx.29)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놓은 그 다음날 운명하셨기 때문에 아버지를 서둘러 가시게 한 것 아니었을까 하는 죄책감 같은것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어요. 현실적이지 않았더라도 '어서 일어나셔서 건강을 찾아야지 않으시겠나' 하는 말씀을 드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하지만 오늘 끄적이는대로 쓴 주절거림을 통해 쓸개코 님의 댓글을 보면서 뭐랄까 ...... 누구로 부터도 받지 못했던 위로가 되어 주셨습니다. 넉넉한 마음씀씀이에 다시한번 고맙게 생각하구요. 돌아가신 아버님이 본 마지막 하늘이 시원하고 아름다운 하늘로 오래 기억되셨었기를 바래봅니다.

  • 22. 쓸개코
    '17.3.8 2:25 PM (119.193.xxx.192)

    아닙니다. 그렇게라도 말씀많이 못드렸으면 더 한이 되었을거예요. 잘하셨어요.
    조금 웃긴얘기 해드릴까요 ㅎ
    구정때 성묘를 갔는데요 엄마는 다리가 아파 못오시고 자식들만 갔어요.
    인사드리고 생전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트롯트곡 틀어놓고 젊은여자 둘이 다소곳이 앉아있는데
    조금 웃겼어요.
    갈때도 우리는 꼭 소리내서 인사하고 옵니다. '아빠 갈게요~'
    그래도 원글님 아버님은 편찮으신 모습보다 건강하신 모습으로 더 기억에 많이 남아있겠네요.
    울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몇년동안 많이 편찮으셔서.. 꿈에서도 환자의 모습으로 나오시더군요..ㅜㅡ
    댓글을 좀 많이 달았네요;
    원글님 힘내세요!

  • 23. Qqq
    '17.3.8 2:46 PM (61.101.xxx.142)

    눈물나네요
    힘내세요

  • 24. 아이린72
    '17.3.8 4:55 PM (168.188.xxx.133)

    작년 가을에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또 눈물나네요
    날이 참 좋았는데 이렇게 날 좋은날 더 보시고 가시지 ..
    엄마 내가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꼭 내 딸로 태어나주세요

  • 25. 회사
    '17.3.8 6:23 PM (106.240.xxx.2)

    4년전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랑 상황이 너무 비슷하시네요.
    감기인가해서 갔더니 폐암, 진단받고 한달반만에 돌아가셨어요.
    원글이며 댓글이며 차근차근 더 읽어보고싶은데 눈물 나서 못 읽겠어요.
    가슴이 너무 아파요.
    회사라 사람들 눈치보여 울지도 못하겠고......
    나중에 천천히 댓글달게요~

  • 26. ㅇㅇ
    '17.3.8 9:59 PM (219.250.xxx.94)

    눈물나네요.

  • 27. 잊혀지질않아요
    '17.3.9 12:35 AM (69.201.xxx.29)

    장황하게 주절주절 쓰다보니 감상적으로 선회한 감이 없지않아 있네요. 다만,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 때 하는 말들이 뭣이었을지 그게 궁금했던 것인데 막상 슬퍼하시는 댓글들 보려니 마음이 그렇네요. 누구라 할것 없이 모두가 다른 상황에서 부모를 떠나보내고 힘들어 하시는 분들에게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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