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 특별히 승승장구 잘살진 않았어도 대학졸업하고 일찍 취업도 하고
나름 대기업 비스무레한 곳, 이직도 별로 없이 딱 두군데 오래 다니고 일도 인정받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좋아하고.
그랬던 삶이 최근 몇년사이 너무 많이 바뀌어 버렸네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둘 낳았고 불황에 권고사직을 했고. 퇴직금에 위로금까지 두둑히 챙겼건만.
늦은 나이에 가진것 없는 남자 만나 핑크빛 미래만 보고 결혼을 했더랬죠.
나의 실직 무렵 남편도 실직을 했고 둘다 분야는 문화예술 계통.
퇴직금에 대출까지 다 털어서 식당창업을 했고 2년도 안되어 말 그대로 쫄딱 망했어요.
회사 다닐때는 대출한도 빵빵하게 여기저기서 대출하라고 하더니,,
그게 독약인 것을. 퇴직후 자영업 1년만에 대출만기 다가오니 대출한도가 갑자기 확 줄고
자영업은 몰락의 길로.....몇년만에 빈털털이 빚쟁이로 인생이 몰락하네요.
뭐 그런건 힘들지만 그래도 견딜수 있어요...... 그런데,
작년에 가족들의 죽음이 너무 많이 있었네요.
어릴적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가 이맘때쯤 노환으로 떠나시고, 벚꽃피는 5월 오니 함께 할머니 장례를 치렀던
아머지가 암투병중이셨는데 떠나셨죠. 그리고 다음달, 남동생의 올케가 유방암 투병중이었는데 저 세상으로 갔어요.
제가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던 친동생같은 올케였는데요.
지금도 가끔 '형님~ 뭐하세요?'하고 전화가 걸려 올것 같은데.
남동생네는 아직 어린 아이가 둘인데, 이제 갓 초등학생이랑 유치원생. 그 아이들을 두고
마지막까지 눈을 감지 못하던 올케 생각이 문득문득 나요.
임종이 다가왔다는 소식에 친정시댁 가족 모두 다 모여서 옆을 지켰더랬죠.
큰아이 이름을 부르며 마지막 숨을 놓지 못하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나도 이런데 하물며 남동생은, 그 아이들은 어떨까요. 같은 나이 아이를 키우는지라 더 맘이 아팠어요.
할머니, 아버지야...슬프지만 그래도 연세가 있으시니까..이별을 받아들일수 있지만
젊디 젊은 꽃같은 서른 초반에 떠난 올케는 마음이 너무 아파요.
주말마다 추모공원에 엄마를 만나러 가는 조카가 얼마전엔 지 아빠한테 그랬다고 해요.
찾아가봤자 말한마디 못하는 엄마한테 가서 뭐하냐고.
이제 모두가 떠난 이 봄이 오면 어찌 견뎌야 할까요...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몇년만에 쫄딱 망하고 빈털털이가 된 내 인생이 그닥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상한 말같지만 돈이 있고 없는 것. 그런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것 같아요.
누구나 오늘의 밥 한끼를 먹으며 이 생을 살다가 언젠가는 떠난다는 것을 알았다고나 할까요.
오늘 햇빛이 너무 좋으니, 봄바람이 살랑 불어오니, 떠난 사람 모두가 보고싶어졌어요.
어찌 견딜까요. 다들 이런 일들을 견디며 사는 거겠지요.
어른의 삶은 생과 죽음을 알아가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인가 봐요.
오늘 엄마랑 통화하다가....나도 보고 싶다고, 모두가 함께 모여 삼겹살을 굽고 술한잔을 함께 하던
그때가 그립다고..차마 말하지 못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하면 엄마가 더 슬플까봐.
그래서 여기다 익명의 힘을 빌어 써봐요.
나도...모두가...여기에 살았던...그때가 그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