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세월호에 대한 두 친구의 대화
2017.01.09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오늘로 1,000일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며 박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퇴진을 요구합니다. 국회는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세월호 사고를 적시하고, 특검과 청문회는 대통령의 7시간을 규명하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 천 일을 맞은 오늘, 세월호 사고에 대해 냉철하고 객관적이며, 균형 잡힌 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 사이트에서 발견한 세월호 사고에 대해 판이한 시각을 가진 두 사람의 대화를 여기에 소개하오니 이해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 또한 이 대화의 일방의 한 사람과 처한 상황도 비슷하고 세월호 사고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일치하여 제 생각을 전달하는데 좋은 글이라 생각하여 여러분들도 일독하기를 권합니다.
<2005년 겨울, 어느 Bar에서 운동권 대학 동창과의 대화>
"넌 그 아이들이 안 불쌍해?"
"불쌍하지."
"근데 왜 말을 그렇게 해?"
"뭘?"
"사람이 죽었어. 그것도 억울하게."
"뭐가 억울한데?"
"뭐???"
"사람은 누구나 죽어."
"하... 너 진짜 수구꼴통 맞구나. 정부가 구조를 똑바로 못해서..."
"삼풍 백화점 기억하냐?"
".....어."
"그 때 몇명 죽었는지 알아?"
"........"
"501명."
".........."
"부상자만 1000명 가까이 나왔고 그냥 건물이 무너진 것뿐인데 실종자가 6명이나 생긴 최악의 참사였지."
"...근데."
"너 그때도 이랬냐? 삼풍을 잊지 말자고?"
"아니 그때야 우리가 너무 어렸고..."
"지금 광화문에는 중학생도 나와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어,"
"....."
"너 그 동영상 보여주면서 멋있다고 나도 아이 이렇게 키울 거라고 했잖아."
"........."
"그땐 어렸으니까 몰랐다? 그럼 지금은 어때?"
"...안타깝지."
"그래. 모든 죽음은 안타까운 거야."
"하지만 이 아이들은 구조될 수 있었는데 구조를 못한..."
"대구 지하철 참사 때는?"
"....!"
"그 사람들이 계단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선로로 내려오기만 했어도 모두 살 수 있었어."
".....그렇지."
"그게 13년 전 일이야."
"......"
"니가 그렇게 존경해 마지않는 노무현 정부 때 일이라고."
"........"
"노무현 재임 즉시니까 책임 없다? 그럼 김대중 정부 탓이네."
"에이 그걸 꼭 그렇게..."
"니들 지금 세월호는 박근혜 7시간 때문이라며."
"그건 경우가 다르잖아. 사고가 났는데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고 제대로 조치를 안 한...."
"김대중은 연평해전 바로 다음날 일본에 가서 축구를 봤어."
"......"
“TV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고. 자국에서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데."
".........."
"대구 지하철 참사 때는 192명이 죽었어."
"...알아."
"그 이후로 뭐가 달라졌냐 지금? 이 나라가?"
"...없지."
"그래 없어. 그래서 문제라는거지. 그게 지금 제일 슬퍼해야 하는 일 아닌가?"
"........"
"세월호 사고로 죽은 애들이 불쌍해? 난 니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갔었지만 니가 지금처럼 애통해하는 건 본 적이 없는데."
"..........................."
"여기 독감에 걸린 아이가 있다."
"....뭔........"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공사장에서 낙상하여 유명을 달리했지. 아이의 엄마는 병원에 갈 돈이 없어 동네 할머니들의 도움으로 겨우 집에서 아이를 낳았어. 하지만 그뿐이었다."
"...."
"아이 엄마는 돈이 없어 아이에게 꼭 필요한 접종을 하나도 할 수 없었어.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도 허다해서 어쩌다 젖조차 안 나오는 날이면 밤새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야 했지."
"...."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독감에 걸려버렸다. 백신을 맞지 못한 게 화근이었던 거야. 고작 10달 짜리 아이는 삼일 밤낮을 펄펄 끓는 열과 싸웠지만 결국 이겨낼 수 없었어.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떴다."
"...."
"삼일 째 아침 앞집 할머니가 그 집을 찾았을 때, 아이 엄마는 차갑게 굳어버린 아이의 시신을 안고 계속해서 젖을 물리려고만 하고 있었어. '아이가 젖을 안 먹어요. 왜 이러지...왜 이러지...' 아이 엄마는 정신이 나가버린 상황이었지. 충격으로 미쳐버린 거야."
"...야 그만하자."
"너는 이런 죽음이 대한민국 안에서만 몇 건이나 될 거라고 생각하냐?"
"........."
"지금 니가 쓸모없이 술을 처마시고 있는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계속 죽고 있어."
"....."
"너는 그 모든 죽음에 대해 1분 1초 매일 기도하고 살고 있나?"
"........."
"매일매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추모하며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건가 지금처럼 흥분하고 있었나?
지난 일주일동안 니가 한 일이라곤 회사를 가고 야근을 하고 축구를 보고 잠을 자고 처먹고 술을 마신게 전부 아냐?"
"...그만하자고."
"아이들의 죽음을 이용해서 너의 그 알량한 동정심을 과시하려고 하지 마."
"너 말 다했냐? 난 그런 게 아니라 대통령이..."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으며 안타깝지 않은 사고가 어디 있다고 이 지랄 맞은 일에만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냐고."
"......"
"사고는 선장과 선원들이 냈고 대응은 진도 VTS랑 목포 해경이 개병신처럼 했는데, 선장이라는 새끼가 승객들 구할 생각은 안 하고 지 혼자 탈출해서 일이 이 지경까지 치달았는데, 나는 지난 1년 동안 니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거품 물고 얘기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오로지 대통령 얘기만 계속 씨부렸지."
"대통령이 가장 큰 컨트롤타워 아냐. 대통령이 똑바로 해야..."
"너는 니 집에 불났을 때 대통령이 와야 되냐?"
"........"
"시장은 뭔 필요가 있고 구청장은 왜 필요하냐? 니 말대로면."
"............"
"니가 생각해도 존나 말도 안 되는 억지라고 생각 안 되냐?"
"...이건 경우가 다르잖아. 자그마치 300명이...."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 때는 대통령이 잘해서 사람들이 수 백명 죽었어?"
".......하 진짜 그만하자. 너랑은 얘기가 안돼."
"세월호 사고는 우리나라가 지난 사고들을 통해서 아무것도 배운 게 없고,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반증이야."
"그래, 그게 바로 정부가 잘못해서..."
"지난 20년 동안 정부는 계속 박근혜가 이끌어왔냐?"
"......"
"밑에 있는 공무원 새끼들은 뭐하고. 20년 철밥통 지키고 있던 경찰들은 뭐했고,"
"......."
"근본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허술한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겠지."
"그래."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 한 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아."
"..."
"대통령 혼자 나라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며. 국민이 주인이라며. 그래 그 주인 나으리들께서는 여지껏 무얼 하셨나?"
"......"
"너나 나나 모두가 이 사고의 공범이야."
".....인정."
"너나 나 같은 나라의 진짜 주인님들께서 정말 나라를 걱정했다면 지금 이렇게 한가롭게 술을 마시고 있지 않겠지."
"........"
"이 비극을 통해 배우고, 반성하고,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온힘을 쏟아도 이 지긋지긋한 나라가 바뀔까 말까인데, 대통령에게 책임전가하고 희생양으로 만들어 조지면 죽은 애들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다냐?"
"...아니."
"잘 알면서 왜 그래?"
"......"
"대통령이 늦장대응을 했다, 비판은 할 수 있지. 아무리 그래도 나라의 수장이니까. 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잖아. 근본적인 문제는 구조신호를 심드렁하게 받고 대응을 엉성하게 한 해당 구조체계 아닌가? 어선이 해경보다 사람을 많이 구했다는 게 말이 돼?"
"맞아."
"왜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지? 왜 진도 VTS나 목포 해경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지? 대통령은 그 책임을 직시하고 해경을 해체하라고 까지 했는데, 그 덕분에 오히려 해경이나 VTS에는 면죄부를 준 셈이나 다름이 없는데, 왜 이 부분에는 분노하지 않고 온통 대통령이 7시간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이따위 황당한 소리만 내뱉고 있냐고."
"........"
“세월호 사고는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 이미 구조가 어려웠다고 봐야 해. 중국의 양쯔강 유람선 사고를 봐. 세월호 사고가 난 맹골수도보다 수심도 훨씬 낮고 유속도 느린데다 강둑과는 불과 수십m 근처에서 발생했는데도 세월호 희생자보다 더 많은 400여명이 죽었어.”
“그건 중국의 경우이고....”
“중국이라고 하지만... 바다도 아닌 강에서 발생했는데도 배가 침몰하면 구조가 쉽지 않다는 반증이야.”
“우리와 중국을 비교하지마.”
“세월호 사고는 미흡한 구조가 미흡했던 점도 비판 받아야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사고를 발생시킨 원인이야. 해운관리 부실, 해운업계와 관리부처의 밀착, 불법 선박 개조, 과적, 미고박, 평형수 빼기, 승객관리 부실, 선원교육 미흡, 안전 매뉴얼 불이행 등,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과 황금주의 만능의 분위기가 세월호 사고로 꽃다운 학생들을 죽게 한 거지.
세월호 사고에서 비판 받아야 할 부분은 이것뿐만이 아니냐. 중간고사 거부하고 수학여행을 강행하고 100명 이상이면 분산해서 수학여행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을 어긴 단원고 (전교조) 교사들도 책임이 커. 제주도 수학여행에 대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낮음에도 계속 한 여행사에 대행케 하여 추진하고, 또 사전 답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단원고의 잘못도 무시할 수 없지.
전원 구조되었다고 오보를 낸 언론사나 오보를 내게 만든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도 반성이 필요하고.
검증되지 않은 다이빙벨 투입을 주장하고 유족들을 선동했던 jtbc 손석희나 이상호 기자, 이종인 사장도 유족들과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하지.
“대통령은 놔 두고 왜 이런 사람들을 비난하냐?”
“대통령의 7시간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앞에서 설명한 이런 문제에 천착하여 재발을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겠냐? 사고 후 구조의 문제점도 물론 비판하고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이런 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대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 니가 지적한 것도 챙겨 보기는 해야지....”
"내가 다시 한번 말하지. 세상에 안타깝지 않은 죽음은 없다."
"...그래."
"하지만 죽은 자들이 바라는 건, 복수가 아니고, 희생양을 찾아서 거리에 내거는 게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행복'이야."
".............."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보듬어주고, 그리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잘 해나가야지."
"...동의."
"지금 후속조치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해? 아직도 사고의 원인이 뭐냐 대통령이 왜 5분만에 대응을 못했냐 이딴 잡소리 가지고 시간을 다 허비하고 있잖아."
"........"
"내가 장담하는데 저 특조위는 아무 것도 밝혀내지도, 발전시키지도 못하고 해체할거야. 두고 봐."
"...열심히 하던데......."
"그래. '과거'에만 매달려서 열심히 하고 있지. 앞을 볼 생각은 요만큼도 안하고 말이야."
"....."
"너도 똑바로 생각해. 아이들의 죽음을 니 정치적 분풀이에 이용하지 말라고."
"야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나는 순수하게..."
"순수한 사람이 정권 퇴진을 세월호랑 엮어?"
"아니 그건 엄연히 정부에 책임이..."
"원인제공은 선박회사가 했고, 사고는 선장이 냈고, 구조는 해경이 개판으로 했는데, 책임은 박근혜가 지라고?"
"....."
"이게 무슨 군대에서 관리소홀로 자살사고 난 것도 아니고, 연좌제냐?"
"......"
"교통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었다고 대통령이 옷을 벗어야 돼?"
"야 교통사고라니. 애들이 물속에서 구조만 기다리다 죽었는데."
"박근혜가 사고 터지자 마자 진도로 날아왔으면, 애들이 살았을까?"
"......"
"너는 인과가 없는 사안을 자꾸 엮고 있는 거야."
"......."
"정부 시스템이 물 흐르듯 잘 이루어져서 구조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 그런 시스템을 확립하지 못한 책임이 박근혜에게 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조차도 박근혜'만의' 책임은 아니야. 정부와 기관, 그리고 그걸 감시해야하는 국회와 국민들 모두의 책임이지."
"..........그래..."
"지금 사안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나? 너나 리본충들이?"
"..........."
"창피한 줄 알아. 부끄럽게 생각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건 대통령이 아니고 우리 모두야."
"..........................."
"이딴 쓸데없는 소리 하려고 나 부른거면 간다. 계산은 니가 해. 내 귀중한 시간 빼앗은 벌이야."
".....어휴.. 야 같이 가.........."
2015년 겨울. 어느 Bar에서의,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는 대학동창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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