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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기들 웃기지 않아요?

이 시국에 조회수 : 6,061
작성일 : 2017-01-01 20:57:24
쬐끄만 게 남의 집 한 가운데 거실을 떡 하니 차지하고 대자로 누워서
길목 지키고 통행세 뜯는 놈마냥 살금살금 좀 지나갈라치면 
언제 잤나 싶게 바로 말똥말똥 
휙 뒤집어설랑 안 놀아주나 눈을 초롱초롱 어찌나 부담스럽게 쳐다보는지
그냥 모른 척 지나치면 양볼을 부풀리고 조동아리가 댓발은 나와서 고개가 쑥 쳐지는데
니가 서러운 줄은 아느냐 시무룩은 아느냐 웃겨설랑
가는 척하다가 휙 몸을 돌려 다가가면
짤뚱한 팔다리를 파닥파닥 파닥파닥
번쩍 안아 올리면 좋아서 이빨도 없는 입을 동그마니 벌리고
침을 주르륵 내 옷에 다 묻히고 뭘 잘했다고 해해해해.
내복바지에 양손 끼워넣고 배바지 야무지게 올려 입고 
가제 손수건 스카프랍시고 두르고 자는 폼도 웃기고 
앙앙 울다가 뚝 그치고 눈물 그렁그렁 해서 해해 웃는 것도 웃기고
동그란 뒷통수만 봐도 웃겨요.
통통한 볼 입술로 왕 깨물어도 웃고 콕콕 찔러도 웃고 뭐가 그리 좋은지.  
쬐끄만 게 정신을 쏙 빼놔요. 
남도 이런데 애기엄마들은 무슨 정신으로 사나 싶네요.  
애기 태어난 이래 홀린 채로 평생 사는 건지. 

IP : 125.131.xxx.74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
    '17.1.1 8:59 PM (175.126.xxx.29)

    무슨 시 한소절 읽은 느낌이네요.

  • 2. ..
    '17.1.1 9:01 PM (219.248.xxx.230)

    눈에 선한 것이 생각만 해도 귀엽네요.

  • 3. 하하
    '17.1.1 9:02 PM (118.176.xxx.2)

    님 표현력 짱!ㅎㅎ 혹시 글 쓰는 직업을 가지신 건 아닌지. 제저도 아기를 넘 좋아해서요. '아가'라는 말도 참 좋아요.

  • 4.
    '17.1.1 9:04 PM (175.223.xxx.206) - 삭제된댓글

    진심인데요

    제목이랑 마지막 부분만 손봐서
    투고하세요

    프로 시인보다 낫습니다

  • 5. ..
    '17.1.1 9:06 PM (114.206.xxx.173)

    아기를 이렇게나 이뻐하시는거보니
    아가 하나 낳을실 때가 된 듯 하네요.

  • 6. 와우
    '17.1.1 9:06 PM (219.240.xxx.34)

    동화 한 번 써보심 어떨까요? 글이 넘 좋아요. 님좀짱인듯!
    네, 맞아요. 이래 홀려서 아픈것도 잊고 둘째 셋째 낳는거죠~ ^^

  • 7. 저도
    '17.1.1 9:08 PM (121.128.xxx.130) - 삭제된댓글

    그 몸뚱아리 안고
    갓구워 나온 식빵 같은 볼 부비부비 하면
    세상 근심걱정 사라져요.
    비행기 태워 주면
    좋아서 헤벌쭉 웃으며 침 제 얼굴에 옷에 흘리고
    아기 돌보는 것이 몸이 고되기는 한데
    힐링도 됩니다.

  • 8. ...
    '17.1.1 9:08 PM (175.125.xxx.100)

    이런 글재주로 전업주부로 내내 계신거였다면.... 설마 아니시죠?

  • 9. 저도
    '17.1.1 9:11 PM (121.128.xxx.130)

    그 몸뚱아리 안고
    갓 구워 나온 식빵 같은 몰랑몰랑한 볼
    부비부비 하면 세상 근심 걱정 사라져요.
    비행기 태워 주면
    좋아서 헤벌죽 입 벌리고 웃으며 침이 제 얼굴에
    옷에 떨어지면 저도 깔깔깔 웃어요.
    아기 돌보는 것이 몸은 고되기는 해도
    힐링도 됩니다.

  • 10. ㄱㄱ ㅑ
    '17.1.1 9:12 PM (118.219.xxx.144)

    귀요미~~~~~~~~

    전 아직 애가 없고
    지금은 개를 키우고 있어요.

    정말 개도 진짜 너무 예뻐서 미치겠는데
    내 애가 생기면 얼마나 이쁠지 상상도 안되요.

    정말 얼마나 이쁠까~~~~~~~~~~

    우리 멍멍이랑 애기랑 같이 크는 모습 상상하면
    흐뭇~~~~~하네요 ㅋㅋㅋㅋ

  • 11. 진짜
    '17.1.1 9:16 PM (175.209.xxx.57)

    옴므파탈, 팜므파탈이 따로 없어요. 8등신은 커녕 한..4등신쯤 될까요? 헤어스탈도 엉망이고 목도 짤막한 게 떡 하니 누워서 말도 제대로 안 하고 그 의중을 헤아려 주길 바라고...뭐든 숟가락 갇다 대면 무조건 입 벌려서 받아 먹고..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한 1초쯤은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냥 배추도 조금 뜯어서 넣어주면 오물오물 씹어먹고,,근데 상추는 씹다가 뱉더라구요. ㅋㅋ 너무 밋밋했나봐요. 그렇게 엽기적으로 이쁜 아가가 이제 커서 고딩이 되었는데 어디 내놓고 자랑할 구석도 없지만 어렸을 때 그 옴므파탈의 기억으로 평생 섬기며 삽니다. 무수리마냥.

  • 12. 아가들이
    '17.1.1 9:17 PM (121.128.xxx.130)

    몇개월 안살았어도
    다 지 뜻대로 하죠.
    싫은 건 싫다. 좋은 건 좋다.
    그리고 힘도 의외로 엄청 셉니다.ㅎㅎㅎ

  • 13. 와~~~~
    '17.1.1 9:29 PM (211.244.xxx.39)

    글이 예술입니다^^
    이미 글쓰는 일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신건지...
    저는 마지막 구절도 압권입니다.
    그런데
    홀린채로 평생을 살 줄 알았는데 사춘기와 갱년기의 격전지가 있네요.
    님글을 읽으며 아가때의 내 애들의 모습이 다시 선하게 떠올라 행복해집니다^^

  • 14. ㅇㅇㅇ
    '17.1.1 9:32 PM (203.234.xxx.81)

    와,,,,,,,,,,,진심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라고 쓰다가 뭐야 알고보면 이 냥반 유명한 작가라서 어머 글 잘쓰시네요 하는 댓글 보며 피식 웃고 있는 거 아닌가 생각 들 정도!

  • 15.
    '17.1.1 9:34 PM (114.206.xxx.113)

    맞아요
    아기들 너무 귀여워요 요물~~
    머리가슴다리 삼등신에 머리 들고 뒤집어서 파닥파닥하는 그 기간 너무 이뻤어요♡

  • 16. ..
    '17.1.1 9:38 PM (210.179.xxx.20)

    내, 세상 모든 걸 다 알고 있지~하는 눈빛으로 쳐다 볼 때 정말신기해요^^내가 말만 할 줄 알게 되봐라~하는 표정 ㅋㅋ 진심같아요~~

  • 17. 귀여워요
    '17.1.1 9:44 PM (118.32.xxx.208)

    걷기전까지 딱 고맘때가 절정인듯 해요. 5개월에서 10개월 그무렵? 암튼 가장 아기같고, 통통하고 이쁠때.

  • 18. ㅎㅎ
    '17.1.1 9:44 PM (211.215.xxx.5) - 삭제된댓글

    복날 더위에
    런닝하나 걸치시고 기저귀 차림으로
    한줌어깨 중 한쪽은 끈 내려가 민둥살에ㅋ
    돗자리 위에 앉으셔서 방울토마토 쪽쪽빨다 진저리치던
    필시 배쪽은 삼단으로 접힐진대
    배겟자국대로 둥글게 탈모된 고 연한 뒤통수와
    구부정한 등짝 아래
    복숭아 같은 궁딩이로 당당히 앉아계시던
    팔개월 아들놈 생각납니다ㅋㅋ

  • 19. 애기배추
    '17.1.1 9:44 PM (113.10.xxx.150)

    울집에 그란 파닥 아가 한명 있어요. 기여워 미치겠네요^^;;

  • 20. 쓸개코
    '17.1.1 9:53 PM (121.163.xxx.99)

    정말 글 감칠맛나게 잘쓰시네요.^^
    글 읽다보니 우리 쌍둥이 조카 3,4살 무렵도 생각납니다.
    잡기놀이 하는데 지들도 두명이라 한번에 제가 쫓아갈 수 없다는걸 아나봐요.
    한명 잡으러 가면 나머지 한명은 잡힐 순서를 기다려요.ㅎㅎㅎ
    제가 준비~ 하면 작은주먹 불끈쥐고 표정이 아주 비장해지는데 진짜 귀여웠는데
    이제 말대답도 하고 그럽니다.^^;

  • 21. 툐끼발
    '17.1.1 10:16 PM (68.172.xxx.31)

    글이 정말 탱글하니 아기 냄새 나는 거 같아요.

  • 22. 행복하고싶다
    '17.1.1 11:20 PM (218.51.xxx.41)

    글 보고 반했어요!
    꼭 옛날 작가가 감칠맛 나게 쓴 글을 본 느낌이에요.

  • 23.
    '17.1.2 10:12 AM (116.123.xxx.98)

    글솜씨 표현력 대단하시고 내용도 평소 제 마음과 똑같네요. 아기 때 사진이랑 추억을 늘 되새기면서 지금 중3 딸 한창 미운 짓 해도 다 너그럽게 이해해주려 노력하는 엄마입니다 ㅎㅎ 넘 이쁘고 사랑스러웠던 기억.. 옛날 생각 떠올리면 눈물이 다 나요.. 천국의 상황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시절 우리 아가와 함께 영원히 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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