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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빠의 깊은 한숨. 명절이 제겐 너무 슬픈날이었어요

아침 조회수 : 2,834
작성일 : 2016-10-07 21:54:15
친정아빠는 유가족
외할아버지는 아빠 어릴때 전쟁통에 돌아가셨대요
바로할머니는 재가하시고
아빤 할머니 (우리에겐 증조할머니)손에 컸지요
공부하고 싶어도못했고
그리고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고아처럼 사시다 엄마를 만나 일찍결혼하시고
우릴 낳았죠
언니랑 나 그리고 여동생... 딸만 셋
그땐 그런걸 잘 몰랐어요

명절전날이면 오는 사람도 없고
갈데도 없고
우린 전부치고 나물하고
명절날이면 침울하게 가라앉았어요
뭔가 공기가 무거운 기분
그리고 아빠의 깊은 한숨 ...
그 기억이 나요
무거운 공기와 깊은 한숨

그리고 몇살때였던가
엄마가 할머니 할아버지 한테 인사드리러 가자고 ...

나중에 알게된게
재가한 할머니를 다시 찾은거에요
그 집에 명절날이면 인사를 하러 갔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들. 삼촌들...
그 집은 더 어색했어요
사촌이라고 하는데 그냥 너무 어색해서 집에 가자고...
그 인사하러 가는걸 결혼전까지 했이요

아빠쪽 친척이 없으니
우린 큰아빠 작은아빠가 없느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삼촌이 결혼하면 작은아빠가 되는거냐고...
지금생각함 아빠 속을 아프게 하는 질문이었네요

이런 방문을 결혼 전까지 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고모부 삼촌들

결혼하고 첫해
시댁에 있는데
엄마아빠생각이 너무 나서 울었어요
여긴 아들 며느리도 많은데
두분이 음식 준비 하실거 생각하니 그냥 눈물만...
아들이라도 있었음 며느리랑 같이 할텐테..
내가 왜 모르는 이 집에 와서 음식을 할까...
화장실서 숨어서 울고 세수하고 나가고
몇번의 명절을 그렇게 보냈어요...

저에게 명절의 무거움
깊은 무거움
아빠의 한숨
때론 눈물 섞인 흐느낌과 함께한 무거움이네요


지금도 그래요
명절 십년이 지나도 명절 당일 저녁에라도 친정에 가기 위해서
남편과 싸우며 버팁니다...
IP : 59.26.xxx.2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명절 10년이라니
    '16.10.7 9:58 PM (211.245.xxx.178) - 삭제된댓글

    젊은분 같은데, 처가집 사정을 모르나요 남편이?
    왜 싸우면서까지 가야하는 상황인지 이해가 안가요.
    명절 당일 아침 먹고 일어나도 될거같은데요..

  • 2.
    '16.10.7 10:40 PM (121.128.xxx.51) - 삭제된댓글

    저흰 이북 월남 가족이라 아버지도 외아들 어머니는 오빠 하나 있는 외동딸 우리도 딸만 셋인데 사촌은 없고 가까운 친척이 6촌이예요
    원글님 글에 공감하고 가요

  • 3.
    '16.10.7 10:40 PM (203.226.xxx.116)

    저흰 이북 월남 가족이라 아버지도 외아들 어머니는 오빠 하나 있는 외동딸 우리도 딸만 셋인데 사촌은 없고 가까운 친척이 6촌이예요
    원글님 글에 공감하고 가요

  • 4. ..
    '16.10.7 10:43 PM (223.33.xxx.65)

    아빠가 외로우셨겠네요 . 이제 딸 셋이 잘해드리면 되죠.. 제 친구가 언니랑 여동생 있는데 명절날 딸들이 다 친정에 와서 몇일 지내다 가더군요.

  • 5. 너와나함께
    '16.10.7 10:53 PM (45.112.xxx.76)

    아버지 생각하는 맘이 짠하네요
    글읽다보니
    몇년전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문득 생각나네요

  • 6.
    '16.10.8 8:08 AM (115.136.xxx.220)

    저희 어버지도 월남하셨어요. 시골에 살아서 명절에 다른 집들과 가까워서 그런지 외롭단 생각은 안들었는데 어버진 외로우셨겠단 생각 드네요. 며칠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계실때 가난한 삶 때문에 깊은 한숨 쉬시던게 생각나요. 거기다 딸만 넷. 든든한 아들 하나 없고. 부인은 장애가 있고. 딸들 어렸을때는 돌파구 없는 가난 때문에 힘들어 하셨죠. 나중에 딸들이 그런대로 자리잡아서 가난을 좀 덜긴 하셨지만 좋은 아내를 얻지 못하심은 아빠 입장에서 힘든 삶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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