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시아버지 사이가 안 좋습니다.
여기에도 몇 번 글 올렸는데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정신적으로 의지를 많이 하시고 신랑은 어머니의 말씀은 거역을 못 하고
항상 자기 어머니에 대해 불쌍하다고 하고 고생만 하신 분이라고 안쓰러워 합니다. 아버지는 이기적인 나쁜 사람이라고만 하고요.
이번 추석에 시어머니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어 신랑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신랑이 아버지 얘기를 하는데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정말 상상외로 많이 세뇌(?)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머니 아버지 두 분다 공무원이셨는데 두 분 다 현직에 계실때는 어머님이 돈관리를 하시다 아버님이 퇴직하시고 나서
돈관리를 따로 하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두 분다 연금 받으심)
그런데 신랑 왈 어머님은 연금 받아도 다 모았다가 목돈 들어갈때 쓰시는데 아버님은 취미생활하느라 받는 연금을 다 쓰셔서 목돈 쓸 일 있을때마다 어머님 돈만 쓰게 된다고. 그래서 어머님만 평생 돈도 마음대로 못 쓰고 사시고 그게 너무 안쓰럽다고. 아버지는 자기 어릴적부터 보면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자기네가 이만큼 살게 된 것도 다 어머니가 아끼고 모으셔서 그런거라고 합니다. 제가 그래도 그 과정에서 아버지도 일조하신거 아니냐 했더니 은퇴후 아버지는 쓰고 싶은대로 쓰고 사셨다면서 결국 다 어머니 덕분이라고 하네요. 물론 어머니도 아껴쓰고 알뜰하게 모으신건 알겠지만 저는 생각없이 막말 잘 하시고 일가족 모두를 어머니 뜻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어머님의 강한 성격에 비해 항상 웃으시고 강요 안 하시고 부담 안 주려고 하시는 아버님쪽으로 마음이 기우는게 사실입니다.
두 분은 전원생활중이신데 어머니는 딱히 취미 생활도 없고 친구분도 별로 안 만나시는데 반해 아버지는 골프 다니시고 책 읽으시고 사진 찍는거 좋아하시고 그래요. 그래서 어머니는 늘 우리가 주말마다, 무슨 날마다 내려오길 바라시고 내려오게 하려고 자꾸 이것 저것 먹지도 않는 음식들을 만들어 놓거나 자리를 만들어 자꾸 내려오라고 하세요. 반면에 아버님은 너희끼리 시간 보내라 뭣 하러 자주 내려오냐고 하시구요.
두분이 제가 봐도 성격이 너무 안 맞긴 한데 신랑말이 두 분이 잘 싸우신데요. 실제로 저희 앞에서도 말로 투닥거리다 아버님이 자리를 비우시면 어머님도 멈추는게 아니라 며느리들 앞에서 당신분이 풀릴때까지 아버님 흉을 봅니다. 저 양반은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고 어쩌고 저쩌고... 저희 친정 부모님도 싸우실때 있지만 어머님이 며느리 앞에서까지 저렇게 아버님 흉을 보면 좀 당황스러워요.
그런데 어머니가 부부싸움끝에 꼭 신랑한테 전화를 하세요.
신랑한테 아버지가 소릴 질러서 머리가 울린다, 머리가 아파서 119를 불러야 겠다, 입이 돌아간거 같아 119불러야겠다 이러면서 전화를 하세요.
아버님이 폭력을 행사하시는거 같진 않은데 신랑 말론 술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어 물건을 집어 던지신데요. 그러면 어머니는 충격을 받고 저리 된다면서 한번은 아침 출근길에 어머님 전화를 받고 도로 시댁으로 간적도 있어요. 전날 싸우셨는데 어머님이 아프신거 같다고 병원에 모셔다 드린다고요.
이번에도 추석 지내고 어머님한테 전화가 와서 신랑이 밤 늦은 시간에 또 시댁에 간다고 옷을 입더라구요. 시댁은 저희집에서 2시간 거리구요. 그런데 제가 붙잡았어요. 언제까지 어머님 아버님 싸움에 당신이 불려다닐거냐고. 그래도 가봐야 한데요 어머님이 많이 놀라신거 같다고. 그래서 제가 전화를 바꿔달랬어요 아버님과 통화를 해보겠다고. 아버님은 전화 안 받으시고 어머님과 통화가 됐는데 어머님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시더라구요. 제가 무슨 일이시냐고. 아버님좀 바꿔달라고 했더니 신랑이 전화를 확 뺏더라구요. 아버지가 받으시면 전화를 집어 던질거라면서.
여기까지가 며칠전 상황이구요. 저희 친정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왜 어른들 싸움에 끼어드냐고 그러는거 아니라고 하세요.
그런데 저는 그 상황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기 힘들었어요. 어머니가 평소에도 자꾸 저희 신랑한테 어리광(?) 투정(?)을 많이 부리시고 어머님이 시가 모임에도 당신 자매들을 같이 부를 만큼 외가식구들을 정말 많이 챙기세요. 아버님 생신때조차도 아버님 빼고 다른 손님이 모두 외가 식구들만 불러 모을만큼요. 제가 신랑한테 당신 생일날 처가 식구들만 잔뜩 부르면 당신은 좋겠냐. 아버님이 대단하신거다. 했더니 아버님도 싫어하신다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 패턴을 고수하시는 어머님이 정말 강하신거다. 라니 본인도 고개는 끄덕거려요. 그만큼 제가 보기엔 어머님 파워가 대단한 집인데 부부싸움할때마다 저렇게 신랑한테 무섭다고 전화를 하시니 제가 어머님한테 뭐라 말도 못 하겠고.. 아버님한테 '어머님 아버님이 싸우실때마다 신랑이 회사 일도 제대로 못 하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제발 싸우지 마시라'고 부탁하려고 했거든요.
제가 신랑한테 대체 무슨 일로 싸우신거냐고 물으면 신랑이 이유 없데요. 엄마는 가만히 있는데 아버지 혼자 술 먹고 저러시는거래요. 전 그것도 이해가 안 가거든요.
이제 또 시부모님 뵈면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버릇 없는 며느리인건가요? 신랑이 또 시댁 간다고 하면 그냥 보내야 하나요? 어머님한테 이제 싸우고 전화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그 말도 못 하겠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