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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김욱 교수 강연 "호남은 대선 들러리인가?"

ㅇㅇ 조회수 : 921
작성일 : 2016-09-10 01:26:07
페이스북에서 퍼온 글입니다

9/9. "어느 대학교수의 강연". 어제(9/8)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초청강연회에 참석했다. 애초 그런 강연회가 있는지, 주최자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단지 지인의 불가피한 대리 청강 요청에 따른 것이다. 그는 평소 나의 정치적 의견과 감각을 정말 겸손하게 들으려 하고 듣고자 한다. 그것이 고맙다. 그런 품성의 소유자였기에 그의 부탁에 순순히 응했다. 솔직히 강연 내용 등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특히 정치에 거리를 두고자 하는 입장에서는. 그런데 웬걸, 그 교수의 강연은 우리들로 하여금 '진지하게' 경청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했다. 서남대 헌법학 '김욱' 교수의 그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강연 사전 인쇄물을 일일이 컴퓨터 키보드 눌러가며 SNS 포스팅 한다. 그 수고를 감수했다. 강연 원문, 일독 권합니다.

◎ 주요 강연

"친노·친문세력은 '영남패권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설 땅이 없기 때문이다.", "친노·친문은 지역주의 양비론을 주장한다. 그것으로 그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친노·친문은 호남지역의 문제에 관심 없다. 그들에게는 오직 호남표만 필요할 뿐이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 그 결과는 호남불가론이며 영남후보만의 지지를 강요한다.", "친노·친문의 논리는 '호남은 우리 없으면 당신들 고립된다'이다.", "친노·친문은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투항과 지역주의 양비론에 토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호남의 참정권은 왜 필요한가.", "호남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것은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이다."

◎ 강연 원문


- 서남대 헌법학 김욱 교수

I.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과 계층은 자신들의 정치적 자유의지에 따라 대선에 임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호남은 언제부턴가 그저 대선 들러리로 전락했다. 호남은 자신들이 마치 주체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다는 착시현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내가 볼 때, 호남은 대선과정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자유의지를 거의 상실한 집단으로 전락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나는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과연 이런 사태가 사실인지부터 먼저 설명해야만 한다. 호남인 대부분은 이런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호남은 대선과정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자유의지를 거의 상실한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호남이 대선후보를 선택하는 방식 때문이다. 노무현 이후 호남은 이른바 '전략적 선택'을 전가의 보도처럼 생각해왔다. 전략적 선택이란 소수집단인 호남은 호남몰표만으로는 반영남패권주의적 집권이 불가능함으로 영남에서 상당한 득표력이 있는 영남후보를 내세워 호남몰표로 뒷받침함으로써 최악의 집권을 모면하려는 궁색한 정치공학을 말한다. 호남은 전략적 선택으로 노무현을 대통령에 당선시킴으로써 그것이 '신의 한 수'였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그런 만족감 혹은 희망적 기대는 사실상 한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노무현은 대통령임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남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찍었나요. 이회창이 보기 싫어 이회장 안 찍으려고 나를 찍은 거지" (인터넷 '경향신문', 2003년 9월 24일)라는 문제의 발언을 했다. 이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은 존중받아야 할 정치적 자유의지가 아니라 지양되어야 할 정치공학의 표출이라는 폄하의 의미였다. 그리고 이는 자신이 호남에 큰 빚이 있거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이유는 없다는 일종의 정치적 부채의식의 청산발언이기도 했다. 이후 실제로 노무현은 '새천년민주당 부정 후 열린우리당창당, 한나라당 승인 후 대연정 제안' 등의 과정을 통해 수십 년을 투쟁해온 호남의 반영남패권주의적 민주주의 정신을 배신하는 행위를 계속해나갔다.

궁극적으로 호남이 생각했던 '전략적 선택'에 의한 대리집권은 성공할 수 없는 허상이었다. 호남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긴 했지만, 결국 '투항적 영남패권주의에 의한 지역문제 해결책'인 노무현의 열린우리당을 극복했다. 처음엔 호남 소수가 새천년민주당을 지지하여 저항했고, 2006년 지방선거를 통해 열린우리당을 사실상 무너뜨렸다. 그러다 노무현 사후, 더불어민주당 친노세력은 일당독재체제로 호남을 다시 지배하게 됐다. 지난 4월 총선 때 호남이 국민의당을 내세워 친노세력을 응징하려 하자 그제야 비로소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김종인이 '호남불가론'의 실체를 인정하고 호남에 사과했다, 하지만 호남은 가차 없이 정치적 자유의지를 표출시키며 마침내 복수정당제를 쟁취했다.

우리가 지금 당장 극복해야 할 문제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친노의 '호남불가론'으로 변형돼 이데올로기화한 양상이다. 친노 이데올로기는 바로 이 '호남몰표=전략적 선택=영남후보론=호남불가론'에 토대하고 있다. 문재인의 더불어민주당을 지배하는 이 이데올로기의 반민주적 실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한 호남은 앞으로도 이런 영남패권주의의 하위 이데올로기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 노무현 집권 이후 13년이 넘도록 이런 위선적 이데올로기에 끌려 다닌다면 호남은 스스로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주역이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호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Ⅱ. '전략적 선택=호남불가론'은 호남의 숙명인가

'호남도(!) 이제 다른 지역·계층의 유권자처럼 지지하고 싶은 대선후보가 설령 호남출신이라도 자유롭게 지지한다고 말하라!' 이것이 지금 나의 주장이다. 자, 그런데 백면서생의 나의 이런 주장을 듣고 호남인인 여러분들은 어떤 느낌이 드는가? 두려운가? 아니면 백면서생의 무책임한 소신으로만 들리는가? 무슨 느낌이 들든, 뭔가 마음 한 구석에 걸리는 게 있다면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진다. 호남은 대선에 임해 자신들의 정치적 자유의지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기 힘들어 한다는 사실이다. 호남유권자가 그러하므로 당연히 호남정치인들도 대선출마를 꿈꾸는 것조차 두려워하거나 심지어 금기시할 수밖에 없다.

호남은 대선후보 지지를 다음과 같은 내밀한 방식으로 표명한다. 우선 호남은 호남출신 정치인들을 배제한다. 그들은 다른 지역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남이 우선 눈치 보며 살피는 건 다른 지역의 야권세력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누군가 하는 것이다.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이 지지할 대선후보를 찾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호남몰표를 더해주면 대선 승리가능성이 있는 야권인물을 찾는 것이 호남이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이다. 그리고는 그 인물이 영남패권주의 본당 새누리당의 집권을 막아줄 것을 희망 속에 기대한다.

그래서 호남은 언제나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호남당'으로 인식되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 그리고 당연히(!) 다른 지역 야권세력은 그 두려움을 호남을 향한 가장 강력한 겁박무기로 활용한다. 그들의 겁박구호는 '호남 당신들은 우리가 없으면 고립된다. 그러니 우리에게 고마운 줄 알라!'이다. 그런 겁박은 호남인의 입에서 나오기도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된 양향자가 "호남당이 집권을 할 것이라고 호남에서는 전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노컷뉴스', 2016년 8월 29일)다고 한 발언이 좋은 사례다. 출세한 호남출신인 그녀는 친노 문재인에 의해 지도되는 투항적 영남패권주의 정당에서 친노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호남겁박 발언으로 최고위원 당선에 공손히 사례한 셈이다.

그런데 이런 겁박발언이 통하려면 실제로 겁을 먹는 호남인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다소간에 그런 호남인들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그들의 한결같은 반문은 이런 것이다. '소수지역 호남이 다론 지역, 다른 계층의 눈치를 보지 않을 대안이 있는가? 호남 국회의원 선거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선에선 영남패권주의 본당 새누리당의 집권을 막아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정말 호남은 모두 겁먹은 치킨이 돼야 하는 것일까? 호남은 숙명적으로 타자의 선택을 자신의 선택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몰표를 헌납하면서,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자위하는 방법 외엔 없는 것일까?

나는 두려움 없이, 책임 있는 언어로, '호남도 이제 지지하고 싶은 대선후보가 설령 호남출신이라도 자유롭게 지지하라고, 아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자의 겁박이든 스스로의 자기희생이든, '호남불가론'은 민주주의 정신이 아니다. '호남불가론'은 애초 호남이 민주적 선의로 행한 '전략적 선택'을 친노세력이 악용해 역습한 영남패권주의 이데올로기다. 호남은 이 예속적 '소외'를 극복할 실천적 용기가 필요하다. 호남은 두려움 없이 오직 민주주의 원칙만을 생각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의례적인 정치구호가 아니다. 민주주의 원칙 하에서 준엄하게 그 말뜻을 검증해도 좋다.

Ⅲ. '호남 참정권 포기'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왜곡하는가

나는 호남인 모두에게 묻고 싶다. '호남출신 정치인은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되고(호남불가론), 호남은 호남출신 대선후보를 지지하면 안 된다(전략적 선택)는 이데올로기에 동의하는가? 과연 이런 사태가 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호남은 대선 참정권을 곱게 반납해야 한다. 영원히 쓸모없고, 반민주적인 호남의 참정권을 장식 삼아 소유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나서 호남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쟁취해야 한다. 나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헌법이 보장하는 호남의 복수정당제 쟁취를 호소했다. 이제 나는 다음 대선을 앞두고 헌법이 보장하는 호남의 참정권 쟁취를 호소한다.

'호남 대선후보는 안 된다'는 호남불가론은 단지 호남인이 누려야 하는 기본권(참정권)의 박탈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인종주의적 비하의 소재로까지 활용된다. 악의적인 선동가들은 호남이 호남불가론 이데올로기에 예속되는 사실을 악용해 '호남 대선후보가 안 나오는 것은 호남 정치인들의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는 인종주의적 선동까지 행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김대중이 영남패권주의 독재정권하에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3번의 낙선 끝에 기적적으로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 정치인의 자질문제 때문이었는가? 갈 길 바쁜 호남은 이런 인종주의적 선동과도 싸워야 한다.

물론 호남이든 어디든 좋은 정치인은 많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이라면 '뉴DJ'를 길러내야 한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호남정치인들이 대선출마를 꿈꾸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이유는 '뉴DJ' 문제와는 아무 상관없는 '친노 이데올로기=호남불가론' 때문이다. 나는 이 자리에서 대선후보로 주목받지 못하는 호남출신 정치인들과 유력 대선후보로 조명 받는 다른 지역출신 정치인들의 능력을 굳이 주관적으로 비교하며 거론하지는 않겠다. 개혁성의 문제든 능력의 문제든, 나는 호남출신 정치인들이 단지 능력의 문제로 대선 후보경쟁에서 호명되지 않는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다.

'호남불가론'의 이데올로기적 퇴행은 계속된다. 이 호남불가론은 결국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킨다. 민주주의는 어떤 경우에도, 그것이 지역의 의지든 계급의 의지든 남녀의 의지든, 유권자의 정파적 의지를 확인하고 반영하는 것을 전제한다. 이 전제가 무너지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투표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현 대선 레이스에서 호남의 정치적 자유의지는 호남불가론으로 인해 정확히 측정·확인할 수가 없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호남이 '전략적 선택'으로 지지하는 영남 혹은 친노세력의 거품 같은 대선 지지율뿐이다. 그리고 그 지지율은 온전히 영남 혹은 친노세력의 정치적 실력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호남은 '호남몰표=전략적 선택=영남후보론=호남불가론'을 통한 대리집권만을 상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말하더라도 이런 전략은 점점 강화되는 상호간의 비토세력으로 인해 성공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나는 각각의 비토세력의 이탈을 감수하고 야권단일화를 하는 것이 각각의 신념에 따른 3자 이상 세력 간 대결보다 현 야권에 더 큰 가능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험이 입증하듯이) 호남의 정치적 의지는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호남의 내적 자유의지가 무엇이든 다른 정치적 선택의 여지를 알지 못하는데, '표 찍는 인질로서의 호남'이 존중받을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저 '호남은 민주화의 성지이므로 지역 따지지 말고 영원히 영남후보를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하라'는 자기당착의 립서비스가 전부일 것이다. 세계 역사상 이런 반민주적 위선이 있었는가?

Ⅳ. 무엇을 위한 대선인가

국회의원선거에서 각 지역은 자신들을 대표할 지역대표를 뽑는다. 그리고 그들이 지역유권자의 뜻을 국회에 전한다. 한데 대통령선거에서 각 지역별 유권자의 뜻은 의미가 없는가? 아니다. 모든 지역유권자가 대선에서도 자유롭게 자신들의 뜻을 표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정부 구성의 기본전제다. 한데 지금 호남유권자는 스스로 소수자 지위를 예단하고 자신의 뜻을 다른 지역 유권자의 뜻에 예속시키고 있다. 이런 사태는 사실상 호남대표가 존재하지 않는 국회와 같다. 만약 대선에서 호남이 스스로 정치적 자유의지의 표출을 포기한다면 정치적인 의미에서 호남은 과장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좋게 말해도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박지원은 "호남이 독자적으로 집권할 수 있으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안철수 전 대표에게도 호남의 가치와 몫을 요구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대통령)에 90%이상 표를 주면서도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아서 우리가 어떻게 됐나"(인터넷 '광주일보', 2016년 7월 19일)라는 주장을 폈다. 여기서 "호남의 가치와 몫"을 표방한 호남출신 대선후보가 독사적인 집권을 하면 "호남의 가치와 몫"에 대한 요구가 어려울 것 없다. 한데 아예 호남출신 대선후보조차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당 안철수나 다른 당의 대선후보에게 누가 "호남의 가치와 몫"을 이해시키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만약 그런 대표가 없다면 호남유권자의 정치적 의지는 반민주적 겁박 혹은 파트너십 없는 묵살의 대상이 될 뿐이다. "호남의 가치와 몫"을 대변할 대선후보가 없다면 호남도 없다.

소수지역 호남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연대(이하 모두 연정 포함)를 반드시 고민해봐야 한다. 한데 어떤 나라의 어떤 연대도 유권자 개개인이 미리 유력 정치인에게 표를 던져주고 나서, '사실은 내가 진짜 투표하고 싶은 후보는 따로 있었지만, 전략적으로 당신에게 투표했으니 나처럼 투표한 유권자들의 가치와 몫을 계산해 달라'고 요구해서 실현된 연대는 없다. 연대란 유권자 개개인이 미리 예속적으로 투표해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세력의 지지를 모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득표(력)를 가지고 각 세력끼리 공개적으로 협상해 합리적인 지분과 협력을 도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겁박에 질린 호남유권자가 아예 처음부터 '전략적 선택=호남불가론' 이데올로기에 순응해 여론조사나 투표행위를 한다면 호남의 뜻이 어떻게 측정·확인될 수 있겠는가?

연대와 관련해서 한마디 반드시 추가해야 할 말이 있다. 국내의 정상적 상황에서 펼쳐지는 연대는 최소한 서로 간에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가능하다. 지금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연대를 하는 것은 호남이 아직 새누리당에 대한 정당승인을 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원천적으로 여전히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는 어떤가?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퇴한 것은 호남이 더불어민주당을 정당으로 승인하지 않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친노 이데올로기인 '영남패권주의에 투항한 지역주의 양비론'올 거부했기 때문이다. 호남의 이 정치적 의지 또한 존중돼야 한다. 이데올로기적으로 영남패권주의 역사를 인정치 않고, 호남이라는 지역단위의 가치와 몫을 부정하는 친노는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기 위한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연대를 해도 좋을 논리적 가능성은 한 가지 있다. 그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가 친노와 결별하고 '지역주의 양비론'과 '호남불가론'을 부정하면서 반영남패권주의를 표방할 경우다. 대선연대는 논리적으로 총선과는 또 다른 사정이 있다. 현행 헌법을 전제로 박지원식의 연대를 모색하더라도 "호남의 가치와 몫"을 이데올로기적으로 부정하는 친노세력은 결코 호남과 연대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V. 결론: '민주주의 없는 대선승리'는 승리가 아니다

호남인이라고 모두 개혁·진보적이진 않다. 당연히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다. 한데 언제까지 지역을 기준으로 정치를 논해야 하는가? 대답은 아주 쉽다. 영남패권주의가 이 땅에서 사라지는 그날까지다. 문제는 '민주화 이후의 영남패권주의'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은 "내년 대선에서는 결국 PK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호남에서는 예전처럼 90%전후의 압도적인 지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안정적인 득표가 가능하다"(인터넷 '국제신문', 2016년 8월 22일)고 주장했다. 호남에서의 더불어민주당의 패퇴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걸까?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패퇴했지만 그는 아직 '호남몰표=전략적 선택'이 호남에서 견고하다고 보는 것이다. 즉 문재인은 자신이 국민의당 안철수보다 높은 지지율만 유지하면 겁먹은 호남이 후보단일화를 추동할 것이며, 자신이 호남을 지배하는 단일후보가 될 자신이 있다는 말을 한 것이다. 물론 "PK 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그의 발언은 영남을 위한 '영남후보론=호남불가론'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것이다.

호남은 문재인의 이 반민주적 겁박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민주적 게임의 법칙을 세워 싸워 나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민주적 게임의 법칙이란 '호남도 지지하고 싶은 대선후보가 설령 호남출신이라도 자유롭게 지지한다고 말하라!'는 것이다. 반영남패권주의를 표방해 호남의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 호남출신이라면 그가 (호남출신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그도) 박지원의 "호남의 가치와 몫"을 주장할 것이다. 박지원의 말대로 지지율이 높으면 대권에 도전할 것이고, 지지율이 한계에 부딪히면 그가 연대의 대표로서 실체가 확인된 "호남의 가치와 몫"을 주장할 것이다. 호남의 희생은 민주주의의 조건이 아니다. 수십 년을 투쟁해온 "(반영남패권주의라는) 호남의 가치와 (지역평등이라는 정당한) 몫"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주된 조건이다. 그러므로 호남은 국민의당 천정배가 주장하듯 스스로도 구하고, 나라의 위태로운 민주주의도 구(自求救國)해야 한다.

나는 호남출신 대통령만을, 또 호남의 몫만을 원하며 이 강연을 한 건 아니다. 나는 이 강연에서, 다른 모든 지역이나 계층출신 정치인의 대선출마는 좋지만 호남출신 정치인만은 대선출마를 해서는 안 되며, 다른 모든 지역이나 계층의 '세속적'인 자기 몫 주장은 좋지만 호남만은 '세속적'인 자기 몫 주장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반민주적 이데올로기를 문제 삼았다. 호남이 고작 이런 반민주적 이데올로기의 굴레를 다시 쓰고자 역사 속에서 그렇게 힘겹게 민주주의를 추동해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나는 상당수 호남인들마저 스스로 이런 반민주적 친노 이데올로기에 예속된 상황이 유감일 뿐이다.

나는 이 모든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독일식 비례대표 내각제 도입을 원한다. 하지만 개헌이 어려워 현행 헌법으로 다음 대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면 호남은 지나온 역사를 다시 성찰해봐야 한다. '영남패권주의에 투항한 지역주의 양비론자' 노무현을 추종하는 친노세력은 호남을 겁박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여지없이 '선거 전엔 호남몰표 겁박, 선거 후엔 지역주의 비난'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다음 대선에 임하고 있다. 호남은 역사 속에서 그래왔듯,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는 민주주의라는 길만을 생각하면 된다. '민주주의 없는 대선승리'는 승리가 아니다. 민주주의에 맞는 얘기면 추동하고,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 얘기면 투쟁해야 한다. 이런 신념 하에서 나는 호남에 묻는다. 친노 이데올로기의 핵심인 '영남패권주의에 투항한 지역주의 양비론'과 '전략적 선택을 위한 호남불가론'이 민주적인가?!

IP : 175.223.xxx.241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풉~
    '16.9.10 1:32 AM (114.129.xxx.241) - 삭제된댓글

    그래서 호남만의 이익을 위한 대통령을 뽑겠다고?
    호남인이라고 해봐야 인구비례로 따지면 십 몇 퍼센트밖에 안되는데 그 숫자로 대통령을 어떻게 만드냐?
    새누리와 영합하면 또 모를까...
    한심하기는...ㅉㅉㅉㅉ

  • 2. 풉~
    '16.9.10 1:33 AM (114.129.xxx.241) - 삭제된댓글

    그래서 호남만의 이익을 위한 대통령을 뽑겠다고?
    호남인이라고 해봐야 인구비례로 따지면 십 몇 퍼센트밖에 안되는데 그 숫자로 대통령을 어떻게 만드냐?
    새누리와 영합하면 또 모를까...
    기득권의 이익에 봉사하는 새누리와 호남의 이익에 봉사하는 안철수의 콜라보네이션이 기대되네~
    한심하기는...ㅉㅉㅉㅉ

  • 3. 풉~
    '16.9.10 1:34 AM (114.129.xxx.241)

    그래서 호남만의 이익을 위한 대통령을 뽑겠다고?
    호남인이라고 해봐야 인구비례로 따지면 십 몇 퍼센트밖에 안되는데 그 숫자로 대통령을 어떻게 만드냐?
    새누리와 영합하면 또 모를까...
    기득권의 이익에 봉사하는 새누리와 호남의 이익에 봉사하겠다는 안철수의 콜라보네이션이 기대되네~
    아아~ 녹조한국당도 대기타고 있지?
    그래서 좋으냐?
    한심하기는...ㅉㅉㅉㅉ

  • 4. //
    '16.9.10 1:46 AM (218.152.xxx.38) - 삭제된댓글

    글을 잘 읽어보시면
    전라도인구빨로 대통령 만든다는 말이 아니라
    대통령후보로 전라도사람을 말하는 거 같은데..

  • 5. //
    '16.9.10 1:47 AM (218.152.xxx.38)

    글을 잘 읽어보시면
    전라도인구빨로 대통령 만든다는 말이 아니라
    대통령후보로서의 전라도출신을 말하는 거 같은데..

  • 6. ...............
    '16.9.10 1:52 AM (1.233.xxx.168)

    현재로서는 대통령후보감이 없죠.
    똥영씨,천씨 같은 사람들 맨날 헛발질이나 하고 있고...
    새누리랑 별반 다를게 없는 수구꼴통 박지원이 자리잡고 비켜주질 않는데
    대통령감이 나올수 있나요?
    호남사람들 이사람들부터 정리좀 하세요.
    호남출신들중 괜찮은 젊은사람들 많은데 저런 수구세력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그러면서 패권주의 타령하면 대선후보가 하늘에서 떨어진답니까?

  • 7. 풉~
    '16.9.10 1:53 AM (114.129.xxx.241)

    그 말이 그 말입니다.
    결국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전라도 대통령을 만들자는 말인데 그럴려면 인구가 받쳐줘야겠죠?
    대통령의 출신지가 왜 중요한 건가요?
    우리가 남이가의 전라도 버전이 필요하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기에는 전라도 인구가 너무 작다니까요?

  • 8. //
    '16.9.10 1:57 AM (218.152.xxx.38)

    참나..
    예를 들어보면 만약 충청출신이 후보되면 이것도 지역감정인가요?충청지역감정?

  • 9. 헉...
    '16.9.10 2:17 AM (115.20.xxx.104)

    넘... 길당.. 패쓰 ㅡ.ㅡ

  • 10. 예전의 호남이 아녀
    '16.9.10 2:44 AM (175.226.xxx.83)

    실망 대실망. 답답허다

  • 11. ..
    '16.9.10 3:28 AM (211.220.xxx.84)

    호남 사람들 ᒺ좀 진짜 너무한거 아닌가
    김대중 대통령보다 더 호남민들 챙긴 게 노무현 문재인 아닌가요?
    김대중대통령 시절은 왜 원망 않는지ᆢ

  • 12. 묻지마 호남 몰표
    '16.9.10 5:35 AM (223.62.xxx.117)

    혹시 저사람 뉴라이트 아닌가?
    호남은 지난번 총선도 속아서 묻지마 국민의당 몰표줬음.
    이번에 또 보겠음. 어떻게 호남을 속여서 또 호남이 잘못된 선택으로 가는지.....

  • 13. 소통이 안된다
    '16.9.10 5:48 AM (118.43.xxx.18)

    전라도 사람들은 위의 댓글들을 보면 답답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위의 사람들과 소통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전라도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위취를 무시하기 때문이죠.

    이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줄 필요가 없죠...

  • 14. 김욱교수는
    '16.9.10 8:37 AM (125.134.xxx.240)

    저 인물 어떤인물인가 궁금 하다,서남대 별로 들어본적도 없는 학교 같은데 ~~~~~~
    편가르는 교수 저런 인간들 정신세계는 어떤지

  • 15. ***
    '16.9.10 8:49 AM (210.117.xxx.39)

    이번 분당사태의 조연 맡은 이른바 지식인그룹 중 한명. 강준만, 고종석도 같은 그룹이죠.

    저 호남사람, 경상도사람, 충청도사람, 강원도사람, 출신지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박지원을 찍겠어요? 정동영을 찍겠나요? 천정배를 찍을까요?
    그냥 호남출신을 대통령 만들자고만 말고, 대안이 뭔데요?
    징그러워요.
    아니면, 안철수 같은 지역감정 조장자가 정말 호남을 대변하는 유사 호남대표로 미는 건지요.

    시간 좀 지나, 양향자, 김성주 같은 멀쩡한 사람이 그 지역에서 당선되고, 오기형도 서울에서 담에 당선되고, 김병관 같은 사람들도 더 키워 호남출신 대통령 한번 내봅시다.

    현재 그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가 중 아무도 맘에 안 찹니다.

  • 16. .......
    '16.9.10 9:08 AM (115.140.xxx.142)

    국민의당 호남 당원들이 안철수,천정배,정동영 중 누구를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선택할지 궁금하군요.
    아울러 호남출신 젊고 유능한 정치인들 많은데
    호남기득권 정치인들과의 세대 교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대중대통령과 정동영씨에게 기꺼이 제 소중한 한 표 행사했고
    주변 사람들 설득해서 그들에게 투표하게한 사람인데요,
    한번도 대통령 투표하면서 출신지역을 고려한 적은 없지만
    저도 호남 출신 대통령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이지 호남정치인 세대교체는 필수입니다.
    내부부터 새롭게새롭게 해서 밖으로 뻗어나가야죠. 밖에서 볼땐 너무 구태로 보여지는 분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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