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가입니다. 잘 나가지도 못 나가지도 않는.... 중간급 정도라고 해두죠.
글을 쓰는 일이... 단순하게 열심히 하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일이 아니라서...
잘 써질 때도 있고... 저도 의아할 정도로 망작이 써질 때도 있어요.
참 이상한 게요... 남들 작품은 냉정하게 잘도 평가하면서...
제가 글을 쓸 때는... 말도 안되게 망작을 쓰고 있는데 그게 안 보일 때가 있어요.
주로, 마음이 급하거나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되거나...
아니면 이런 저런 요구사항들을 모두 반영해서 글을 완성하려고 할 때 이런 일이 벌어져요.
이번의 경우는 후자의 경우였는데.... 함께 회의하는 피디들이 여러명인 작품이라
이런 저런 요구사항들을 들은 후, 그것들을 다 반영해서 글을 써 보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는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양의 결과물을 써 냈어요. 잠도 못 자가며... 아이와 시간도 못 보내고...
진짜 방대한 분량을 헉헉대며 써서 보냈는데....
어제 회의에서... 학생도 이렇게는 안 쓰겠다, 다른 사람이 쓴 거 아니냐.... 이런 평가를 들었어요.
저는, 원하시는대로 다 집어넣어서 썼잖아요. 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이 한마디씩 툭툭 던진 의견들을 다 몰아넣은 결과물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진짜 좋은 결과물, 완성도 높은 좋은 이야기가 보고 싶은 거겠죠.
이런 저런 의견들을 다 반영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거
결국, 이건 좋은 이야기이냐 아니냐가 가장 핵심이라는 거. 왜 그걸 까먹었을까요.
나무를 보면 안되고 숲을 봐야 한다는 거....
제가 성격이 급해요. 그래서 이렇게 가끔 핵심을 놓치고 글 쓰는 일을 숙제하듯 처리하려 할 때가 있어요.
이번이 딱 그런 케이스....
어제 그런 평가를 받고 나서 보니... 얼마나 부끄러운지... 제가 쓴 글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50장의 쓰레기더라구요. 정신이 확 들면서... 진짜 딱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더라구요.
너무 속상하고 스스로가 한심하고.... 제가 초짜도 아니고 10년 가량 이 바닥에 있었는데...
정말 중요한 작품이고 신망 높은 회사여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엄청 중요한데....
내가 미쳤었구나 싶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작업의 단계가 남아 있으니... 남은 과정동안 정신 차리고 잘 써서 이런 부끄러운 평가를 잊게 할 만큼 좋은 작품을 쓰면 된다는 거....
그래도 어제 들었던 말들은 정말 너무 너무 부끄럽네요.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망작을 써 놓고 그걸 깨닫지 못하고... 전송을 할 수가 있는지...
제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럽고... 자신감도 막 떨어지고...
이럴 때 감 떨어졌다고 하죠... 감 좀 잔뜩 먹어야겠어요. ㅠ
너무 개인적인 하소연인데... 어디에도 말할 곳이 없어 여기다가 풀어놓습니다.
글로 먹고 살기 너무 힘드네요. 다시 힘내서 좋은 결과물 써서 보내야죠....
앞으로도 글을 쓰면서 이런 실수를 또 하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82에 글을 남겨 봅니다.
일기 같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